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배우고 행복하게 자란다
“충분히 놀고 나면 스스로 공부해요.”
40분 수업에 20분 쉬고 점심시간은 1시간 20분이나 되는 고양우리학교 아이들을 보며 “그렇게 놀면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고양우리학교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학교를 만든 어른들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실컷 놀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어느새 눈빛 반짝거리며 스스로 배우기 시작한다는 학교. 고양우리학교는 2010년에 문을 연 초등과정 대안학교다. 덕양구 행신동에 있으며 1, 2학년 8명이 다니고 있다.
경쟁 없는 교육, 함께 놀고 함께 배운다
고양우리학교에는 시험이 없다. 아이들끼리 지식의 양을 비교하거나 경쟁시키지 않는다. 잘 모르는 친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란다. 놀이도 공부도 함께 하고 같이 자란다.
아이들의 하루는 아침 9시에 시작된다. 학교에 와서 30분 동안 ‘하루 열기’를 한다. 그림책이나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다. 말과 글, 수와 셈, 자연이야기, 세상이야기 등 친근한 이름이 붙은 교과 과정을 배운다. 미술, 음악, 만들기, 체육 등 초등과정에서 다루어야 할 필수적인 과정을 두루 배우고 있다. 점심과 간식 등 모든 먹거리는 유기농으로 제공된다.
수업은 1시간씩 진행되기도 하지만 올해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처럼 하루 세 시간을 모두 한 가지 주제로 수업하기도 한다. 올해의 프로젝트 주제는 학교 가꾸기와 텃밭 가꾸기다. 학교에서 쓸 방석도 만들고 정자를 꾸미고 꽃밭을 만들었다. 텃밭에는 감자와 상추를 심어 기르고 수확 했다.
마을 공동체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수업을 마친 뒤 4시 30분부터 6시 30분 까지는 풍물, 북아트, 종이접기, 동화읽기 등 ‘방과 후 수업’을 갖는다. 장소는 행신동 느티나무가족도서관이다. 고양우리학교가 자리한 덕양구 행신동 둘레에는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있다. 공동육아 도토리 어린이집이 그렇고, 정다운 방과후, 문화공간 탐바루, 친환경 반찬가게 자연에찬, 마을학교, 중등대안학교인 불이학교도 가깝다.
고양우리학교를 세운 사람들도 공동육아 도토리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어릴때부터 경쟁 위주의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의 부담을 주는 공교육에 대한 우려가 많은 이들이었다. 공동육아에서 배운 생태교육, 인성교육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안’을 찾던 부모들이 스스로 학교를 만들었다.
이처럼 고양우리학교는 더불어 돕고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들이 모인 동네 안에 있는 배움터다.
몸으로 세상을 배운다
길바닥에 종이를 대고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는 아이들. 바로 ‘세상 이야기’ 시간의 ‘우리동네 지도 그리기’ 수업 풍경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학교 둘레를 다니면서 지도를 그린다.
바느질을 배우며 손 끝 힘을 기르는 공예 시간, 학교 둘레 공원이나 하천을 다니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물로 연계 수업을 진행한다. 참나무 잎에 알을 꽁꽁 싸 놓은 거위벌레의 흔적도 보고, 애기 똥풀을 잘라 손톱 위에 칠해보면서 자연을 느낀다. 이렇게 키운 감수성은 말과 글 수업시간에 자연스럽게 글이 되어 나온다. 몸으로 세상을 만나고 배운다. 수와 셈 시간에는 숫자부터 하나씩 배운다. 강요보다 자율을 강조하고 기다려주는 것을 이 학교는 미덕으로 삼는다.
지금 행복해야 언제나 행복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성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유보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자라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어린 시절에 배우는데 이 시절에 행복하지 못하면 어른이 돼서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요.”
솔내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표교사 나은경 씨의 말이다. 동화작가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이 ‘바로 지금’ 행복하게 하기 위해 고민한다. 아이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원은 한 학년에 10명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한 학기를 지날 때 마다 더 즐겁고 구김살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양동훈 씨는 자녀들이 “아이답게 뛰어놀고 추억을 간직하며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원열, 원희 형제를 보내고 있다. 그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부모가 행복한 학교”라고 자랑한다.
이 밖에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십시일반 장학금을 모으고 다문화가족센터와 연계하는 등 지역사회의 학교로 뿌리내리는 노력을 겸하고 있다. 지역에서 도움을 받은 만큼 지역을 위해 공헌하겠다는 것이 고양우리학교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학교 설명회 및 새싹학교]
8월 26일~27일 이틀간 내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업과 학교생활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27일에는 신입생과 편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오후 3시 시작.
문의 070-7661-5212, 온라인카페 cafe.naver.com/kyw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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