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25·서구 갈마동)군은 대학에 입학한 후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 세 번이나 전과를 했다. 생명유전공학과, 건축학과를 거쳐 작곡·재즈학과로 진로를 바꾼 김 군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진로 지도를 제대로 받았더라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군처럼 진로에 대한 탐색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전국의 4년제 대학 재학생 9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금과 다른 학과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헤럴드경제 2010.3.3일자)
‘진로보다는 진학이 우선이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다소 소홀히 했던 진로 지도가 특목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 확대 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진로 지도의 첫 단계는 학생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도록 돕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영선 상담팀장은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 영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담 내용은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자기이해 부족 영역”이라고 말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거기에 대한 정보도 없다’면 학교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성적을 비롯해 “너는 어떻다”와 같은 친구들의 말을 통해서도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좀 더 객관화해보고 싶으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진로관련 검사와 온·오프라인의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것을 잘 해낼 수 있는지 알아보면 좋다. 심리검사는 적성·성격검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로 탐색 시기에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심리검사는 흥미검사다. ‘왜’가 아니라 ‘무엇에 끌리느냐’에 대한 정보를 누적해가는 것이 자기이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진로 지도의 다음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밭고 김준걸 교사는 “상담학생의 80% 정도가 고3이 될 때까지 자신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되는지 탐색하지 않은 채 막연한 동경이나 주위의 추천대로 희망 직업을 고른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직업 세계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로 관련 사이트와 관련 서적 등을 이용해 해당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탐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면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자격, 관련된 학과, 구체적으로 하는 일, 진출할 수 있는 분야, 평균 임금, 직업 전망, 근무 환경, 항공기 조종사로서 성공 혹은 실패한 사례,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조건 등 항목을 세분화해서 알아봐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방혜진 연구원은 이럴 때 부모가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전에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 네가 알아봐서 설명해 줄래?” 식으로 얘기할 것을 권했다. 아이는 조사한 것을 부모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인지, 추상적으로 희망하는 일인지 깨달을 수 있다.
한국청소년코칭센터 엄명종 대표는 “본인이 추천하는 직업 3가지, 부모님이 추천하는 직업 3가지, 검사 결과로 나온 추천 직업 3가지를 추린 뒤 교집합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김소현(한밭고 3)양은 부모가 원하는 직업은 의사였지만, 검사를 통해 추천받은 직업은 상담이나 행정분야였다. 의료분야의 일이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한 김 양은 직업 탐색을 통해 상담과 행정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되는 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김 양은 진로 탐색과정을 통해 부모와 합일점을 찾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 직업은 소수만 성공하는 분야야” “네가 말하는 직업은 비현실적이야”라고 말하는 부모와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다.
대전학생교육문화원 진로코디네이터 이경숙씨는 “무조건 말리지 말고 3~6개월 정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면서 단순 선호인지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인지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단순 선호는 조금만 힘든 상황이 생기면 중간에서 그만두지만,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를 보일 경우, 부모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부모와 갈등이나 적절한 진로 탐색과정을 경험하지 못해 뒤늦게 진로를 바꾸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진로ㆍ적성 교육기관 와이즈멘토측에 따르면 진로지도는 학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초등학교는 진로 인식, 중학교는 진로 탐색, 고등학교는 진로 선택에 초점을 맞춰 진로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진로와 교육과정을 비교해 봐야 한다. 자신이 설계한 진로를 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와 학과가 어딘지 찾아 진학여부를 결정해야 된다.
대전광역시교육청 류미희 장학사는 “교육청에서는 2010년 3월부터 대전시청과 협력하여 대전학생교육문화원, 대전평생학습관, 한밭도서관 등 3곳에 진로정보실(커리어존)을 설치하고 진로코디네이터를 배치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적성검사, 진로설계, 진로상담 등을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직업 관련 사이트
한국고용정보원(www.keis.or.kr)
청소년워크넷(work.go.kr → 청소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www.career.go.kr)
진학ㆍ진로정보센터(www.jinhak.or.kr)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
한국가이던스(www.guidance.co.kr)
대전광역시교육청 진로정보실(커리어넷)
대전학생교육문화원 042-229-1470
대전평생학습관 042-220-0510
한밭도서관 042-580-4114
도움말: 조진표 대표(와이즈멘토) 이영선 팀장(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 방혜진 연구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임명종 대표(한국청소년코칭센터) 김준걸 교사(한밭고) 이경숙 진로코디네이터(대전학생교육문화원)
정주연·최원실·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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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처럼 진로에 대한 탐색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전국의 4년제 대학 재학생 9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금과 다른 학과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헤럴드경제 2010.3.3일자)
‘진로보다는 진학이 우선이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다소 소홀히 했던 진로 지도가 특목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 확대 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진로 지도의 첫 단계는 학생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도록 돕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영선 상담팀장은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 영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담 내용은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자기이해 부족 영역”이라고 말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거기에 대한 정보도 없다’면 학교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성적을 비롯해 “너는 어떻다”와 같은 친구들의 말을 통해서도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좀 더 객관화해보고 싶으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진로관련 검사와 온·오프라인의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것을 잘 해낼 수 있는지 알아보면 좋다. 심리검사는 적성·성격검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로 탐색 시기에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심리검사는 흥미검사다. ‘왜’가 아니라 ‘무엇에 끌리느냐’에 대한 정보를 누적해가는 것이 자기이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진로 지도의 다음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밭고 김준걸 교사는 “상담학생의 80% 정도가 고3이 될 때까지 자신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되는지 탐색하지 않은 채 막연한 동경이나 주위의 추천대로 희망 직업을 고른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직업 세계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로 관련 사이트와 관련 서적 등을 이용해 해당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탐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면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자격, 관련된 학과, 구체적으로 하는 일, 진출할 수 있는 분야, 평균 임금, 직업 전망, 근무 환경, 항공기 조종사로서 성공 혹은 실패한 사례,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조건 등 항목을 세분화해서 알아봐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방혜진 연구원은 이럴 때 부모가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전에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 네가 알아봐서 설명해 줄래?” 식으로 얘기할 것을 권했다. 아이는 조사한 것을 부모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인지, 추상적으로 희망하는 일인지 깨달을 수 있다.
한국청소년코칭센터 엄명종 대표는 “본인이 추천하는 직업 3가지, 부모님이 추천하는 직업 3가지, 검사 결과로 나온 추천 직업 3가지를 추린 뒤 교집합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김소현(한밭고 3)양은 부모가 원하는 직업은 의사였지만, 검사를 통해 추천받은 직업은 상담이나 행정분야였다. 의료분야의 일이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한 김 양은 직업 탐색을 통해 상담과 행정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되는 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김 양은 진로 탐색과정을 통해 부모와 합일점을 찾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 직업은 소수만 성공하는 분야야” “네가 말하는 직업은 비현실적이야”라고 말하는 부모와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다.
대전학생교육문화원 진로코디네이터 이경숙씨는 “무조건 말리지 말고 3~6개월 정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면서 단순 선호인지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인지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단순 선호는 조금만 힘든 상황이 생기면 중간에서 그만두지만,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집착까지 형성된 선호를 보일 경우, 부모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부모와 갈등이나 적절한 진로 탐색과정을 경험하지 못해 뒤늦게 진로를 바꾸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진로ㆍ적성 교육기관 와이즈멘토측에 따르면 진로지도는 학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초등학교는 진로 인식, 중학교는 진로 탐색, 고등학교는 진로 선택에 초점을 맞춰 진로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진로와 교육과정을 비교해 봐야 한다. 자신이 설계한 진로를 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와 학과가 어딘지 찾아 진학여부를 결정해야 된다.
대전광역시교육청 류미희 장학사는 “교육청에서는 2010년 3월부터 대전시청과 협력하여 대전학생교육문화원, 대전평생학습관, 한밭도서관 등 3곳에 진로정보실(커리어존)을 설치하고 진로코디네이터를 배치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적성검사, 진로설계, 진로상담 등을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직업 관련 사이트
한국고용정보원(www.keis.or.kr)
청소년워크넷(work.go.kr → 청소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www.career.go.kr)
진학ㆍ진로정보센터(www.jinhak.or.kr)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
한국가이던스(www.guidance.co.kr)
대전광역시교육청 진로정보실(커리어넷)
대전학생교육문화원 042-229-1470
대전평생학습관 042-220-0510
한밭도서관 042-580-4114
도움말: 조진표 대표(와이즈멘토) 이영선 팀장(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 방혜진 연구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임명종 대표(한국청소년코칭센터) 김준걸 교사(한밭고) 이경숙 진로코디네이터(대전학생교육문화원)
정주연·최원실·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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