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회사에 대한 충성심, 재테크 위한 투자"
시세차익 얻지 못하면 신불자 전락하기도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파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노동조합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살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자의건 타의건 건설사 직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떠안은 아파트는 수천채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 지역에 분양한 건설사들이다.
GS건설의 '일산자이'에는 7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아파트를 계약했다. 전체 아파트 규모는 4600가구 규모. 계약자 7명 중 1명 이상이 회사 임직원이라는 얘기다. 회사측은 "입지와 품질이 좋기 때문에 입주를 하거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GS건설 임직원 중 실제 입주자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워크아웃 중인 벽산건설과 신동아건설도 각각 3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직원을 상대로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있다. 실제 직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일반 계약자보다 5% 가량 더 할인해주기도 한다.
종전까지 임직원에 대한 미분양 아파트 매각은 수십가구에 불과했으나 대단지 미분양이 늘면서 수백가구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임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하는 경우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회사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의 애사심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신창건설 등 일부 건설사 임직원들은 떠앉은 아파트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문제 아파트가 매각되면서 부채 문제는 겨우 해결됐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직원이 이직할 경우 중도금 이자 등의 회사 지원은 끊겨 버린다. 미분양 아파트가 직원 이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납비용 출처 불투명 = 성원건설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하려다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회사측이 임원 10여명에게 아파트를 떠넘겼다.
문제는 성원건설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성원건설이 짓던 아파트 공사 현장이 모두 사고사업장이 됐다. 정상적으로 공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사업장은 대한주택보증이 인수해 공사를 진행하거나 보상을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임직원이나 하청업체에 대물변제나 강매한 아파트는 비정상 계약으로 보고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10여명의 임원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고됐고, 강매한 아파트에 대한 금전적 손해도 입었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직원들 반발을 우려해 명의만 빌리는 방식을 쓴다. 우선 계약금을 직원이 내면 이 비용을 보전해 주고 중도금 이자를 대납해준다. 이렇게 운영되는 자금은 재무재표나 사업보고서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채권단은 직원들에게 중도금 이자를 지원해주는 것을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미분양 강매 모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준공 전 전매가 되거나 계약자가 나올 경우에 명의만 바꾸면 문제가 없다. 혹여 아파트 시세가 급등할 경우 이와 관련된 웃돈은 직원 몫이다. 명의를 빌려준 보상인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2008년 이후 침체되면서 직원이 계약한 수도권 아파트가 제3의 계약자에게 전매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적 논란은 없나 = 건설사가 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기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이다. 건설사-금융권간 협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분양 초기 1~3달 내에 50~60%의 계약률을 거둬야 PF대출이 자동연장된다.
예컨데 500가구를 분양한 건설사가 금융권과 초기 계약률 50%를 약속했다면 250가구 이상 계약을 받아야 한다. 만일 250가구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임직원 이름 또는 임직원의 친인척 이름으로 계약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자율을 높이거나 PF대출 연장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운영자금 확보다. 아파트 공사현장은 계약자의 중도금이 들어와야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더라도 실제 계약자가 있어야 중도금이 들어온다. 재정이 열악한 건설사는 계약자가 많을수록 자금운영이 여유로워진다. 이 때문에 임직원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할당하거나 명의를 빌려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로 대외 신뢰도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분양 때 계약이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계약자들의 반발이나 계약해지 요구가 뒤따르기 다반사다. 이밖에도 금융권에서의 자금 조달이나 주가 문제로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판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을 경우 금융권이 대출 이자를 높이거나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직원 명의를 빌리거나 강매를 하더라도 해당 사업주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확보한 자금을 공사 현장 등에 투입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간혹 비자금을 만들거나 다른 곳에 전용했을 경우 사기 등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의건 타의건 간에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직원 스스로 서명을 했기 때문에 최종법적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며 "회사나 대표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시세차익 얻기도 = 남광토건은 2008년 초 입주한 부산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당시 부산지역의 미분양 문제가 극심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대회의실에 모여 제비뽑기로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았다. 미분양 아파트에 '당첨'된 일부 직원들은 고개를 떨궜지만 지금은 얼굴을 활짝 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기 때문이다.
풍림산업 사정도 비슷하다. 2008년 대전에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이 나자 직원들에게 판매가 이뤄졌다. 대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전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과학벨트 입지로 대전권이 선정되자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됐다. 중소형의 경우 500만~1000만원의 웃돈까지 받고 미분양 대부분을 해소했다.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나 동부건설의 역삼센트레빌도 대표적인 예다.
IMF 금융위기 당시 분양된 이들 아파트는 입주 초기 대거 미분양을 낸 곳이다. 타워팰리스와 역삼센트레빌은 각각 삼성그룹과 동부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판촉했다. 일부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계약 또는 입주했지만 부동산경기가 호전되면서 회사내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상당액의 시세차익도 거두게 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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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 얻지 못하면 신불자 전락하기도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파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노동조합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살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자의건 타의건 건설사 직원들이 회사측으로부터 떠안은 아파트는 수천채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 지역에 분양한 건설사들이다.
GS건설의 '일산자이'에는 7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아파트를 계약했다. 전체 아파트 규모는 4600가구 규모. 계약자 7명 중 1명 이상이 회사 임직원이라는 얘기다. 회사측은 "입지와 품질이 좋기 때문에 입주를 하거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GS건설 임직원 중 실제 입주자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워크아웃 중인 벽산건설과 신동아건설도 각각 3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직원을 상대로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있다. 실제 직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일반 계약자보다 5% 가량 더 할인해주기도 한다.
종전까지 임직원에 대한 미분양 아파트 매각은 수십가구에 불과했으나 대단지 미분양이 늘면서 수백가구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임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하는 경우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회사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의 애사심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신창건설 등 일부 건설사 임직원들은 떠앉은 아파트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문제 아파트가 매각되면서 부채 문제는 겨우 해결됐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직원이 이직할 경우 중도금 이자 등의 회사 지원은 끊겨 버린다. 미분양 아파트가 직원 이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납비용 출처 불투명 = 성원건설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하려다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회사측이 임원 10여명에게 아파트를 떠넘겼다.
문제는 성원건설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성원건설이 짓던 아파트 공사 현장이 모두 사고사업장이 됐다. 정상적으로 공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사업장은 대한주택보증이 인수해 공사를 진행하거나 보상을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임직원이나 하청업체에 대물변제나 강매한 아파트는 비정상 계약으로 보고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10여명의 임원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고됐고, 강매한 아파트에 대한 금전적 손해도 입었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직원들 반발을 우려해 명의만 빌리는 방식을 쓴다. 우선 계약금을 직원이 내면 이 비용을 보전해 주고 중도금 이자를 대납해준다. 이렇게 운영되는 자금은 재무재표나 사업보고서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채권단은 직원들에게 중도금 이자를 지원해주는 것을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미분양 강매 모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준공 전 전매가 되거나 계약자가 나올 경우에 명의만 바꾸면 문제가 없다. 혹여 아파트 시세가 급등할 경우 이와 관련된 웃돈은 직원 몫이다. 명의를 빌려준 보상인 셈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2008년 이후 침체되면서 직원이 계약한 수도권 아파트가 제3의 계약자에게 전매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적 논란은 없나 = 건설사가 직원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기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이다. 건설사-금융권간 협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분양 초기 1~3달 내에 50~60%의 계약률을 거둬야 PF대출이 자동연장된다.
예컨데 500가구를 분양한 건설사가 금융권과 초기 계약률 50%를 약속했다면 250가구 이상 계약을 받아야 한다. 만일 250가구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임직원 이름 또는 임직원의 친인척 이름으로 계약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자율을 높이거나 PF대출 연장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운영자금 확보다. 아파트 공사현장은 계약자의 중도금이 들어와야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더라도 실제 계약자가 있어야 중도금이 들어온다. 재정이 열악한 건설사는 계약자가 많을수록 자금운영이 여유로워진다. 이 때문에 임직원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할당하거나 명의를 빌려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로 대외 신뢰도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분양 때 계약이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계약자들의 반발이나 계약해지 요구가 뒤따르기 다반사다. 이밖에도 금융권에서의 자금 조달이나 주가 문제로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판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을 경우 금융권이 대출 이자를 높이거나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직원 명의를 빌리거나 강매를 하더라도 해당 사업주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확보한 자금을 공사 현장 등에 투입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간혹 비자금을 만들거나 다른 곳에 전용했을 경우 사기 등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의건 타의건 간에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직원 스스로 서명을 했기 때문에 최종법적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며 "회사나 대표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시세차익 얻기도 = 남광토건은 2008년 초 입주한 부산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당시 부산지역의 미분양 문제가 극심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대회의실에 모여 제비뽑기로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았다. 미분양 아파트에 '당첨'된 일부 직원들은 고개를 떨궜지만 지금은 얼굴을 활짝 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기 때문이다.
풍림산업 사정도 비슷하다. 2008년 대전에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이 나자 직원들에게 판매가 이뤄졌다. 대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전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과학벨트 입지로 대전권이 선정되자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됐다. 중소형의 경우 500만~1000만원의 웃돈까지 받고 미분양 대부분을 해소했다.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나 동부건설의 역삼센트레빌도 대표적인 예다.
IMF 금융위기 당시 분양된 이들 아파트는 입주 초기 대거 미분양을 낸 곳이다. 타워팰리스와 역삼센트레빌은 각각 삼성그룹과 동부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판촉했다. 일부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계약 또는 입주했지만 부동산경기가 호전되면서 회사내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상당액의 시세차익도 거두게 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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