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피자 헛에서 ‘delivery man’ 즉, 우리말로 배달원을 했는데 한시간당 5달러에다가 껀당 잔돈 몇 센트 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팁 문화’가 형성되어있는 곳이 한정되었지만, 외국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가장 저렴한 정크푸드인 피자 한판 시키면서 팁을 넉넉히 주는 사람들은 외국에도 드뭅니다. 그래도 5센트의 거스름 돈 팁을 받으면 너무 좋았습니다.
눈물 젖은 피자
간혹 피자배달을 하러 들렀던 집에 있던 꼬마 아들이 5센트의 돈을 불쌍한 배달원에게 주자고 했을 때 그 아빠가 고래 고래 영어로 욕하면서 아들에게 뭐라할 때는 모욕감 때문에 피자 판을 집어치우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 피자 판을 집어 치우면 전 굶어야했기에 그 순간에도 미소를 잊지 않았습니다. 점심은항상 바나나 한 쪽과 우유하나, 다 해봐야 1달러가 안 되는 금액으로 연명했는데도 참 행복했습니다.
어느날 고객이 시킨 피자가 취소되었습니다. 외국은 이런 경우 바로 피자를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제가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피자, 제가 쓰레기 통에 버리겠다고 자원해서 종이쓰레기 더미에 끼워 넣고 근무시간이 끝나고 몰래 빼서 한조각 먹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먹은 피자가 ‘엔초우비 피자’ 인데 우리나라 말로 젖은 멸치 피자입니다. 비린내가 진동하는데 그 자리에서 울었습니다. 부끄럽더군요. 그렇게 흐느껴 우는 저를 외국 아이들은 피자헛 배달원이 운다고 놀려대며 맴돌고 있었습니다.
바퀴벌레와 라면
그래도 집은 비가 새지는 않았습니다. 차고를 개조해서 아주 저렴하게 임대한 돈, 한 주에 50달러라면 최저 수준입니다. 물론 바퀴벌레도 나옵니다.
하지만 좋았습니다. 바퀴벌레 좀 나오면 어때요. 비를 피할 수 있고 나의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데. 그때도 한국슈퍼에서 사는 라면이 제일 쌌어요. 1달러인데 외국의 패스트푸드는 제일 싼 맥도날드 치즈버그가 1달러였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끼니 걱정은 안합니다. 영어가 밥은 먹여줍니다. 근데 아직도 라면을 즐겨먹습니다. 옛날생각하면서 초심의 생각을 갖기 위해서 라고 좋게 포장하고 싶은데 솔직히 워낙 많이 먹어서 그런지 라면이 그냥 편합니다.
영어교육의 자부심
궁핍했던 지난날은 제 인생목표를 세우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지요. 지방에서 서울과 비교하여 교육적 혜택과는 거리가 먼 사람에게 보다 서울보다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영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교육이야말로 가난의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대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손이 거쳐 간 아이들은 확률로 따지자면 90%정도 성공 시키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10%정도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 이런 아이들이 저를 참 안타깝게 만듭니다.
여름 방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영어 문법을 가르치는 데는 내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확신과, ‘내 손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054)441-0509, 476-0509
글 이형규 원장(구미형곡원 금오공대어학원, 이형규의 스마일전화영어)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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