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46·서구 도마동)씨는 추석이 다가오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박기수씨는 “아버지가 간암 말기가 되도록 몰랐던 불효자란 생각에 괴롭다”고 말했다.
최송이((42·중구 문화동)씨는 지난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친정어머니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식이 다섯이나 되는데 어머니 혼자서 백내장 수술을 받도록 방치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김광일(39·대덕구 법동)씨는 며칠 전 벌초를 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아버지가 틀니를 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수차례 수술을 한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를 전혀 신경 못 썼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를 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 된 김광일씨는 이번 추석에 형제들이 모이면 상의를 해서 아버지께 임플란트를 해드릴 생각이다.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드리지 못한 걸 뒤늦게 후회하는 자식들이 많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바빠서, 때로는 자식이 걱정할 까 봐 ‘아픈 데 없다’는 부모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병이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처럼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이번 추석에 그동안 소홀히 했던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추석선물로 부모님께 건강검진을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각종 노인성 질환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건강보험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지출 분석’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4.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회복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보다 더 신경을 써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된다.
대전 반석동 박붕연내과의 박붕연 원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뇌졸중이나 치매,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뇌 및 심혈관계 질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건강검진을 받게 되면 암을 비롯한 각종 뇌·심혈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을 해드리고 싶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에서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들을 상대로 매년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용하면 좋다. 이미 올해 사업을 시행한 중구를 제외한 4개구의 해당 노인들은 동주민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 관계자는 “부모님께 건강검진을 선물해 드리려고 한다면 먼저 부모님의 생활습관과 현재 건강상태를 눈여겨보고 기본적인 건강검진 외에 필요한 검진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 검사와 2·3위를 차지하는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에 대한 정밀 검사를 추가로 받도록 해드리면 좋다.
평소 반주를 즐기는 부모님은 간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서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알아차릴 방법이 없으므로 미리 검진을 받아야만 된다. 간암 치료를 받았던 부모님이라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신경 써야 한다. 간암 치료 후 2년까지, 1년에 2번씩 보험 적용되는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게 해드리면 좋다.
어머니들이 받아야 할 추가 검사는 자궁 초음파 검사를 비롯해 유방암 검사, 골다공증검사와 같은 여성 정밀 검진이다.
60세 이상이면 치매 무료검진 받을 수 있어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8.9%가 치매환자로 집계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치매에 대한 조기검진도 해야 된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병이지만, 조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조기 검진이 꼭 필요하다.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치매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보건소마다 운영되고 있는 치매 상담 센터에서 치매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는 거점병원에서 무료로 정밀 검사와 확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실명 막으려면 안과 검사도 반드시 받아야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할 때 실명될 위험이 있는 안과 질환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노인성 안과 질환으로는 백내장, 녹내장, 노인성 황반변성증이 있다. 백내장은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시력이 회복되지만, 녹내장과 노인성 황반변성증의 경우엔 실명이 될 수 있다.
대전 둔산동 맑은눈 안과 이종현 원장은 “녹내장은 안압을 잘 조절하여 더 이상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평생 실명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원장은 “노인성 황반변성증도 조기에 발견하면 실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치료를 통해 실명 시기를 늦출 수는 있으므로 반드시 체크해야 된다”고 말했다.
밥심으로 살아야 되는 부모님들이 치아 때문에 받는 고통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손상된 치아를 치료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전 가양동 이상대 치과의원의 이상대 원장은 “노인들은 이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얼굴형의 변화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자녀들이 부모님의 치아 치료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