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응웬 티 김톼(25·성거읍)씨는 추석이 외롭다. 시부모님도 안계시고 딱히 인사 갈 친척도 없다.
그래도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전을 부친다. 송편은 집에서 만들 자신이 없어 떡집에서 사다 먹는다. 남편이 교회에 다녀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 시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간다.
김톼씨는 추석이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가는 한국 사람들이 부럽다. 친정이 가까이 있었으면 아이들과 인사도 가고 송편도 나누어 먹을 수 있을 텐데 집에만 있으려니 조금 허전하다. 그래서 추석이면 고향의 명절이 더욱 그립다.
김톼씨의 고향 베트남에도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다. 중투(Trung Thu)가 바로 그날이다. 중투는 추수감사의 의미도 있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날처럼 어린이를 위한 명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이 명절’이라고 부른다.
“베트남 사람들은 중투에 ‘빤중투(Banh Trung Thu)’라는 음식을 먹어요. 커다랗고 둥그런 빵 안에 여러 가지 속 재료가 들어가는데 저는 고기와 계란이 들어간 게 좋아요. 가격은 한국 돈으로 1만 원 정도인데 베트남에선 꽤 비싼 빵이에요. 그래서 빤중투는 명절에만 먹어요.”
어린이 명절인 만큼 이 날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이 날 부모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기도 하고,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한다. 저녁이면 등을 만들어 밖으로 나와 행진한다. 이날 베트남 거리는 수많은 등과 사람들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김톼씨가 한국에 온지는 5년. 남편 백남진(44)씨와의 사이에 백초롱(5), 백사교(3) 남매를 두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김톼씨는 모든 게 좋았다. 착한 남편도 좋았고, 베트남 친구들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친구를 통해 이화국제부인회를 소개받아 한국어랑 요리, 컴퓨터도 배웠다.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법, 남편과 대화하는 법 등도 교육받았다. 모두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물가는 감당하기 힘들다.
“남편 벌이만으로 한국에서 살기 너무 어려워요. 가끔 이것 때문에 남편과 다투기도 해요. 베트남에서는 밖에 나가면 야채나 물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월급이 적어도 생활이 어렵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모든 게 너무 비싸요. 이번 추석에는 물가가 더 비쌀 거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빨리 일자리를 찾고 싶어요.”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 김톼씨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문제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데 엄마인 제가 한국어를 잘 못하니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큰 걱정이에요. 한국 정부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수줍은 듯 하지만 영민한 김톼씨가 한국어 통역사의 꿈도 이루고 아이들 교육문제도 잘 헤쳐 나가길 보름달을 보며 빌어본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