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득의원 조성일 원장 기고

동생을 미워하는 아이

지역내일 2011-08-15
 초등학교 1학년 희망이는 2살 아래의 동생과 싸우지 않는 날이 없다. 희망이에게는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다. 오늘도 한바탕 싸우고는 엄마에게 “동생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하며 하소연을 한다. 괜히 동생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동생이 하는 일이면 사사건건 방해를 하려고 한다. 언제쯤이면 희망이와 동생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엄마는 걱정이다.



이러한 문제로 걱정을 하는 부모님은 참 많다. 아마도 자녀가 둘 이상인 집의 부모님들은 거의 대부분 이러한 문제로 속앓이를 할 것이다. 특히, 나이차가 적고 남자 형제일 경우 더욱 심하다. 이러한 형제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은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어 죽을 때까지 평생을 지속하게 된다. 종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재벌기업가문들의 ‘형제간 갈등’도 이것의 한 형태이다.




동생을 미워하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동생이 저를 무시해요’, ‘엄마는 동생은 안혼내고 저만 혼내요’, ‘동생이 내 물건에 손을 대요’ 등의 이유를 댄다. 잘 살펴보면 결국 자신의 것을 동생에게 빼앗긴다는 마음,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다는 마음이 공통적인 부분이다. 동생이 태어날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큰아이에게 동생의 출생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동생의 출생이 얼마나 충격적인가 하면, ‘남편에게 첩이 생겼을 때’,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을 때’의 충격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첫 아이에게는 심한 충격이라는 말이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그동안에는 독차지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동생과 나누어 가져야 한다. 큰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 아빠는 동생을 바라볼 때는 까꿍도 해주고 방긋방긋 웃지만, 나에게는 엄한 얼굴로 이제는 혼자서 하라고 꾸짖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떤 아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젖병을 다시 빨거나 기어 다니는 등 아기처럼 동생처럼 퇴행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눈을 깜빡거리거나 킁킁거리는 소리는 내는 틱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엄마 아빠에게 잘 보이고 싶고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동생을 너무 예뻐하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동생이 걸어 다니고 큰아이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이러한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 부모님도 동생을 챙기느라 바빠져 이전보다 큰아이를 잘 못 챙기게 되고, 게다가 동생에게 양보할 것을 강요당하게 되므로 큰아이의 심리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욱 심해진다. 시기,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동생을 때리거나, 동생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괜히 화를 내는 등 공격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듯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은 필연적인 것이며,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부모님이 적절한 대처를 한다면 상당 부분은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생을 임신했을 때부터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거나, 동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도록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등의 동생에 대한 준비를 미리미리 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한,  동생이 태어난 후에는 동생을 돌보는 일에 큰아이를 가능한 많이 참여시켜 소외감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가능한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이 동생을 제외한 큰아이와만의 활동이나 시간을 갖는 것은 큰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이다. 그 밖에도 동생 앞에서는 혼내지 않거나, 큰아이로서의 대우를 해주고 위계질서를 잡아 주는 등의 방법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생에 대한 큰아이의 마음은 부모님의 마음과는 같을 수가 없다. 부모님 마음처럼 태어난 동생을 반겨주고 사랑스러워 해주길 기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동생을 더 미워하게 만드는 길이다. 아마도 부모님이 큰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희망가득의원
조성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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