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 즐기는 연꽃의 향연

잦은 비로 개화시기 한 달 늦어져, 맑고 은은한 향기 일품

지역내일 2011-08-31

‘연꽃은 6월말부터 7월말까지가 한창’이라는 정보를 밑천으로 시흥 관곡지를 찾아 간 것이 지난 6월. 안산에서 20여분 거리밖에 안되는데 ‘발밑이 멀다’는 말처럼 좀체 나들이 기회가 없던 그곳을 마음먹고 갔다. 그런데 웬일로 연못과 연밭이 썰렁했다. 흡사 모내기하기 전 물 받아 놓은 것 같은 풍경. 사람들도 띄엄띄엄 있을 뿐이었다. 억지로 끌려 온 가족에게 미안해 ‘저기 오리가 있네. 여기가 금개구리 서식지래’ 하며 호들갑을 피웠지만 그들의 떨떠름한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연꽃의 ‘연’도 못보고 온 그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을까? 우연히 방송에서 지금이 연꽃의 절정기라는 멘트를 들었다. 잦은 비로 연꽃의 개화시기가 한 달 늦었다고 한다. 이번엔 정말로 연꽃을 ‘억수로’ 볼 것이라는 엄마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끝내 두 아이는 따라 나서지 않았다.


연꽃 가득한 세상- 관곡지
연꽃의 생육기간은 대략 한 달이라고 한다. 관곡지를 간다고 하자 지인은 원래 생육기간에서 1개월 늦어졌다고 하니 8월말까지는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 줬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것이 어찌 사람의 힘으로 되겠는가? 가는 도중 ‘꽃이 다 졌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관곡지 초입에 들어서자 양쪽 길가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가 ‘연꽃의 만개’를 암시적으로 알려 줬다. 지난 6월과 다른 풍경. 사람들은 인산인해였고, 휑하던 연못과 연밭에는 커다란 연잎이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사이사이 핀 아름다운 연꽃들.... 어렵사리 보게 된 꽃이라 더 반갑고 감개무량했다. 아쉽게도 축제기간은 끝난 상태. 하지만 곳곳에 축제의 흔적이 있어 연꽃 보는 즐거움을 보탰다. 지역 미술협회가 주관한 연꽃그림 페스티벌은 본격적인 연꽃을 보기 전에 그림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꽃을 볼 수 있는 기회. 전시된 그림이 족히 200개가 넘을 것 같았다.
   
''기다렸다 보니 더 반갑다‘는 말은 이곳을 찾을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인가보다, 3년째 이곳을 방문한다는 사동의 김모씨는 올해 연꽃은 다른 해 보다 풍성하진 않지만, 늦여름에 보는 연꽃도 색다르다고 한다. 그는 “8월말인데도 아직 봉오리가 있는 것을 보니 올해는 연꽃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홀로 고즈넉이 핀 연꽃이 나에게 ’세속의 유혹과 욕망에 연연 하 지 말고 잘 살아라‘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곡지는 연꽃 촬영지로 유명한 곳. 찾아간 그날도 제대로 장비를 갖춘 애호가들이 각양각색의 연꽃을 담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연 전문 사진사’라는 밝힌 한 시민은 범상치 않는 보랏빛의 저 연꽃은 가시연, 저기 진분홍색 꽃은 머리연, 사람 서넛이 앉을 만큼 큰 가시연은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이라고 알려줬다. 수녀님 두 분이 연꽃 감상에 여념이 없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관곡지는 조선전기 학자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들여 온 연꽃을 우리나라 처음 심은 곳이라고 한다.


화랑유원지와 습지공원에서도 연꽃이!
관곡지처럼 대규모의 연꽃 테마단지는 아니지만 안산에서도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화랑유원지와 사동에 있는 갈대습지공원. 화랑유원지에 심어 있는 노랑여리연꽃은 각종 매체에 심심찮게 소개되는 숨어있는 연꽃 명소. 분위기 있는 산책로를 따라 연꽃을 감상하며 맑고 밝은 연꽃 향기를 맡으면 몸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꽃은 해 뜰 때 개화를 시작해서 10시면 완전히 개화한다. 따라서 활짝 핀 꽃을 보고 싶다면 3시 이전에 가야 한다. 3~4시부터는 꽃잎이 닫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연꽃 감상 후 경기미술관의 ‘착한 광고, 으뜸광고’전 관람 여부는 옵션!
갈대습지공원에도 연꽃이 있다. 이곳의 특징은 갈대숲에 핀 연꽃을 볼 수 있다는 점. 하늘거리며 움직이는 갈대와 예쁜 연꽃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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