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하겠다고 하면 으레 술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술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기꺼이 술자리에도 참여하고, 술친구들의 음주 강제와 놀림으로 들볶이고도 술을 이겨내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럴수록 단주는 오래 가지 못한다. 술과 싸워 이겨서 술을 끊는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아무리 사소해도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군들 담배의 해악을 깨닫자마자 바로 담배를 끊지 못할까?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 반에서 일등 하게 하지 못할까? 의지의 힘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마라톤 완주는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강한 의지나 명철한 지식이나 강제나 강요만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그것이 중독적 행동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질병에 맞닥뜨려 흔히 투병을 이야기한다. 이것을 매우 바람직한 회복의 태도로 여긴다. 그런데 도대체 병이란 것이 본디 사람들이 싸워 이겨낼 수 있는 대상인가? 과음하는 이들이 흔히 감기쯤은 매운 안주에 독한 소주를 퍼마시고 밤새 일하고 나면 낫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오히려 폐렴으로 악화하여 더 크게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해결되지 않기에 병이라고 한 것이다. 의지나 지식이나 처벌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이 병이다. 도움을 받아 해결할 무엇이다. 약과 의료의 도움을 받고, 가족과 직장과 국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병나면 주위 가족들은 기꺼이 간병을 돕고, 직장에서는 병가를 준다.
아직 약다운 약, 치료다운 치료가 없었던 과거에는 운명의 신에 기도하며 매달리거나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시기에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고통과 싸워내는 투병은 회복의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날에 병에 걸려서 도움을 거부하고 오로지 투병만 하려하면 넌센스다. 도움을 받아들이면 회복의 과정이 순조로울 텐데 그렇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가 알코올의존이다.
자신이 앓는 질환의 본질을 모르고, 고정관념으로 도움을 거부하고 혼자 싸워 이기려고만 하면 회복이 어렵다. 이해 깊은 가족들, 이미 일련의 과정을 경험한 단주의 선배와 동료들, 적절한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들이면 단주가 썩 수월하다.
문제는 태도이다. 회복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어떤지를 살펴볼 일이다. 알코올의존은 승부적으로 싸워 이겨야 해결되는 병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 달래가면서 관리하며 회복하는 질환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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