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기가 어렵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술 끊기를 시작하기가 어렵고, 더 자세히 말하자면 처음으로 그런 마음을 먹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는 것이 맞다.
술을 끊는다는 것은 병든 신체 부위를 수술로 끊어내는 것 같이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긴 기간 동안의 특정 행동의 지속적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몇 년째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술을 완전히 끊었다’ 라고 완료형으로 말하기 어렵다. 단주가 꽤 오래된 사람들은 단주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여 치료에 꾸준히 참여한다. 이제 갓 단주를 시작한 초심자들이 의아해 하여 물어보면, “아직 끊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처음 단주를 하고 나면 모든 것이 좋다고 한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몸이 가뿐하고 머리가 맑아져서 날아오를 것 같다고 한다. 충분히 숙면하고 가뿐하게 깨어난 아침이 청량하다고 한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간밤에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실수로 불안하여 상대방의 눈치만 살피던 데서 해방되니 마음이 너무나 자유롭다고 한다. 배우자와 자녀들과 사이가 좋아지니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좋아져 행여 이런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왜 단주를 선택하기를 주저하는가?
단주 선배들이 전하는 획기적이고 긍정적 변화들이 구구절절 자신에게도 절실하건만, 여전히 단주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모든 선택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포함한다. 선택을 하는 것은 이 둘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여 무언가 얻기를 바란다면, 동시에 그러한 선택을 함으로써 잃고 버려야 하는 다른 무엇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획득하기 위하여 선택을 하였다면, 동시에 그렇게 선택하지 않으면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단주로 얻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자면, 음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은 포기해야 한다. 술로 누렸던 쾌감과 긴장 회피와 그 익숙함을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면서, 단주로 얻는 건강과 안정과 행복을 바란다면 공평하지 않다. 단주생활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저것 원하는 바를 모두 가지려고 고집하는 것은 유아적이다.
단주 선택이 어려운 것은 잠깐일지라도 알코올이 주는 긍정적 효과 없이 살아가기가 두려운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과 동료들의 지지 속에 일단 단주를 시작해보면, 결코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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