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수면내시경’이라는 이름 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이 많습니다.
“수면이라더니, 이게 뭐야. 나 아직 잠 안 들었다고, 의사 양반!”
“멀쩡하기만 한데, 수면은 무슨. 수면내시경에 든 비용은 돌려달라고!”
수면내시경검사는 말처럼 수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검사가 아닙니다. 원만한 대장내시경검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의 공조가 필요한데, 검사를 받는 이가 잠에 곯아떨어진 듯 아무것도 모르면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면내시경검사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면 유도제는 다른 일반 마취제와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수면내시경검사를 받기 위해 주사약을 투여 받은 환자의 경우, 의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합니다. 의사가 돌아누우라고 하면 환자는 돌아눕고, 의사가 과거에 수술 받은 경험이 있느냐고 물으면 자세한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사가 끝난 후에는 검사를 받으면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로 이런 효과를 지닌 약이 수면내시경검사를 받을 때 사용되는데 약인데, 굳이 이래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에 수술을 받았거나 대장의 모양새가 구불구불한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삽입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환자에게 협조를 구해 누워있는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수면이 되는 정도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똑같은 용량의 주사약으로 코를 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쩡한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수면이 덜 됐다고 해서, 불편감을 호소한다고 해서 약의 용량을 마구 늘릴 수는 없습니다. 모든 약에는 적정한 용량이 있고, 그 선을 넘을 경우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나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이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함으로써 가끔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지는 것을 드물게 매스컴을 통해 보게 되지 않습니까?
수면내시경검사는 깊은 잠에 빠진 것과 같은 상태에서 받는 검사가 아니라는 것, 사람에 따라 수면이 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별 어려움 없이 검사를 받는 반면 정신이 멀쩡하다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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