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클럽 ‘이글스’ 고양시 주니어팀

지역내일 2011-09-18

씽씽~ 스틱 들고 얼음판을 누벼라

 지난 4일 저녁, 아이스하키클럽 ‘이글스’ 고양시 주니어팀의 정기 운동이 한창이던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싼다. 종일 늦더위에 시달린 터라 상쾌하기까지 하다. 기분 좋은 느낌도 잠시, 이내 추위로 몸이 움츠러든다. 대기석에 앉아 자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아예 긴 겨울 점퍼를 챙겨 입고 있다. 그러나 운동을 마친 어린 선수들은 달랐다. 헬멧 속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어 있고 두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다. 

‘함께’를 가르쳐 준 아이스하키
 아이스하키는 운동 강도가 높은 스포츠다. 성인들도 링크를 두세 바퀴 돌면 힘에 부칠 정도다. 보호 장구 무게도 만만치 않거니와 빠르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스틱으로 퍽(아이스하키의 공)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한 팀에 6명이지만, 몇 분만 달려도 금방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수시로 교체를 거듭한다. 가히 스피드와 열정의 스포츠라 부를 만하다.
“아이스하키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런지.”
정성문(신촌초6) 군이 밝은 얼굴로 말한다.
“스케이팅을 빨리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다른 친구들한테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팀 운동이라서 친구들하고 사이가 더 좋아지거든요.”
안창욱(용정초3) 군의 말처럼 이글스 회원들은 “팀 운동이라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스하키는 단체운동의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핵가족화 되는 사회에서 이기심과 애정 결핍 등의 문제를 안고 있던 어린이들이 규칙을 배우고 체력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배운다는 것이 대표적인 장점이다. 부모들도 같은 점에서 만족감을 표현했다. 

키도 마음도 자랐어요
 이글스 고양시 주니어팀은 올해로 창단 11년을 맞는다.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생긴 어린이 아이스하키클럽이다. 어울림누리빙상장이 없던 그 시절, 고양경찰서 뒤편의 에어돔이라는 곳에서 모여 연습했다. 국가대표 여자 팀에서 뛰고 있는 이주영 등 많은 선수들이 이 클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치부와 초등학생은 40여 명, 중학생은 30여 명이다. 저학년에게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놀이터가 되고, 고학년 이상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마음껏 발산할 장소가 되어 준다. 어린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할지 의문을 품는 어른들은, 스틱을 잡아 본 어린이들은 열에 아홉이 선택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동훈 감독은 “빙상 운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접근이 어렵지만 막상 운동을 하고 나면 부모와 아이 모두 성취감과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박시훈(강선초5) 군은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친선 경기에서 한 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어요. 드디어 넣었구나, 이런 생각만 들었어요.”
성공의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된 훈련과 실패를 거듭 하는 것이 스포츠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체력과 인내심으로 시합에서 이기고 나면 성취감은 배가 된다.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좌절과 시련은 약이 된다. 

아이들이 운동하는데 부모들이 바뀐다고?
 김정인 씨는 비염에 효과적이라는 한의사의 말에 아들 강승민(안곡중2) 군을 데리고 아이스하키클럽을 찾았다. 12살에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얼음 위에서 하기 때문인지 운동을 마치고 코가 답답해지지 않아 만족한다.
 팀의 주장 정덕규(화수초6) 군은 6살에 가입했다. 어머니 김용미 씨는 “덕규가 아이스하키로 타고난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권우현(7살) 군과 유성현(한내초) 군 처럼 스스로 부모를 졸라 시작한 경우도 있다.
 빙상장을 찾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게임을 나갔을 때, 대부분 부모들의 눈에는 ‘내 아이만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인 씨는 “골리(아이스하키의 골기퍼)가 골을 먹으면 아이들은 모두 다가가 안아 준다. 그럴 때면 ‘어른보다 낫다’고 부모들이 웃는다”면서 뿌듯해 한다. 매년 진행되는 5박 6일 합숙훈련, 겨울 스키캠프 등 친형제 남매보다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키우는 아이들이다.
김무성(가좌초2) 군의 아버지 김형태 씨는 기대와 달리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조바심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하기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부모자녀 사이가 돈독해 진다. 평일에는 부모들도 운동에 참여한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운동을 하며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사례도 많다. 아이들 때문에 시작했지만 부모들은 자신들이 덩달아 자란다고 고백한다. 이글스는 토·일요일 저녁 7시에 어울림누리에서 정기 운동을 하고 월 2회 가량 시합에 참여한다. 스케이트를 제외한 운동장비는 팀에서 무상 지원한다.  

미니 인터뷰 - 이글스의 여자 3인방을 소개합니다
 아이스하키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글스에는 씩씩한 여자 3인방이 있다. 조혜민(신일초6), 강지윤(안곡초5), 정유진(신촌초3) 양이다. 
 유진 양은 “체킹(몸싸움) 할까봐 무섭기도 하지만 아이스하키 하면서 겁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혜민 양은 스케이트를 잘 타게 된 점이, 지윤 양은 튼튼해져서 아이스하키를 좋아한다. 
 “까부는 남자애들을 혼낼 수 있게 됐다”는 유진양의 말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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