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을 통한 대역전 프로젝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역전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미 앞서 가는 학생들은 가속도가 붙어 더 빨리 앞으로 내딛는 듯하다. 이쯤 되면 초등학교, 중학교 때 다져놓지 못한 실력을 한탄하며 "역전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전은 있다" 4주 기획으로 EBS ''공부의 왕도'' 정영미 제작팀장과 함께 자기주도학습의 비법을 소개한다. 자, 이제 대역전의 문을 두드려보자.
<4주 기획 연재순서>
① 공부 못할 수밖에 없는 유형에서 벗어나기
②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달라진 나를 만난다
③ 계획표를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④ 계획을 세웠으면 실행하자
교육과학기술부의 매뉴얼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해 학습한 후 스스로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습관화하고 체화시킨다면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멋진 인간, 프로 직업인,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실천을 위한 전제 조건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이것이 마치 새로운 공부법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이 기존의 잘못된 학습 습관, 학습 태도, 학습 의지를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전제1. 사교육을 끊어라
자기주도학습을 위해서는 사교육, 즉 학원이나 과외를 끊어야 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절대적으로 ''자신만의 공부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교육을 받으면 이 시간을 만들기 힘들다. 주입식으로 진행되는 학원이나 과외는 자기주도학습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듣기만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강의를 듣고 나면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학교 수업보다 자세한 강의가 필요하다면 인터넷 강의를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강의 역시 듣는 공부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과 진도,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주도학습의 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전제2. 성적 상승을 간절히 원하라
자기주도학습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고통스러운 과정도 겪게 된다. 만약 중도에 포기하고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필요하다.
''공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야'',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 ''부모님이 해보라니까 한번 해보지''라고 생각한다면 시작해서는 안 된다. 자기주도학습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간절하다면 시작하자.
전제3. 자기주도학습이 ''독학''이라는 착각을 버려라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독학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도움을 어떻게 받아야 할 것인가.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멘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부모님, 학교 선생님, 그리고 대학입시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선배다. 이 중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멘토는 부모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도 편하게 기댈 수는 없다.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는 어머니, 너무 바빠서 밥 한 번 같이 먹기도 어려운 아버지는 부담스럽다. 혹여 실패했을 때를 생각하면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멘토는 필요하다. 멘토에게 무작정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가 어려운 순간마다 멘토는 학습자를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접고 과감하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자기주도학습은 공부를 통한 인생 경험 프로젝트
공부를 잘한다고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모두 성공한 인생이라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고통을 참고 견디라고 강조한다. 왜 그런가.
바로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살아갈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 결과에 따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앞으로 뜻밖의 어려움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할 방법을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쏟아 붓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은 청소년기에 반드시 익혀야 할 경험이다. 공부는 그런 경험을 하는 데 가장 확실하고 정직한 도구다. 그래서 자기주도학습은 가장 완벽한 공부법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인생 경험 프로젝트다.
달라진 나와의 만남 -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자기주도학습을 진행하다보면 달라지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 상위권 - 공부하는 즐거움 선사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성적이 어떻게 만들어진 성적인지 생각해 보자. 부모님이 시켜서, 학원 선생님이 하라고 하니까, 1등을 놓치면 대접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만들어진 타율적인 성적은 결코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전교 1등을 하고도 환하게 웃지 못하는 학생들, 1등을 하고도 100점을 맞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상해하는 학생들, 자신보다 더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을 거란 사실에 불안해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종종 있다.
고등학교 3년만 참고 죽어라 공부하면 신세계가 펼쳐지는가. 마치 수도승처럼 살고 있는 수험생 생활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끝나는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대학 공부가 기다리고 있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공부와 배움은 끝이 없다. 그런데 언제까지 수도승처럼 공부할 것인가. 공부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이 아니다. 공부는 즐거운 일이다. 공부할 수 있는 순간은 행복한 순간이다.
자기주도학습은 공부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앞으로 인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성적은 평생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 중위권 - 참다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성적이 중위권이라면 최상위권 학생이 느끼는 즐거움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 추가된다. 그것은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능력 있는 ''나''를 만나는 즐거움이다. 정체 상태에 있던 성적에 활로를 찾아주는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자신에게 공부 본능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노력의 양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력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서려면 내 스타일, 내 성격, 내 환경에 맞는 나만의 공부법이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하는 대로 학교 수업 듣고, 학원 다니고, 문제집 풀고, 교과서 읽는 방식으로는 상위권에 진입하기 어렵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나만의 공부법을 찾게 된다면 비슷한 양의 시간, 수고, 노력을 기울이고도 더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그 방법을 찾게 해 준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진행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어떤 과제를 부여받더라도, 어떤 목표를 세우더라도 당당하게 해결해 나가는 멋진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 하위권 - 잃었던 자신감 되찾아 줄 혁명
성적이 하위권이라면 상위권, 중위권 학생들이 느끼게 될 기쁨에 하나 더, ''자신감''이라는 엄청난 소득을 얻게 될 것이다.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이 공부다'', ''나는 애당초 공부라는 것과 인연이 없다''라고 생각했다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한 만큼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공부가 어려웠던 걸까. 공부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공부의 기본은 ''인내''다. 공부를 시작하려 할 때 추진체는 ''목표''이고, 공부를 지속시키는 동력은 ''성취감''이다. 그리고 공부의 완성은 ''성실''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성적이 하위권인 이유는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작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이다. 오늘 얻은 작은 ''성과''가 내일의 자기주도학습을 가능케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공부습관이 바뀌고 공부방법이 바뀌고, 공부하는 이유가 달라지게 된다.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는 순간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재미에 빠지게 될 것이다. 빨리 내일이 와서 다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기다림의 묘미도 맛보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부모님, 선생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될 것이다. 내 공부, 내 인생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정영미 작가와 함께 한 자기주도학습 Q & A>
Q. 학원이나 과외를 계속하면 자기주도학습이 절대 불가능한가요?
A.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기 공부 시간을 확보할 자신이 있다면 사교육을 받아도 된다. 사교육이라 할지라도 뚜렷한 주관을 갖고 부족한 공부를 채우기 위해 도움을 받겠다면 일부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자기주도학습 초기에 제대로 된 공부습관을 갖추기 위해선 사교육을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원이나 과외에 휘둘려 나만의 공부를 유지할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사교육을 버려야 한다.
Q. 자기주도학습을 시켜준다는 학원이 있는데, 그런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될까요?
A. 자기주도학습의 기본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주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자기주도학습은 또 다른 절름발이 교육 프로그램일 뿐이다. 나의 공부를 남에게 맡기지 말자. 나의 공부는 선생님도 부모님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것이다.
Q. 자기주도학습을 얼마나 해야 성적이 오르나요?
A. 자기주도학습은 새로운 공부습관과 공부방법을 체화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개인의 특성에 따라 그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6개월 만에 성적이 오르기도 하지만 1년 넘게 노력해도 성적에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모든 결과는 나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Q.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하나요?
사교육에 의존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면 자기주도학습의 과정을 경험해 봐야 한다. 공부는 대학 입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타율적 공부 습관으로는 결코 대학 공부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스스로 부족함을 찾아 다양한 방법으로 그 부족한 공부를 메우는 과정이야말로 대학 진학 전에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하는 사항이다.
도움말 EBS ''공부의 왕도'' 제작팀장, 정영미 방송작가
참고도서 『학원 끊고 성적이 올랐어요』, 정영미, 메디치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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