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효소연구가 김서진(52·신당동)씨에게서 맑고 곧은 기운이 느껴졌다. 한 평생을 바쁘고 강직하게 살아온 사람 특유의 힘이 있었고, 그 힘의 원천엔 자연이 있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교사로, 어린이도서연구회 교육연구국장으로, 한 회사의 임원으로 30여년을 쉼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리고 이제 발효효소연구가로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김씨가 살아온 그간의 삶을 되짚어 보면 발효효소연구가로의 변신이 놀라울 것은 없다.
“11년 전,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20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천안 신당동 시골마을로 이사했습니다. 천안에 정착해서도 한 회사의 부사장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죠. 그 와중에도 일주일에 세 번씩 인천으로 ‘동양섭생 자연치유교육사’ 과정을 공부하러 다녔어요. 또 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씨의 ‘평화가 깃든 밥상’ 마스터 과정도 수료했지요.”
이 기간은 육체적으로는 엄청난 강행군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큰 깨달음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자연과 명상이 김씨에게는 바쁜 삶의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이고 에너지였다.
발효음식에 대한 김서진씨의 관심은 이 무렵부터다. 평화가 깃든 밥상 마스터 과정 수료를 위해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발효효소 전문가 덕암 선생을 만났다. 덕암 선생은 발효효소에 대한 모든 것을 야생에서 몸과 감각으로 채득한 사람이다.
그는 재료와 설탕을 일대일로 섞어 만드는 효소는 진짜 효소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설탕물일 뿐이라고 했다. 덕암 선생의 말에 김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김씨는 진짜 발효효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덕암 선생은 진짜 효소란 산과 들에서 나는 제철 재료에 최소한의 설탕을 넣고 부패가 아닌 발효 상태로 끌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면 재료와 설탕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수시로 항아리를 열어 당도·향·숙성상태를 확인하면서 발효상태를 파악하고 설탕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모든 종류의 발효효소는 만드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각각의 재료마다 설탕의 양이 달라지고, 햇빛과 바람 등 자연 조건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지지요. 그래서 많은 시간과 공력이 필요합니다.”
발효효소와 사랑에 빠진 김서진씨는 올해 초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경남 사천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300여 평의 땅에 진흙으로 저온저장고를 만들고 수십 개의 숨 쉬는 항아리도 들여놨다. 그 항아리 속에서 김씨가 직접 채집한 산야초와 제철 과일, 채소가 익어가고 있다. 김씨는 “천안 집에 있으면 숨 쉬는 항아리 안에서 날마다 색과 향을 달리하며 익어가는 발효효소가 애인처럼 그리워 사천으로 달려가고 만다”고 했다.
“주부들이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제철 재료를 발효효소로 만들어 사철 내내 즐길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상품화된 음료수 대신 발효액을 마시게 하면 파는 음료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건강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효효소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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