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로 진학하려니 주위의 만류와 설득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적성과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하고 싶은 발명을 실컷 하고, 좋아하는 컴퓨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
3년이 흐른 후 이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또래 친구들보다 일찌감치 사회에 진출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꿈을 이루어 간 당찬 이들, 지금 만나러 간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장재랑(삼일공고 졸, 서강대 전자공학과 1)
과학발명에의 도전은 계속 된다
어릴 때부터 과학상자와 놀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장재랑 군. 삼일공고 홍보에서 발명창작과(현 발명디자인과)에 대한 설명을 듣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과학자의 꿈을 품었던 그로서는 연구와 발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내신이 175점으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그가 삼일공고를 지원했을 때 선생님과 부모님은 만류했단다. 그러나 발명을 향한 집념은 변치 않았고, 진학 후에도 노력들은 지속됐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발명창작과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많은 발명대회에 참여했다. 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발명품을 연구하는 창작활동은 기쁨과 보람이 무척 컸다. 노력의 값진 대가였을까? 재랑 군은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인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2010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재량 군은 지난해 수시에서 특기자 전형으로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다. “일반고였다면 발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여러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죠. 대학 진학 때 입학사정관들은 소신을 가지고,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대학에서 1학기를 보냈다.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수업능력이 일반고 학생에 비해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르다. 부족한 과목은 따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열의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오히려 전공 중 전자회로 등 고교 때 배워 기초지식을 가진 과목들은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그는 또 다른 꿈을 갖고 있다. 발명을 계속하다보니 특허에도 관심이 생겼다.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 신청이 늦어 외국기업에 손해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전자기술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다음 변리사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잠깐의 흥미로 특성화고를 선택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고민을 통해 전문적으로 배워보려는 의지가 필수적이죠. 학교분위기도 일반고보다는 자유로워 시간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재랑 군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이호정(삼일상고 졸업 예정, 삼성전자 새마을금고 근무)
직장생활하며 자격증도 취득하고 대학 진학도 할 터
이호정 군은 중학교 3년 동안 영·수학원을 다니면서 반에서 10등 정도를 유지했다. 일반고에 가려니 수능이 부담스럽고 어중간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대신 평소 좋아하던 컴퓨터 과목이 있는 삼일상고를 지원했다.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지식을 쌓고, 내신위주로 공부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실 처음에는 좋아하기는 해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컴퓨터 과목에 많이 당황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진행하는 상업계관련 자격증 보충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전문지식을 쌓아 나갔습니다. 선생님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단순히 성적만을 위해서가 아닌 효율적으로 필요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웹-비즈니스과 졸업 예정인 호정 군은 금융권에 바로 취업하며 진로수정을 했다. 올해는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를 금융권 등에서 채용하고 있어, 모집 공고를 보고 우선 취업부터 하기로 결심했다.
학교에서는 모의면접실을 마련해 취업대비를 도왔다. 선생님과 모의면접도 해보고, 친구들과 같이 회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조사하고 토론도 하며 착실히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도 취업을 위해 회사에 대한 기본적 정보 파악, 경제신문을 통한 금융용어 습득,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작성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업계 고교에서 배운 것들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금융권으로의 진출이 기쁘다는 호정 군. “또래와는 달리 먼저 직장 경험을 쌓고, 내 힘으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어 흐뭇합니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자기발전을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선취업 후진학’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직장 선배들도 일이 끝난 후 자기계발과 금융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여러 공부를 하고 있더군요.”
취업이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직장에 복귀하면 업무와 병행하며 야간대학이나 사이버대학으로 진학할 생각이란다. 금융관련 자격증(텔러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등)도 취득해 전문금융인으로 거듭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나은희(수원정보과학고 졸업 예정, 트리엠 경영지원본부·기획재무팀 근무)
현장실무를 통해 무르익는 회계사의 꿈
중학교 성적이 중상위권이었다는 나은희 양. 처음 특성화고를 지원하려 했을 때 그 역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이었지만 가족들은 대학에 가기를 원했다. 은희 양은 자신의 소신대로 친구들과 함께 특성화고의 특성과 장점 등을 알아보며 정보과학고로 진학했다. 그가 다닌 학과는 U-비지니스과로 공업계와 상업계가 함께 있는 학교의 상업계열이었다.
1학년 때 처음 회계과목을 배웠는데 자신의 적성과 딱 맞았다. 2학년부터 창업코스와 IT비지니스코스로 세분되자, 회계를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창업코스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학교에는 기능반이 있어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다. 방과 후 밤10시까지 직접 풀고 계산하며 자기에게 맞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전산회계운영사 3급자격증, ITQ 마스터 등등 혼자 하면 어려웠을 자격증을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취득했다. 동아리 활동마저 ‘회계사랑’에서 활동하며 이론을 다져 나갔다.
그의 끝없는 회계 사랑, 왜냐고 물었다. “어렵기는 하지만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 때문에 재미있었어요. 여러 대회에도 참여해 교내의 산학전문동아리 활동우수표창장, 경기도 상업정보능력 경진대회의 회계실무부분 장려상 등도 받았습니다.” 진정 즐기는 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결과일 터.
은희 양은 현재 학교와 MOU를 체결한 중소기업인 트리엠으로 취업한 후 회계업무를 하고 있다. 기능반과 동아리에서 공부했던 회계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직장 선배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은 대학 졸업 후 다닐 직장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전 반대로 직장을 먼저 경험하고 대학생활을 나중에 하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회계과로 진학할 예정입니다. 회사에서도 야간대학을 다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세요.” 그는 필요한 회계 관련 전문자격증을 더 따고, 공인회계사가 되는 꿈도 품었다. 계속 실전에서 부딪히며 경력과 경험을 쌓아간다면 그 꿈에 한 걸음 다가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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