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유치에 나선 수도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학들의 도를 넘는 행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지역개발의 보증수표로 통하던 대학유치가 오히려 지자체 도시계획에 혼선을 주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
◆파주시 “법적 책임 반드시 묻겠다” =
이화여대가 캠퍼스 추진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시. 시는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파주시는 지난 5년간 추진해온 도시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파주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시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우롱’ ‘참담’ ‘분노’ 등 격앙된 단어가 모두 동원됐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법적 당사자인 이대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법정은 물론 매일 이대 앞으로 가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캠퍼스가 예정돼 있던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월롱면 영태리 주민들로 구성된 ‘이대유치 시민추진위원회’는 19일 이대 정문 앞에서 ‘이대 파주캠퍼스 건립 촉구 및 조성포기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강행했다.
서창배 시민추진위원장은 “이대는 파주캠퍼스 포기를 사죄하고 다시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이대는 그동안 주민들이 입은 재산권 제한 등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수년간 학원용지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대 검단캠퍼스도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와 중앙대는 지난해 2월 검단신도시에 대학과 대학병원을 짓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로 들어선 송영길 인천시장이 이 양해각서를 문제 삼았다. 문제가 된 각서 내용은 인천시가 중앙대에 건립비용 2000억원을 지원하고 그나마 학교부지 토지대금도 중앙대 안성캠퍼스를 매각한 뒤 납부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막대한 부채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 형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파국원인, 학원 역할보다 수익사업으로 접근하기 때문” =
지자체가 대학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대학만큼 대규모 소비집단을 짧은 시간 안에 모을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지역개발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의 요구가 도를 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특혜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지자체는 대학의 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파주시가 대표적 사례다. 파주시는 그동안 캠퍼스 조성의 발목을 잡던 땅값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당초 국방부가 제시한 땅값 1700억원을 1114억원으로 떨어뜨렸고 이대가 요구한 652억원과의 차액도 경기도가 보전해준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이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수포로 돌아갔고 해당 지역 도시계획은 새로 짜야할 판이다. 더구나 포기설이 나온 이후 제대로 된 면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역개발에 목을 맨 지자체 단체장들도 도마에 올랐다. 인천시는 지방선거 직전 전임 안상수 시장이 맺은 양해각서를 두고 “선거를 위해 불평등 각서를 체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대학유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학들이 학원의 역할보다 장기적 수익사업 차원으로 캠퍼스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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