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병원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원장
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으뜸으로 꼽는 가치 중 하나가 ‘S라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때가 더러 있다. 인터넷을 켜기만 해도 온통 화면은 S라인 몸매를 지닌 여성들로 도배가 되어있고, 너도나도 S라인 만들기에 혈안인 듯하다. S라인에 대한 선망은 어린 중고등학생이 되었든 아줌마가 되었든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미끈한 S라인의 체형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보든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줄 바에야 대장내시경을 다루는 의사들의 손도 즐겁게 해줄 일이지…. 헌데,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드럽게 아찔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S라인 몸뚱이마냥 대장도 그렇게만 생겼다면 대장내시경검사가 무에 어려울 게 있으려고. 부드럽고 완만하게 휜 대장으로 내시경을 삽입하기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체형이 S라인이면 뱃속 대장도 미끈한 S라인이겠거니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안타깝게도 늘씬한 S라인 체형을 가진 여성의 경우, 대장은 Z라인일 가능성이 높다.
Z라인이라니? 대장의 모양새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예각을 이루며 꺾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모양의 대장 안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자면 진땀깨나 흘릴 거야 불을 보듯 뻔하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사람이나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절구통마냥 두루뭉술하고 퉁퉁한 몸매를 지닌 여성들의 경우, 정작 대장은 부드러운 S라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날씬한 S라인 몸매의 여성보다는 퉁퉁한 몸매의 여성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기가 좀 더 용이한 경우가 많다.
출근 전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매를 보며 한숨짓는 여성들이여. 그대들의 대장 또한 그렇게 생겼거니 속단하지 말라. 그대들의 대장만큼은 미끈한 S라인일 가능성이 크다. 두루뭉술한 몸매를 지녔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만으로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잘나간다는 클럽에서 퇴짜를 맞는 여성들이여. 조금도 기죽지 말라. 대장내시경실에서 만큼은 언제나 당신은 VI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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