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민머리 보일라?

변장하고 병원방문...감추다 병키워

지역내일 2011-08-16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자신의 허전한 머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면 ‘갓 태어난 아이는 모두 나처럼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탈모인들은 머리에 와 닿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말 많은 연예계만 해도 그렇다. 최근 본인의 암울했던 성장과정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연애, 성형 여부까지, 과거에는 일체 비밀에 부쳐왔던 사실들을 공개하는 것이 유행이지만 탈모는 예외다. 유명 남자 배우를 치료하는 한 동료 의사의 말을 빌리면, 자신이 탈모로 병원을 찾고 약물을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병원에는 변장을 하고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 이렇다보니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추려고 하거나 검증 받지 않는 해결책에 기대는 것이 다반사다.


공짜 좋아하면 벗겨진다?...두번 죽이는 속설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는 속담 탓인지, 물건 값을 조금이라도 깎으려고 하면 ‘그러니 네가 대머리다’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며칠 전 병원을 찾은 정씨(28)는 한국 탈모 남성으로서 겪는 애환을 토로했다. 심각한 내용은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굴욕적이라는 것. 김씨는 되도록 사람들 눈에 안띄려고 모자를 줄곧 쓰고 다녔다는데, 오히려 모자가 두피의 통풍을 방해해 탈모를 악화시킨 경우였다.

젊은 탈모 환자 중에는 김씨처럼 탈모를 치료하려 하기보다는 당장 감추기에 급급한 이들이 많다. 외모에 한창 신경을 쓰는 연령대일 뿐만 아니라 아무리 탈모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해도 연전히 세상은 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 때문. 

최근 한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선 상대자 중 가장 비호감으로 대머리 남성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탈모는 가린다고 해결될 질환이 아니다. 위의 김씨처럼 1년 365일 모자만 쓰고 다닌다거나 가발로 가리려고 하는 것은 당장의 면피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궁극적인 탈모 치료법이 될 수 없다. 

현재 피나스테리제제 등 의학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서 탈모 증상 개선은 물론 예방까지 가능하므로 머리카락이 빠질 조짐이 보이거나 이미 탈모가 진행됐다면 감추기 보다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머리 자주 감으면 빠진다?...잘 행구고 말려야

탈모 감추기를 벗어났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머리를 제대로 감지 않으면 비위생적인 것은 물론, 오히려 두피에 노폐물이 쌓여 탈모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일부 탈모 환자들은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 하는데, 머리 감을때에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빠질 준비를 하고 있던 휴지기 모발이 빠지는 것으로 탈모와는 별개다. 하수구에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겠지만, 특히 탈모 환자 중에는 두피가 지루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하루에 한번 감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탈모 치료는 병원에서 시작 하는 것이 옳지만 평소에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하면 어느 정도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탈모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 중에는 ‘어떤 샴푸를 쓰는 것이 탈모 치료에 좋은지’ 혹은 ‘어떻게 샴푸해야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지’ 등 머리를 감는 것과 관련된 사항들이 많다. ‘정답은 샴푸에만 의존하지 말라’ 인데 샴푸만으로는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올바른 샴푸법은 두피 청결에 도움이 되므로 어느 샴푸를 쓸 것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잘 감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샴푸를 할 때에 는 두피를 꼼꼼하게 문지르고 샴푸 성분을 충분히 행궈내 줘야 하며, 젖은 머리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잘 말려야 한다. 

한편, 시중에는 두피 건강을 목적으로 왕소금으로 두피를 문지르거나 빗으로 강하게 두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인터넷 보고 혼자 해결?...잘못된 정보 화 자초

탈모도 피부과 질환 중 하나이네 탈모를 감추려고 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정작 사람들은 병원 방문 역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중견 IT업체에 근무 중인 김씨(35)는 병원 치료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탈모 때문에 병원을 들락날락 한다는 것이 창피해 어떻게든지 혼자 해결해보려 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지난해 탈모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병원을 찾기 까지는 3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탈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탈모 전문의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될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인터넷 정보를 먼저 찾기보다는 피부과 탈모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탈모 정보 중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탈모를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질환으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빠른 탈모 탈출법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히 가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은 기본. 

또 탈모 증상을 제대로 파악해 일찍부터 생활 속에서 관리하고, 의학적인 도움을 받게 되면 유전적인 천형일지라도 증상을 개선시키거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김영준 모식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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