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사람들 - 조각보 작가 정영자 씨

“꿈과 환상의 바늘여행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역내일 2011-09-14

지난 91년부터 만들어온 116점의 조각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부천의 여성이 있다. 서양화가 정영자(69) 씨. 그녀는 19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정영자 작품전 ‘꿈과 환상의 바늘여행’의 주인공이다. 20년 간 만든 조각보에 자신의 영혼을 담았다는 그녀를 향해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은 “바느질로 이어진 길이 우리를 감싸줄 어머니 품 같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됐다”고 평했다. 지금, 그녀가 엮어온 인고의 조각보 세월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첫 번째 부천영화제와의 인연
1997년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피판, PiFan)는 정영자씨에게 남다른 인연이 찾아온 해다. 당시 고려대학교에 다니던 그녀의 막내딸이 5개 국어를 할 줄 알았다. 그 딸은 첫 번째 피판에서 VIP 통역사로 활동하게 된다. “당시 제 딸이 피판의 영화감독들과 인사동에 갔었어요. 거기서 내 어머니의 보자기 작품이 있다고 했대요. 즉시 보자고 하더래요.” 그녀는 감독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그곳에 참석했던 퀼트 디자이너 마리 엘렌은 정 씨의 조각보를 보고 ‘잠자리 날개 같은 실크로 만든 한국의 조각보는 내가 만든 퀼트보다 훨씬 멋진 작품’이라고 찬사했으며 2005년 큰 딸의 결혼식이 열렸던 캐나다 몬트리올까지 찾아와서 ‘이제 서양그림은 그만 그리고 보자기를 만들라’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인 영화감독까지도 ‘화가인 몬드리안도 당신을 못 쫒아올 거다. 조각보 작품을 들고 해외에 나가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을 보내고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기존에 배운 색채학과 더불어 염색을 공부하고 색감의 균형을 익히면서 꾸준히 조각보를 만들어 온 거예요.”
   
혼신 다해 준비한 100점의 조각누비
“100개를 만들면 전시회를 열자!” 정 씨는 혼신을 다하겠다고 기도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눈 뜨자마자 1cm, 2cm 크기의 비단 천을 한 땀 한 땀 이어나가는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새벽에 일어나면 해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일했다. 하다가 힘들면 장롱 깊숙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작품을 찔러 넣었다가도 일주일이 못 가 꺼내 들었다.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자꾸만 떠올라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 시작은 흰 종이를 책상에 붙이면서 시작해요. 먼저 작품 크기를 결정하죠. 작은 종이에 구상한 디자인을 놓고 조각 크기를 일일이 계산합니다. 그런 뒤 중심 색 주변에 맞는 색을 배열해 나가죠. 디자인 하는데 7일 쯤 걸리고 완성하려면 한 달이 넘어가요.” 2010년 10월, 그녀는 드디어 100점을 완결한다. 그 답 조선일보 미술관에 전화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내내 생각해왔던 장소였다. 그런데 미술관 관계자는 경력 없는 작가의 작품은 전시가 불가능 하다고 했다. “보자기 13점을 곱게 다림질 했어요. 미술관에 쫒아가서 2시간 동안 브리핑했고 작품을 보여줬지요. 그래도 안 된댔어요. 전시 후 유럽전을 열 거다, 작품이 좋다고 생각하면 연락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나 허락 메일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조각보 들고 외국으로 나간다   
"150평의 저 미술관에 어떻게 다 전시하지... 아무나 하는 전시회가 아닌데.." 허락이 나자 머리가 무거워졌다. 어지럼증이 일어났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 뒤 퇴원한 그녀는 3개월 간 밤낮 작업으로 양단 사각형 2650개를 모은 대작(250X170cm)을 완성한다. “평소 같으면 1년이 걸려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완전히 신이 들려 있었어요. 정영자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요.” 이전에 만들었던 왕의 보자기를 모델로 한 이 작품은 꽃밭 같다. 알록달록 오방색이 섞인 천 조각들이 환상적인 이미지를 발산한다. 그녀의 한국식 패치워크(조각누비) 작품을 본 사람들은 ‘사람 손으로 바느질한 것 맞아?’, ‘실크 스크린으로 찍은 것 같아’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꼼꼼한 그녀는 이번 전시회를 혼자 준비했다. “전시회 끝나면 휴식한 뒤 유럽과 캐나다 등 외국 전시회를 열거예요. 그 날은 우리의 조각보가 세계적으로 선보이는 날이 될 것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 조각보 작가 정영자 씨
1942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를 졸업, 중앙여고 미술교사 역임. 1983년 싱가포르 불란서 문화원 초대 개인전, 1999년 주한 일본문화원 국창회 회원전, 2008년 예술의 전당 한국미술협회 회원전 개최. 한국미술협회, 일본 국제미술 창조회, 파리국제예술회 회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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