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문화원 ''아버지 요리교실'' / 강남구 평생학습센터 ''아빠요리교실''

"얘들아 요리해줄 게" 앞치마 두르는 아버지들

지역내일 2011-08-22

서초동 박광수산부인과의 박원장(65)은 목요일 오후면 마음이 바쁘다. 요리 배우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아내와 며느리, 손자를 위해 요리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다. 요리교실에 다닌 지 일 년 됐다. 돼지갈비찜, 장어덮밥 정도는 쉽게 만드는 솜씨다. 건설업을 하는 이재기(61)씨는 혹시 아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 배운단다. 요리 교실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동기는 서로 다르지만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다. 서초구와 강남구가 운영하는 ''아버지 요리교실''을 소개한다.


서초구 ''아버지 요리교실''/고3 교실 같은 진지한 분위기
"피망과 양파는 동글 썰기 하세요. 피망이 너무 클 때는 미니파프리카로 써도 됩니다. 마트에 가면 고추같이 생긴 거 있어요. 피자소스도 좋지만 스파게티 소스도 괜찮아요." 
이곳은 서초구민회관 지하 1층 요리실. 3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이 둘러서서 임승미 강사의 요리 시연을 보고 있다. 오늘 배울 요리는 또띠아 피자와 골뱅이 채소무침이다. 모두들 레시피가 적힌 종이에 설명을 받아 적기 바쁘다. 잡담 하나 없다. 미적분을 배우는 고 3교실처럼 진지한 분위기다.
강사는 또띠아 피자를 오븐에 넣은 다음 이어서 골뱅이 채소무침을 만들었다. 수강생들의 질문이 활발하다. "국수 삶을 때는 몇 번 끓어오른 다음 건지나요?" "두 번 끓어 오른 다음 찬물 한 번 더 부어서 끓어오를 때 건지면 됩니다" "통조림에 있는 골뱅이 국물도 무침에 넣나요?" "반컵 정도 넣으세요. 맛이 더 좋아집니다."
이어서 맛보기 시간, 피자와 골뱅이 무침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6인 1조로 실습하는 시간이 되자 모두들 손놀림이 바빠진다. 싱크대에서 파를 씻거나 오이를 채 썰고 마늘을 다진다. 또띠아 피자에 올릴 양파, 베이컨, 블랙올리브도 손질한다.
아버지 요리교실에서는 비교적 쉬운 메뉴를 다룬다. 대부분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다. 강사가 레시피 자료를 나눠주고, 시연을 하고, 만든 음식을 맛본 뒤 조별로 실습에 들어간다. 처음 한 두 주는 어려워해도 곧 익숙해진단다. "대충이라는 게 없어요. 가르치면 정확하게 따라합니다." 임 강사는 아버지들이 계량도 정확하게 하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한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요리교실에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맞벌이를 하는 40대 초반 남성은 임신을 해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배운다. 매주 한 번씩 가족들에게 요리해주는 게 취미인 아버지도 있다. 싱글 대디처럼 어쩔 수 없이 배우는 경우도 있다.


자로 잰 듯 정확한 칼솜씨
싱크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재기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 차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다. 그는 요리교실에 올 때면 항상 손톱을 깎고 귀밑까지 내려덮는 모자를 챙긴다. 위생을 위해서다. 이전에 어머니 요리교실에도 다녀봤다는 그는 아버지 요리교실이 훨씬 편하고 좋단다. "어머니 교실에서는 조원들이 요리를 잘하는데 나만 손이 느려 보조를 맞추기 힘들었어요. 어쩐지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다 같은 초보자들이라 마음이 편해요."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초보가 아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TV요리프로그램에 나가보기도 했단다. 친구들과 등산을 갈 때 근사한 밤과자를 만들어가니 ''당신을 이 시간 이후부터 밤과자로 부르겠다''며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아내가 외출 할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으니 요리를 배워야 한다"며, 최소한 식사는 스스로 챙겨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배워보니 시간과 노력과 머리가 필요해 식사준비를 한 사람이 전담하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요즘은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끝내곤 해 박수를 받는다고 한다.
오이를 자로 잰 듯이 썰고 있는 이는 박광수 원장이다. 그 역시 여자들과 함께 배우는 요리교실에 다니다가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 쪽에서 불편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는 "산부인과를 운영해서 그런지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아내가 ''남자는 역시 아버지 요리교실에 가야한다''며 권해서 여기로 옮겼다고 했다. 일 년 배운 그의 솜씨는 요리사 못지않다. 주말이면 가족들에게 해물파전, 돼지갈비찜, 장어덮밥 등을 서비스해서 "최고다, 맛있다"라는 칭찬을 받고 산다.
최연소자로 보이는 임병욱씨는 75년생이다. 요리책으로 독학을 해서 웬만한 건 다할 줄 알지만 2퍼센트 부족한 부분이 있어 그걸 채우려고 왔단다. 그는 집에서 식사준비도 아내보다 더 많이 한다. "아내가 좋아하겠네요." 했더니 신혼 때부터 함께 요리해서 그런지 아내는 당연하게 생각한다나.
서초문화원의 ''아버지 요리교실''은 3개월 12주 과정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3 시간 동안 서초구민회관 지하 1층 요리실에서 진행한다. 수강료는 6만원이며 재료비는 1회당 1만원이다. 기초부터 시작해 손쉬운 요리를 배운다. 메뉴는 잔치국수/참치김밥/뚝배기 불고기/열무김치/가지김치/골뱅이무침/두부시금치무침/부추닭고기생채/버섯전골 등이다.


문의 : 서초문화원 (02)2155-8607,8608
홈페이지 : http://socc.or.kr


강남구 ''아빠요리교실''/기초반과 심화반 운영
강남구는 기초반과 심화반을 운영한다. 담당강사인 요리연구가 이우현씨는 "정원 20명으로 기초반만 운영했는데 대기자가 늘 20여 명이 되어 반을 늘렸다. 1년 이상 배운 분들이 많아 심화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초반에서는 칼 잡는 법부터 가르친다. 재료를 만져보고 양념의 종류를 익히고 설거지를 하는 등 기본기를 익힌 뒤에 요리실습에 들어간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배운다. 50대 이상이 많은데 자녀나 손자손녀들에게 만들어주려고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본인의 생계를 위해서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배울 곳이 없던 사람들도 온다. 이 강사는 "남자들은 요리도 논리적으로 이해를 하려 하기 때문에 설명을 자세히 한다. 수강생들이 집중력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기초반과 심화반 모두 2인 1조로 실습한다. 완성한 요리는 싸가지고 가도록 한다. 가족과 나눠먹으며 솜씨 자랑을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종강일에는 파티가 있다. 연말에는 배운 것 중 자신 있는 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서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사랑나누기행사도 계획 중이다. 


강남구 평생학습센터 ''아버지 요리교실''은 현재 수강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 기간: 7월 20 ~ 9월 5일
기초반 강의: 9월 5일부터 두 달 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 7~10시
심화반 강의: 9월 7일부터 두 달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7시~10시
장소:개포동 수도전기공고 롱런아카데미 실습실
수강료: 4만원. 재료비: 1회당 1만원. 
기초반 수업은 계량하기와 밥 짓기부터 시작한다. 메뉴는 순두부찌개/대구매운탕/고등어무조림/단호박스프/연두부샐러드/미역초무침/케이준샐러드/피망잡채/마파두부/낙지전골 등. 심화반 메뉴는 안동찜닭/육개장/새우날치알구이/초밥만들기/연어스테이크/도토리묵 무침 등이다.


문의 : 강남구청 (02) 2104-1687
홈페이지 :http://www.longlearn.go.kr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