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수록 끝없는 테니스의 매력, 시민들과 나누고파”
고양시청테니스팀(감독 임지헌) 선수가 친 공이 힘차게 날아 바닥에 꽂힌다. 받아치지 못한 시민이 라켓을 휘두르며 말한다.
“아~ 선수 공 맵네!”
지난달 27일 백석생활체육공원 내 테니스장에서 고양시청테니스팀 선수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일강습을 열었다. 이름 하여 ‘원포인트 클리닉’이다. 공을 놓쳐도, 받아내도 함께 웃는 훈훈한 현장에서 고양시청테니스팀 선수들을 만났다.
생활체육 동호인들 만나는 ‘원포인트 클리닉’
“역시 선수들의 파워, 게임할 때 보여주는 끈질긴 면에 저도 자극이 되네요.”
15년간 테니스를 즐겨 온 생활체육테니스동호회 성락클럽 회원 설종수 씨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설 씨는 발리라는 테니스 기술을 배우고자 찾아왔다. 정작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프로근성, 게임에 임하는 자세였다.
고양시청팀 선수들은 행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8점을 먼저 주고 생활체육인들과 겨룰 때도, 경기에 져서 엉덩이에 테니스라켓을 대고 공으로 맞는 벌칙을 받을 때도 즐거워 보인다.
“테니스라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고양시민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김주은 선수의 말이다. 외로운 일일 것이다. 끝없이 공을 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달리고, 경기를 하며 때로는 지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만난 생활체육인들은 선수들에게 더 없는 응원군이다.
“좋아해주시니까 저희도 보람을 느껴요.” (김영재 선수)
이날 코트 밖에서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고양시청테니스팀 서포터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말 불어 닥친 시·군청 직장운동부 축소의 한파로 성남시청(남녀), 용인시청(여자) 등 많은 팀들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상대가 사라진 것도 아쉽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선수들의 불안감이다. 김영준 선수는 “하루빨리 걱정을 털어버리고 마음 편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열심히 운동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다”고 야무진 다짐을 내비친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팀
고양시청테니스팀은 지난 2007년에 창단했다. 2011년 현재 임지헌 감독의 지도 아래 주장 김영준(31)과 채경이(31), 김보성(30), 김영재, 이대동(28), 안재성(26), 김해성(24), 김주은(20) 등 모두 8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랭킹 1위 김영준 선수는 제66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와 2011 안동오픈 테니스대회, 2011 ITF 태국국제퓨처스 3차 대회, 2011 ITF 대구국제퓨처스 대회와 올해 국·내외 5개 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출신의 안재성 선수는 세계 랭킹 589위다. 2011 국제테니스연맹(ITF) 인도서키트 테니스대회 1, 2차 여자복식 우승자 김해성, 국가대표 출신의 채경이, 한국 여자 테니스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주목 받는 김주은 등이 있다. 선수들의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고양시청 팀은 지난 5월 열린 제57회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탄탄한 팀워크 자랑거리
국내 최고의 팀이 되기까지 감독의 공이 적지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의 임지헌 감독은 1991년 테니스부분 대통령 표창, 2009년 고양시가 선정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았다. 2000년 삼성 SMI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양시청을 맡고 있다. 선수들은 “감독님의 끊임없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선수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 및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초가 된 탄탄한 팀워크가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안재성 선수는 “고양시의 지원으로 국내외 다양한 대회에 참여해 기량을 겨룰 수 있어 좋다”면서 “우리 팀을 부러워하고 들어오고 싶은 선수들이 많다”고 귀띔한다.
임지헌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목표의식을 갖고 즐기면서 훈련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한데,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를 즐겨야만 그런 여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승패보다 즐기면서 플레이한다
힘든 훈련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경이 선수는 “지난해 여름 무더위와 훈련으로 지쳐있을 때 월미도로 깜짝 피서를 떠난 일이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선수들은 “국내외 대회가 이어지면서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하나”라고 강조한다.
임지헌 감독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팀으로 성장시키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스타를 육성해 고양시의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빛나는 것”이 바람이다.
선수들의 꿈은 무엇일까? 김영준 선수는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선수로 오래 뛰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은퇴 후에는 정직하고 열정이 가득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테니스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재성 선수는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어 진다”는 점을 꼽는다. 승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즐기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란다.
지역에 소속된 실업팀은 주민들과 조금 특별한 유대의식을 갖는다. 멋진 플레이는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선물한다. 시민들의 응원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팀의 존폐여부와 같은 고민거리가 하루속히 해결되어 아름다운 유대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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