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양동에 살고 있는 강순영(39)씨는 10월 이사를 앞두고 요즘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강 씨는 “집주인이 전셋값이 올랐다며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전셋값이 올랐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이렇게 많이 올랐는지는 몰랐다”며 “전셋값을 생각하면 차라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싶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선뜻 결심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계동에 살고 있는 김영숙(41)씨는 집을 팔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집값이 한참 오르기 시작한 2007년 집값의 40%인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장만했다. 직장인인 남편과 자신이 운영하는 조그만 옷가게의 수입을 합치면 그 정도 대출이자는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출 거치 기간이 지나면서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늘었고 경기가 악화되면서 자신의 수입도 줄어들어 생활이 힘들어졌다. 김 씨는 “대출금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하락하면서는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며 “집값이 상승할 전망이 없다면 집을 팔아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고 전세를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현재 집값이 구입할 때의 가격과 비교해 하락한 상태”라며 “어렵게 장만한 집이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 두려워 쉽게 매도를 결심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집값은 보합, 전세가격 더 오를 가능성 커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을 소유한 사람이나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 모두 아파트 시세 전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8월 현재 안양시 평촌동 초원 대림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74㎡ 일반평균 매매가는 2억9250만원, 전세가는 1억925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65%를 넘어섰고, 비산레미안 59.88㎡의 경우 매매가 3억500만원 전세가 2억2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3%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안양시동안구지회 김배규 지회장은 “예전과 달리 부동산 가격 변화가 지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은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라며 “안양 특히 동안구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앞으로도 전세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고 중소형아파트의 매매가격 역시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지회장은 또 “현재 25∼30평 중소형평형의 경우 매매가격이 3억∼3억5000만원인데 전세가격이 2억5000만원을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전세값이 매매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주택 구입에 관심이 큰 편으로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다면 내 집 마련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내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월 소득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매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 지회장은 “2006∼2008년도 집값이 한창 오를 때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한 경우 주택 가격의 70∼80%, 심지어 90%까지 대출을 얻어 집을 장만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집을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정수입 있다면 내 집 장만 고려
평촌신도시의 신세계공인중개사 송정환 대표 역시 당분간 전셋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송 대표는 “하반기 신학기 이동을 고려할 때 전셋값은 당분간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역시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현재 급매물이 대부분 빠진 상태이며 이사철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등 부동산 정책 변수가 9월에 몰려 있고 내년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만큼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 대표는 또 “직장이 있고 고정수입이 있다면 지금은 집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고 덧붙였다.
군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8월 현재 산본동 주공4단지 한라(2차)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99㎡의 일반평균 매매가는 2억1750만원, 전세가는 1억5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고 있고 산본2차 대림e-편한세상 84.99㎡의 경우에도 매매가 4억3500만원, 전세가 2억8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64% 이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군포시지부 나성환 지회장은 “정부의 획기적 대책이 없는 한 전세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반면 경기흐름이 좋지 않고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가계 신규대출이 중단되었다 철회되는 등 불안한 상황으로 볼 때 매도·매수 모두 관망세로 하반기에도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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