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무대 위에서 열정과 꿈을 발산하다
딸, 며느리, 아내, 엄마... 늘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주부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찾는 희생의 대명사.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픈 바람은 간절하다. 여기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나만의 명함을 되찾은 주부들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메마른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고픈 오아시스 주부밴드. 그녀들의 무대 뒤, 무대 위 이야기를 만나보자.
주부들의 유쾌한 반란
2007년 7월, 주부들이 마음을 모았다. 목동의 한 음악연습실을 다니던 임윤하, 박연식, 김금영, 정윤경주부는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웠던 주부 밴드를 결성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달 9일, 7명의 멤버들은 4주년 기념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평범한 주부로 40세가 넘어 시작한 기타에 빠져있을 무렵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하기로 했지요” 그룹의 리더인 임윤하주부(48세,베이스기타)는 밴드 결성 당시 주부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우울하고 침체된 성격을 과감히 바꾸고 싶었다고.
통기타봉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연식주부(52세,일렉트릭기타)는 “일렉기타가 통기타와 많이 다르고 여성이 하기 힘들어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젠 경력이 쌓여 즐거워요” 그녀는 가족들의 응원과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특히 지난 4주년 공연을 본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자부심이 컸다고 덧붙인다.
직장인 김금영주부((42세,드럼)는 취미로 드럼을 배우며 밴드 결성 소식을 듣고 생소함 때문에 잠시 망설였단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첫 합주 때 여러 파트가 모여 합주하는 매력에 푹 빠져 이젠 헤어날 수 없게 되었단다.
어릴 적 산울림과 바디걸스를 보고 기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뒤 줄곧 기타 연주를 즐겼다는 정윤경주부(44세,일렉트릭기타)는 현재 초등학교 방과 후 기타 강사로 활약 중이고 평생교육원 강의도 예정되어 있는 실력파. “기타를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칭찬한 음악가가 있듯 기타는 정말 매력적인 악기예요. 다른 악기와 어우러지기 쉽고 휴대도 간편하고 음역대가 크지 않아 무난해요”
3년 전 밴드에 합류한 박현숙주부(47세,키보드)는 무엇보다 토요일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되어 기쁘단다. 오아시스주부밴드는 매주 토요일 오전 연습실에 모여 합주를 한다. 연습에 심취하다 보면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겨 밤늦게까지 하기 일쑤라고.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클래식 피아노에 비해 키보드는 외향적인 성격이 강해요. 합주를 하며 성격도 좋아지고 곡에 따라 동작도 가미해야 해서 제겐 새로운 경험이지요”
올해 합류한 차효리주부(55세,보컬)는 합류 일주일 만에 영월 공연 무대에 올라야만 했다는데 전 수원문화원 합창단 단원답게 무난하게 데뷔무대를 치렀다는 후문. “처음 보컬 제안을 받고 같은 음악이니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다른 장르더군요. 밴드에서 보컬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고 다른 멤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연습해요”
6살 딸의 엄마 송은정주부(34세,보컬)는 가족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연습에 임한다. 지난 5월에 합류했으니 나이로도 경력으로도 이래저래 막내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숫기가 없어 남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던 제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놀라워요. 밴드 활동하며 소속감이 생긴 점이 좋고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을 곳이 있어 좋아요. 남편이 제가 바가지 긁는 횟수가 줄었고 성격도 부드러워졌대요” 공연을 본 딸아이가 엄마직업을 가수라고 자랑한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그녀다.
열정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그녀들
여러 사람이 합심해야 하는 밴드는 쉽지 않은 일. 각자의 집안사정과 생활, 나이, 환경이 다르기에 순탄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끔 의견 충돌도 생기지만 주부이다 보니 현명하게 조율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고 임윤하주부는 말한다.
박연식주부에겐 잊지 못할 실수담이 있다. “초기엔 무대 공포증이 있었어요. 공연 도중 손이 떨려 제대로 연주를 못하고 기타 줄이 끊어지기도 했죠. 다행히 관객들이 잘 몰라 무사히 넘어가긴 했지만 그때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해요”
퇴근 후 시간 날 때 마다 연습실에 들러 연습한다는 김금영주부는 “다른 악기는 집에서 연습할 수 있지만 드럼은 워낙 부피가 큰 악기여서 악기가 세팅되어 있는 연습실에서 밖에 연습을 못해요” 때문에 다른 멤버들 보다 자주 연습실에 들르게 된다고.
연습실 구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하는 정윤경주부는 그간 주로 지하연습실이라 공기가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옥상이라 방음에 구애받지 않고 공기도 좋아 대만족이란다. “초창기엔 김밥 두 줄씩 먹어가며 연습했어요. 합주라 멤버가 바뀌면 다시 연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해가 갈수록 기교도 생기고 실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 만족감도 커요”
매년 7월 오아시스주부밴드는 기념 공연을 갖는다. 올해로 4번째 기념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그녀들은 각종 행사 게스트로 초청을 받기도 한다. 약간의 사례비를 받는 공연도 있고 자선공연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카페도 운영 중인데 회원 수만 해도 770명에 달한다. 가족들의 격려와 카페회원들의 응원 덕분에 그녀들은 더욱 힘이 난다. 이달 말 제 7회 통일로 락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들은 많은 주부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
http://cafe.daum.net/Dcode(보컬 모집 중-관심 있는 주부들 도전하세요)
최수연리포터 somuz@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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