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1박 2일

깨끗한 자연 속에 빛나는 보물섬

지역내일 2011-08-12 (수정 2011-08-12 오전 8:18:24)


노란빛이 아름다운 해바라기


7월말 8월초는 전 국민의 휴가철. 열심히 일한 당신들의 가족동반 휴가가 정점을 찍는 시기다. 우리 가족 역시 그 대열에 동참했고 서둘러 출발하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오전 9시쯤 집을 나선 뒤 남해까지 장장 6시간이 걸렸다는 거 아닌가. 그래도 누구하나 짜증내지 않고 도착해 재밌게 지낼 일과 먹을 음식을 얘기하면서 지루한 피서길을 즐겼다.


미조면 초전리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물놀이는 언제나 즐거워

남해는 70여 개의 크고 작은 섬과 302㎞에 이르는 해안선을 품고,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남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난다. 2003년 개통된 창선·삼천포대교는 3개의 섬을 5개의 교량으로 이어 놓은 다리다. 형식과 모양도 각기 달라 ‘하로식 아치교’의 창선대교, ‘PC박스 상자형교’의 늑도대교, ‘중로식 아치교’ 형식의 초양대교, 사장교 형식의 삼천포대교로 나뉜다. 다리 밑으로 멸치를 잡기 위해 설치해놓은 죽방렴을 비롯해 잔잔한 바다와 자그마한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비경이 펼쳐진다. 광안리나 해운대가 잘 꾸며진 세련된 느낌이라면 남해는 사람냄새 물씬 나는 따뜻한 느낌이다.
조카가 일명 ‘멀미도로’라고 부르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 숙박지인 동생 시댁에 도착했다. 남해에 갈 때마다 언니 가족과 함께 오라했다는 말씀에 염치불구 신세를 졌다. 동생 시댁에서 딱 5초만 걸어 나가면 바다다. 여장을 풀고 한숨 돌린 뒤 아이들과 신랑은 바다에 고무보트를 띄웠다. 노 젓는 사람이야 힘이 들든 말든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끈적한 바닷물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리포터도 아이들의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하다보니 손해본다 싶어  보트를 타기로 결정. 보트에 앉아마자 젖어 들어오는 그 끈끈한 느낌을 잠깐 참으니 바다에 두리둥실 떠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녁은 직접 잡은 낙지찌개. 부드러우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그 맛은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밤이 되자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방파제 끝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바닷바람, 철썩이는 파도소리...달콤한 휴식에 6시간 동안의 힘겨운 피서길은 오간데 없었다.


커다란 바람개비가 손님을 맞이하는 바람흔적미술관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독일마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보금자리 독일마을

이튿날 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독일마을로 갔다. 낮에는 사람들로 몹시 붐벼 차를 가져오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기에 일찌감치 서둘렀다. 2년 새 세 번이나 들렀던 마을이지만 언제나 동화 속 풍경의 이국적인 분위기라 기분이 꽤 좋았다.
독일마을은 아름답지만 독일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가슴 시리다. 너무나 가난했던 1960년 대,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송금해 오는 금액은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고 하니 눈부신 성장 뒤에는 그들의 피와 땀이 일군 노고가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조국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 지원과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독일의 이국문화와 전통문화예술촌을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지 개발을 위해 남해군에서 기반을 조성해 40여 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독일교포들에게 분양했다. 독일교포들이 직접 독일의 재료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주택을 지어 지금의 독일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독일마을에 들른 사람들도 몇 볼 수 있었다.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아 집으로 돌아오니 기다리는 건 갓 잡은 뽈락구이. 언제나 남이 차려준 밥상은 맛있는 법이다.


초록빛깔 넘실거리는 가천 다랭이논 - 자료제공 : 남해군청


낭만의 흔적 ‘바람흔적미술관’

아침상을 물린 뒤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최종목적지는 편백자연휴양림. 바람흔적미술관도 들르리라 마음먹었다. 미술관 가는 길에 생각지도 않게 만난 해바라기 밭. 차를 잠시 세우고 해바라기 속으로 들어가 연신 셔터를 눌렀다. 선명한 노란색의 물결 속에 자리 잡고 서 있으니 마냥 행복했다. 여기저기 차를 세우고는 해바라기 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내 해바라기에 물들어 해맑은 웃음을 흘렸다.
‘바람흔적미술관’은 남해에 가면 빼놓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다. 이름부터 낭만적인 이 미술관에서 특히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은 미술관 입구에 서있는 대형 바람개비다. 바람에 따라 청아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데 아담한 미술관이지만 늘 발길을 이끄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바람이 거의 잠잠해 그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차가운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구며 망중한을 즐겼다. 남해 구석구석 어딘가에는 모두 사람들로 들어차있었다. 돌아오는 길, 달콤시원한 블루베리 팥빙수로 더위를 씻어내고 점심은 남해멸치쌈밥으로 해결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우리식당’은 그 땡볕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점심 뒤 다시 물놀이, 그 후 붕장어 숯불구이까지. 남해에서의 1박 2일은 유쾌한 기억을 남기고 끝이 났다.
숨겨져 있는 보물을 용케 찾아냈을 때 기쁨은 더한 법이다. 갔던 여행지를 다시 찾는 이유도 매한가지다. 변한 듯 안변한 듯 새로운 풍경과 즐거움을 찾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남해가 보물섬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는 이유다. 볼수록 정감 가는 섬, 남해로 놀러 오세요~




info.
남해에 가면 ‘가천 다랭이논’에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초록빛깔 넘실거리는 계단식 논은 존경심을 부르고 마을의 끝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감탄을 자아낸다. ‘금산 보리암’에 올라 바라보는 남해 전경도 꼭 한 번은 봐야할 절경이다. ‘상주해수욕장’의 은모래도 밟아보길. 1년 전부터 조성되고 있는 ‘남해 바래길’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아이들이 있다면 ‘나비생태박물관’과 ‘해오름예술촌’도 가볼만 하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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