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훈장의 강원도 철원 ''한민족예절학교''

천방지축 악동들, 일주일 만에 예절맨 만드는 이곳

지역내일 2011-08-22

한옥 처마 밑에서 아이 둘이 손을 들고 있다. 살짝 물어보니 주먹다짐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걸렸단다. 그런데 벌을 서고 있는 이 녀석들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서로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고 주장한다. 여기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높은 산뿐이다. 인가  하나 없는 이곳에서 도시 아이들이 복작이는 걸 보면 무슨 사연이 있음에 틀림없다. 저만치서 도포에 망건을 쓴 어른이 수염을 휘날리며 온다. 아이들이 두 손을 배꼽 쪽에 공손히 모으고 인사를 한다. "훈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이 양반 어디서 많이 봤다했더니 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청학동 김봉곤 훈장(44)이다.
철원에 뿌리를 내린지 3년째란다. 그가 운영하는 한민족예절학교를 둘러봤다.  


효와 예절 가르치는 전통서당교육
서울에서 철원을 향해 달린 지 1시간 30여분, 자동차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로 접어들었다. 김봉곤 훈장에게 찾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큰 소리쳤지만, 이내 길을 잘못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적하고 험한 길이 이어지길 한참, 문득 여러 채의 전통 한옥이 눈앞에 나타났다.
"임꺽정 산채 같은데." 동행의 농담에 한바탕 웃으며 입구로 들어섰다. 청량한 바람과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우리를 맞는다. 초등생 또래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배꼽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한민족예절학교''다. 청학동에서 20여 년간 몽양당예절학교를 운영했던 김봉곤 훈장이 세웠다. 청학동을 떠난 이후로 김 훈장은 오랫동안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전인교육의 장을 찾아다녔다. 녹음 우거진 계곡과 천수봉에 둘러싸인 이곳은 김 훈장이 6년을 돌아본 끝에 발견한 자리라고 한다.
예절학교는 2008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약 1만6500제곱미터(5000여 평)의 부지에 학사, 생활관, 강당, 정자, 누각 등 한옥 16채가 들어서 있다. 300여 명이 동시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입교생들은 이곳에서 전통서당교육을 받는다. 효와 예절을 배우고 전통문화를 몸에 익히는 체험학습이 이루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아독존(?兒獨尊) 시대
"대한민국은 유아독존(?兒獨尊) 시대다" 녹차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자리에서 김 훈장은 세태를 걱정했다.
"요즘 시대는 유아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유아들이 가정을 끌고 학교를 끌고 사회를 끌고 간다. 모두 그들 앞에서 끌려가고 있다. 미성년이 뭐냐, 못할 미(未,) 이룰 성(成이)다. 지적으로,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교양적으로 모든 면에서 성숙하지 못한, 완성되지 못한 상태라서 미성이다. 절대적인 교육이 필요한 대상인데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엄청나게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요즘 애들 합리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 이기주의자들일 뿐이다." 
그는 지리산에서 교육할 때보다도 요즘 아이들이 더 배려심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배려하지 않는 게 아예 기본이 되었단다.
"배려란 짝 배(配), 생각할 려(慮). 짝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짝은 그냥 짝이 될 수 없다. 서로 마음에 들어야 짝이 된다. 짝 사이에는 참여도 있고 규칙도 있고 인내도 있어야 한다. 서로 기다려주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짝이 되는 거다. 부모?자식, 선생?제자, 직장 동료가 서로서로 좋은 짝이 되려면 그 사이에 예절이 있어야 한다. 예절의 큰 정신이 배려다."
그런데  여기 오는 애들 대부분이 남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한단다. ''너는 너고 나는 나, 부모는 부모고 나는 나''라는 식이다. 내 집 자식, 남의 자식 할 것 없이 이기주의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고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무엇을 심어주고 있나."
그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적이 최고라고 가르친다. 인성과 예절교육은 뒷전이다. 효나 예는 올바른 가치로 대접받지도 못한다.


부모는 아이를 비추는 거울
김 훈장은 아이들이 해가 갈수록 산만해 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얄팍하고 말장난하고 현란하고 반짝거리기만 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을 해서, 과정도 빨리 가고 결과도 빨리 내야 되고 이렇게 주마간산 격으로 가다보니 애들이 산만하다고 말한다.
수업 시간에 애들을 보면 정신이 없다. 눈이 왔다갔다 돌아다니고 손을 가만히 두지를 못한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손 모아서 무릎에 가만히 두어라. 그것이 앉는 예절이니라, 손 예절이니라, 손도 예절이 있어, 교육을 시켜야 돼. 지금 손장난하는 시간 아니니까 가만히 두는 것이여" 하고 가르치면 "네~~~" 대답하고는 5초도 못가서 다시 움직인단다. 선생이 정신이 산만해져서 교육을 못할 지경이라는 거다.
김 훈장은 이를 정적인 교육이 없고, 아이들이 재미와 흥미 위주의 교육에만 길들여진 탓이라고 진단한다.
"애들이 재미없다고 말하면 거기서 스톱시킨다. 그렇지만 재미와 교육과 진리와 철학과 흥미는 서로 다른 거다. 구분을 해야 한다. 교육을 재미로 하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럼 게임하고 오락하지. 교회에서 목사가 설교를 재미로 하나, 절에서 스님이 부처님 말씀을 재미로 하는가. 재미로 들으러 가는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진리는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 하는데 애들이 재미없다고 외면한다. 그러니 참지를 못하고 깊이가 없다."
김 훈장은 이를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랑 통화해보면 아이의 모습이 어디서 왔는지 금방 알게 된다. 부모가 더 못 참는다. 아이가 입교한 날 저녁부터 전화를 걸어오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가 다치지는 않았나, 밥은 잘 먹나, 양치질은 하나, 용변은 봤나, 때리는 아이들은 없나…." 그러면서 하루 일정을 수시로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못하든 잘하든 보냈으면 맡겨놓고 지켜보면 될 텐 데 그러지를 못한다. "부모는 형체요, 자녀는 그림자다. 형체가 올바르면 그림자도 올바르고 형체가 올바르지 못하면 그림자 또한 올바르지 못하다."
교육기간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달라질까. 김 훈장은 "편식을 고치고 인내심이 늘고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부모들도 70퍼센트는 만족을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배우는 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습관이 되도록 만드는 건 가정"이라고 말한다. 배운 것을 아이가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가 지속적으로 돌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라고 아이가 공손하게 인사하는데 ''야, 너 징그럽게 갑자기 왜 이래'' 하고 반응하면 아이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겠나."


명심보감 배우며 사람의 도리 깨달아
예절학교의 주 교육대상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다. 수도권에서 많이 찾아온다. 기초생활예절을 비롯해 사자소학(四字小學),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우면서 부모님의 은혜, 자녀의 도리, 사람의 도리 등을 깨닫게 한다. 효를 배울 때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다. 한시(漢詩)와 민요를 배우는 시간도 있다. 옛 선비들의 몸 관리 예절, 전통배례법(큰절, 평절), 전통한복 입기, 다도(茶道) 등도 체험한다. 자연체험학습으로는 야생화관찰, 곤충관찰, 약초 캐먹기, 계곡 답사 등이 있다.
프로그램은 ''단체체험'' ''가족 1박 2일 체험'' ''방학선비체험''이 있다. 학기 중에는 단체와 가족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방학 때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7박 8일 프로그램(37만원), 14박 15일 프로그램(69만원)이 진행된다.
추가프로그램도 있다. 판소리, 자연을 이용해 직접 만들기(활, 새총 등), 가마솥에 밥 짓기, 전통무예, 옥수수 따기, 두부 만들기, 떡 만들기,  김봉곤 훈장이 들려주는 전설의 고향 등이다.
입교생들은 예절학교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만화책이나 핸드폰, 게임기, 위험물품 등은 가지고 올 수 없다. 교육기간 동안 부모와의 통화는 한번만 허용된다. 큰 빨래는 세탁기를 이용하지만 작은 빨래는 아이가 직접 손빨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의, 질서, 규칙을 되풀이해서 지키지 않으면 담임예사나 김 훈장이 회초리로 다스리기도 한다.


문의: (033) 458 - 1234
홈페이지: http://www.ichunghak.com
위치 :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2리 우복동
<입교? 퇴교 시의 셔틀버스 안내>
잠실종합운동장역 1번출구 - 입교당일 출발시간 12:30분경, 퇴교당일 도착시간 10:10분경
광화문역 1번출구 - 입교당일 출발시간 11:40분경, 퇴교당일 도착시간 11:00분경
비용 : 왕복 4만원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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