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부양에 관한 블라인드 토크

함께 의논하며 합리적 방법 찾아야

지역내일 2011-08-29 (수정 2011-08-29 오후 11:19:45)

“부모는 장남이 모셔야 한다는 법 있어?”

“부모는 장남이 모셔야 한다.”
이는 모든 장남의 굴레다. 대부분 이 말을 법에 조항이라도 있다는 듯 당연하다고 여긴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장남이 부모 부양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김 모(52·천안시 성정동)씨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김씨는 팔순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있다. 어머니는 기력이 약해졌을 뿐 특별한 질환은 없어 큰 어려움 없이 모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한 마음은 아니다. 드러내 말하지는 못해도 늘 가슴이 답답하다.
더욱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부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맡기고 모르는 체 하는 동생들이 야속하다. “저라고 왜 어려운 게 없겠습니까. 사는 건 다들 비슷비슷한데 어머니 용돈마저도 모른 체 하는 동생들이 솔직히 섭섭합니다. 그런데 한 번씩 다녀가면 어머니의 하소연만 듣고 좋지 않은 표정으로 가네요. 자식이니 어머니를 모시는 건 당연하지만 장남만 자식은 아니잖아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이 모(43·천안시 불당동)씨는 맏며느리가 아니다. 얼마 전 어머님이 수술을 받으신 후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합가 이야기가 나왔다.
문제는 형님이 직장생활로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부모님께서 나이 드시면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모신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이씨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장남만 부모를 모시느냐”며 “장남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부모님을 모신다면 부모님 재산은 저희가 받아야지요. 재산은 장남이 받고 모시는 것만 하라고 하면 그건 못해요.”
김 모(여·80)씨는 아산 근교의 시골집에서 혼자 산다. 김씨는 특별한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이라 기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자식들의 서로 다른 주장 때문에 혼자 살기로 결정했다. “둘째가 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데 다른 애들이 반대하고 있어. 둘째가 함께 살면 논과 밭, 과수원, 시골집을 줄까 봐 그런 거지.” 김씨 역시 둘째와 함께 살고 싶지만 형제들 불화 때문에 포기했다. 김씨는 현재 하루 4시간씩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내가 왜 자식이랑 같이 살아!”

경제력을 갖춘 경우 굳이 자식과 함께 살지 않으려는 부모도 많다. 노 모(천안시 쌍용동)씨는 독자다. 부모부양에 대해 의논할 형제가 없다. 게다가 아직은 부모님께서 젊으셔서 부양은 아직 먼 이야기다. 부모님 역시 “너에게 기대지 않고 알아서 살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연로하셔서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필요할 때는 함께 하는 것이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여긴다. “저야 혼자니까 약간 부담이지요. 하지만 형제가 있다면 큰 아들, 작은 아들, 딸 등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경제력이 있거나 형편이 좀 더 나은 자식이 모시고 사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많으면 돌아가면서 모시는 방법 등도 있지 않을까요.”
박 모(72·천안시 동면)씨는 “왜 자식과 함께 사느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따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박씨는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대신해 손자 2명을 키운다. 맞벌이를 해야 하니 아이를 돌봐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끝내 뿌리치지 못해서였다.
남편은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고 박씨는 아들 집에서 산다. 은행에 근무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살림까지 도맡아 한다. “예쁜 손자 놈 보는 재미도 좋지만 혼자 지내는 남편과 같이 있지 못하는 것도 걸리고 솔직히 이제는 아이들 돌보는 것도 힘에 부쳐요.”

“딸은 자식이 아니야?”

박 모(천안시 신방동)씨는 “부모부양에 관해 딸은 큰 소리를 낼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요즘은 아들 딸 모두 소중하게 키우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친정 일에는 신경을 못 쓰니 속상해요. 시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면 친정에는 그 반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친정부모를 모시려고 생각해도 우선 시댁어른들 눈치부터 보게 되니까요.” 더욱이 박씨는 딸만 둘을 두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노후를 기댈 생각은 없지만 지금과 같은 문화가 계속 될까 봐 그것이 걱정이다.
장 모(57·아산시 탕정면)씨는 얼마 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노인성 질환에 걸려 계속 누군가 곁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장씨 부부는 맞벌이인 데다가 설령 같이 있는다 하더라도 별달리 해드릴 게 없다는 생각에 요양병원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모른 척 하는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때마침 지난 설에 형제들이 모였을 때 의논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알아보고 모셨어요. 의료진이 늘 보살피고 요양보호사가 잘 챙겨주니 집에 혼자 계실 때보다 더 좋아지신 것 같아요.”

요양병원,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장씨의 경우처럼 노인병원이나 요양원 등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08년 장기요양보호법이 실시되면서 비용이 지원되는 것도 이용인구를 늘리는 데 한 몫 했다. 특히 친지들이 모이는 명절이 지나면 노인병원이나 시설에 문의전화가 급증한다.
이로 인해 최근 노인병원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은 최근 10년(2000~2010년)간 19곳에서 867곳으로 4400%가 증가했다.
효자의 집 한광현 국장은 “장기요양보호법이 실시된 이후 해마다 장기요양제도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인식도 달라지고 삶의 질 부분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답한 의견이 많다”며 “전문인력이 어르신들에게 맞는 진료나 처방, 치료계획을 정확하게 세우고 적절한 물리치료나 재활서비스 등을 하기 때문에 집에 혼자 계실 때보다 더 나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 국장은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직접 방문해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아야 한다”며 “이때 어르신들 표정을 보면 분위기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양시설의 경우 비용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포함 50~60만원 정도다.
도움말 : 효자의 집 한광현 국장. 041-558-7775.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Tip.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뭐가 다를까?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이나 만성질환,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을 위해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 중심의 의료를 실시하는 병원으로 건강보험에서 일부 치료비를 보조한다. 요양시설은 치매 또는 노인성질환 등의 사유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에서 일부 비용을 보조한다. 


■ 아산에 있는 요양병원
아산 효요양병원 - 아산시 용화동. 041-543-0011
시민요양병원 - 아산시 영인면. 041-532-8264
아산참요양병원 - 아산시 염치읍. 041-427-1004
아산삼성요양병원 - 아산시 온양2동. 041-549-4114

■ 천안에 있는 요양병원
천안시립노인전문병원 - 천안시 목천읍. 041-521-1114
천안효요양병원 - 천안시 삼룡동. 041-410-3000
큰사랑요양병원 - 천안시 성정2동. 041-579-1190
천안세인트요양병원 - 천안시 구성동. 041-552-0700
천안요양병원 - 천안시 구성동. 041-569-5533
의)남경의료재단 남경요양병원 - 천안시 목천읍. 041-553-1234
백석요양병원 - 천안시 백석동. 041-555-0400
유림요양병원 - 천안시 쌍용동. 041-587-5511
제중요양병원 - 천안시 영성동. 070-7864-2981

* 노인병원 현황
* 자료제공 : 천안시보건소, 아산시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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