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라 양과는 여름방학 때 대원외고에서 마련한 영어나눔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듣기와 문법 등 영어공부 요령을 알려주며 ‘you can do'' 정신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는 ‘꼬마 선생님’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즐기면서 승리하자 ‘락승(樂勝)’이 제 좌우명이에요. 씩씩하게 말문을 연 김양은 어릴 때부터 ‘글과 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교내외 각종 글짓기대회, 영어말하기나 토론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사춘기, 지독한 성장통을 겪다
어릴 때부터 ‘엄친딸’이었냐고 넌지시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서울대에 다니고 있는 언니는 모든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넘을 수 없는 벽’이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언니만큼 못하고 늘 비교 당했으니까요. 치기어린 반발심이 생겨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간 지독한 사춘기를 보냈어요.” 김서라가 아닌 ‘00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싫어 일부러 엇나간 행동을 했다고. “시험 기간에 가수 팬 사인회에 가거나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건방지게 말대꾸해 학생부에 불려가 호되게 혼도 났지요.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라 성적은 곤두박질 쳤죠.”
흔들리는 김양을 잡아준 사람은 엄마였다. “늘 나를 감싸주었던 엄마까지 어느 날 네 인생 이제부터 네가 알아서 살라고 싸늘하게 말하셨어요. 내겐 마지막 보루였던 엄마의 반응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이제 내 편은 없구나.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뭐가 될까? 정신이 번쩍 들었죠.”
좌충우돌 ‘내 스타일 공부법’을 찾다
다시 책을 잡았다. 하지만 한번 ‘놓았던’ 공부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마침 옆자리 앉은 짝꿍이 전교 1등이었다. 공부법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틈틈이 노트 필기한 것 까지 슬쩍 엿보며 벤치마킹했다. “매일매일 공부 스케줄 짜서 목표만큼 하지 못하면 잠을 줄였어요. 일주일 동안 다섯 시간만 잔적도 있어요.” 지독하게 공부하니 성적은 쑥 올랐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터졌다. “2학년 때 같은 반에 ‘노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긴 뒤부터 왕따가 돼버렸어요. 나중에는 함께 급식 먹을 친구도 없어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죠.”
심적으로 외롭고 힘든 시기에 공부가 버팀목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중3이 되자 외고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함께 외고입시를 준비한 학생들 중에 내가 실력이 제일 좋지 않았어요. 의기소침했죠. 때마침 TV 무릎팍도사에 나온 양준혁 선수가 ‘꼴찌가 일등을 이기는 스포츠가 야구’라는 말을 했어요. 순간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지요.”
김양은 ‘꼴찌가 일등을 이기는 시험이 외고 시험이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시험공부에 올인했다. “면접에 강한 장점을 살려 예상 질문을 뽑아 틈날 때마다 답변을 중얼거렸죠.” 시험 전 열흘 동안 문제집을 스무 권을 풀만큼 독하게 공부했다. 결과는 합격. “내 식대로 준비하니까 되는 구나 자신감을 얻었죠.”
좌충우돌하며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를 찾아낸 김양에게 효율적인 공부법을 물었다. “수업시간에는 집중해 들으며 연습장에 중요한 키포인트만 메모하면서 공부의 맥을 잡아요. 그런 뒤 자율학습시간에 배운 내용을 되새기며 노트정리를 해요. 참고서를 찾아 보충설명도 적지요. 마지막으로 공부한 내용을 혼자서 소리내가며 설명하다 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문과 성향의 김양은 고교 입학 후 수학 때문에 고전했다고 털어놓는다. “문제만 많이 푼다고 점수가 나오질 않았어요. ‘양치기’ 보다는 질로 승부하자고 방향 전환을 했어요. 진도가 더디더라도 ‘수학의 정석’부터 정확하게 이해한 뒤부터 자신감이 붙였죠.”
‘why not?'' 노력하면 길은 있다.
도전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why not''의 마음가짐으로 부딪치는 김양의 자세는 고교 생활 내내 빛을 발하고 있다. “입학 후 바로 열린 신입생 환영회 자리 때 다들 서먹했어요. 손을 번쩍 들고 자청해서 뽕짝을 부르며 남자선배와 ‘돌리는 춤’까지 추며 흥을 돋우었어요. 내 인상이 강렬했는지 임원선거에서 회장에 뽑혔어요.” 이런 식으로 학생회 임원, 유엔동아리 의장 등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맡으며 본인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다.
우리 역사와 세계사에 관심 많은 서라양의 장래 꿈은 ‘아시아 전문가’. 얼마 전 자매학교인 일본 게이오대 부속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뒤 목표가 더욱 뚜렷해 졌다. “게이오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확정되다 보니 입시부담이 없어요. 스포츠나 각종 동아리 활동 뿐 아니라 관심 분야 공부도 밀도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참 부러웠어요. 또래 일본학생과 아시아 역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시각차가 컸어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엔 미래아시아인대회에서 전체 2위상도 받았다. “최종 시험은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영어와 일어로 PT를 하는 거였어요. 평창올림픽 프리젠테이션을 한 나승연 대변인과 김연아 선수의 PT 영상을 1백번 넘게 보며 준비했죠.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아 기뻤어요.” 꿈을 향해 차근차근 달려가는 김서라 양의 야무진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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