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종률 대표(가장 왼쪽)와 동호회원들이 전통주를 거르고 있다
''아름다운 빛깔, 전통주 빚기'' 강의실에선 한참 발효 중인 듯한 술향이 번지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여러 가지 전통주를 시음하며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하종률 대표가 "막걸리가 어느 나라 술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왔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암말 없이 웃자 하 대표가 말했다. "지금 유통되는 막걸리는 우리 전통술이 아니에요.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술이죠."
하 대표는 "막걸리가 원래 우리 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시키려고 물을 섞어 희석시킨 지금의 막걸리가 대중화되어 있다"며 유감스러워했다. 일제 때 전통주를 계승하지 못하고 단절되는 중에 근대의 막걸리가 생기면서 우리는 이 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 더욱이 2009년 즈음에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주류업체들이 너도나도 혀끝을 당기는 대중적인 막걸리 생산에 집중했다.
전통주는 물을 섞지 않거나 아주 소량만 첨가하여 빚는다. 배꽃이 필 때에 만든다고 하여 이화주라는 이름이 붙은 전통주는 떠먹어야 할 정도로 걸쭉하다. 재료도 쌀과 누룩 등 약재와 천연재료 이외에는 합성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전통주는 알코올 도수도 18도 내외로 높고 토종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색깔, 술 빚는 계절과 재료 등에 따라 다양하게 이름을 짓는 전통주는 공장에서처럼 대량생산하기 어렵다. 가양주라 해서 집집마다 술을 담아 익히니 ''빚는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하종률 대표는 "전통주는 요즘의 술 문화처럼 과음하는 문화가 아니다. 반주 또는 약주라 부르고 제를 지낼 때 쓰는 귀한 음식의 개념이었다. 물을 섞은 저가의 막걸리가 유통되다 보니 희석하지 않은 전통주의 가치가 함께 격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하 대표는 한식조리산업기사와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을 가지고 복어요리 전문점 ‘까치복집’을 운영하면서 이젠 강의를 나갈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다. 그는 “25년째 복요리를 하다가 우리 집만의 술을 만들어보고 싶던 차에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강좌에 전통주 빚기 프로그램이 있어 주저 없이 등록해서 1년이 돼간다"고 했다.
“전통주는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그 다양함과 깊이와 맛에 매료됩니다. 저는 우리고유의 전통주 제조과정을 알리고 싶어요.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200~300배나 많고 마셔도 속이 편해 뒤끝이 없고 항암효과도 있어 몸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더 좋은 술이지요." 하종률 대표는 전통주 칭찬에 침이 마른다.
하 대표는 더불어 "우리 술이 세계화가 되려면 전통주 제조가 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통주의 맛과 멋은 와인, 사케, 브랜디에 절대 뒤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며 이는 사명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대중화보다 고급화가 더 세계적”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종률 대표는 자신을 전통주 빚기에 흠뻑 빠지게 한 오승철 교수를 통해 곧 대전 전통주동호회 술마루를 만난다. 하 대표가 소속된 천안팀은 대전팀을 만나 전통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동안 빚은 술을 서로 나누고자 열심히 술을 빚고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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