"사격을 통해 인생을 배워요"
사격인재를 양성하는 주엽고등학교(김형중 교장) 사격부는 올해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제37회 회장기 전국중고등학생 사격대회에서 여고부 공기소총 단체전 준우승(이승은, 류 리, 정유비, 이아령)과 여고부 개인 1위(이아령), 남고부 개인 2위(조항진) 등의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제41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50m 소총 3자세에서 남자 단체 2위(조항진 박성호 김태곤 김도윤)를 기록했다.
2002년 창단한 이래 꾸준히 사격 인재를 양성하며,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주엽고 사격부를 찾아가 보았다.
관심과 애정만큼 성장하는 주엽고 사격부
주엽고 사격부는 사격인재를 양성하는 고양시 유일한 고등학교다. 김영덕 감독과 노기중 코치의 지도아래 11명의 학생들이 꿈을 향해 부지런히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길을 달리며 성적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국체전은 물론 세계선수권 대회를 제패한 인재를 배출하기도 했다. 최근엔 사격부 전원이 고른 실력 향상을 보이며, 남자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격부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이다. 주엽고등학교 교직원들은 월급의 일부를 모아 십시일반 사격부를 후원하고 있다. 또한 고양시 체육회와 학교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많은 후원을 해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 교육청의 지원으로 세계사격연맹 공인 전자표적 시스템 5대를 설치했다. 전자표적 시스템은 경기도내 학교 사격팀 중 최초로 설치한 것이며, 이를 설치한 학교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이를 위해 김영덕 감독은 2년에 걸쳐 교육청을 설득했다.
"전자표적 시스템은 총을 쏘자마자 바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어요. 심리전이나 마찬가지인 사격에서 실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지요. 원래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다섯 대를 설치해 주면, 고양시청에서도 다섯 대를 설치해 주기로 했는데 미뤄지고 있네요.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조속히 설치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김영덕 감독)
사격은 심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영덕 감독이다. 학생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학생들의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일이다. 사격부 감독을 맡으면서 섬세한 배려와 감동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영덕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주엽고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는 사격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자표적 시스템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격을 통해 인생을 배워요
오후 3시 30분. 수업이 끝나자 사격부 훈련장엔 11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 9시까지가 훈련시간이다. 명색이 운동선수인데, 다들 조용하고, 다소곳하다. 진중하고 침착한 그들을 보며 사격이란 스포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사격이란 기술보다 마인드컨트롤이 더 강조되는 스포츠라고 한다. 잘 쏘다가도 마인드컨트롤을 잘 하지 못하면 금방 무너지기도 한단다.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과녁은 10점과 멀어진다. 차분하지만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해 주엽고 사격부에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격 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선발전을 진행했다. 5차에 걸쳐 진행된 선발전에서 발탁된 두명의 선수가 2학년 이승은 학생과 정유비 학생이다. 두 학생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휘하며 각종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승은 학생은 8월에 열린 전국대회에서 400점 만점에 395점을 기록했다. 이는 실업팀의 입상실력 수준으로 사격을 시작한지 1년 만에 낸 성과다. 정유비 학생 또한 사격을 시작한지 10개월 만에 전국체육대회 경기도 대표로 선발돼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정유비 학생은 "10점 과녁을 맞추는 재미에 빠져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전했다.
주엽고 사격부의 주장인 조항진(3학년)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될 만큼 재능이 돋보이는 학생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격을 시작해 국가대표를 꿈꾸며 한길을 걷고 있다. 키가 갑자기 많이 자란 탓에 한동안 남다른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슬럼프 기간 동안 가장 큰 힘이 돼준 사람은 바로 코치님과 감독님이라고 한다.
"코치님이나 감독님은 사격 인생의 선배님들이잖아요. 저처럼 슬럼프나 좌절을 이미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도 잘 알고 계셨어요. 말씀처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면서 슬럼프를 이겨냈습니다."
조항진 학생은 욕심을 부리면 성적이 안나오고, 욕심을 버리고 시합에 임하면 기록이 올라간다고 한다. 사격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고 있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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