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원자력 의학원 암예방 건강증진센터
김민석 병리과장
홍국, 헤마토코쿠스,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스피루리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까?
모두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약청)이 자료를 심사한 후 그 효능을 인정한 ‘기능성 원료’다. 현재 영양소 28종, 당류 21종, 지방류 13종, 터핀류 5종, 페놀류 5종, 미생물류 2종, 단백질류 1종 등 모두 75종의 물질이 기능성 원료로 등록되어 있다. 이런 기능성 원료를 가지고 만든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심의, 허가, 유통 및 판매 등을 국가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현재 만 팔천여 종의 국내제품과 만 오천여 종의 수입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2010년 이들 제품의 생산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으며, 소비자 가격기준 시장규모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기능식품은 어떤 효능이 있을까? 식약청에서는 효능을 다음과 같은 11가지로 분류하였다. 장건강, 콜레스테롤개선, 혈행개선, 혈압조절, 체지방감소, 혈당조절, 항산화, 면역기능, 뼈와 관절건강, 인지능력, 치아건강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건강기능식품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것인가?
서양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식이보조제 (dietary supplement)라고 부른다. 서양사람들이 제일 즐겨 먹는 보조제는 비타민과 항산화제인데 그 동안 ‘보조제가 암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기대 속에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에 사용된 비타민이나 항산화제들은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암예방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임상연구들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기대했던 암예방효과를 보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카나다 연구팀이 비타민E, 셀레늄, 콩의 전립선암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 하였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의 남자 300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 중 절반 (실험군)은 비타민E를 하루 권장량의 35배, 셀레늄을 4배, 콩 40그람을 매일 3년 동안 복용하였고, 나머지 절반 (대조군)은 비슷하게 만든 밀가루를 복용하였다. 연구팀의 기대와는 달리, 전립선암이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똑같이 발생하였다. 이 연구팀은 이전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셀레늄과 비타민E의 전립선암 예방효과를 연구한 바 있다. 셀레늄과 비타민E의 글자를 따서 SELECT라고 불렸던 임상시험에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모두 3만5천명이 참여하였고 연구비도 1300억원이나 투입되었다. 막대한 인원과 연구비가 투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암예방효과가 전혀 없음을 2009년에 보고하여 당시 많은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식이보조제를 이용한 암예방연구는 현재에도 세계 각지에서 계속 진행중이다.
기능성원료를 함유하고 있는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으면 분명히 암이 예방된다. 하지만, 이런 과일과 야채에서 추출한 기능성원료로 임상시험을 했을 때는 모두 실패하였다. 왜 그럴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현재 고민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수수께끼가 풀릴 동안 암예방효과가 확실히 알려진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면 된다. ‘돈으로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세상의 진리가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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