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도에 칼질을 한다는 말이 있다. 기획부동산에서 임야를 헐값에 사들인 후 토지를 칼집을 내듯이 수십 필지로 분할한 다음 이를 텔레마케터를 동원하여 매각한다. 지적도와 조감도를 보면 토지가 평지로 보이고 분할된 도면대로 도로와 대지가 개발된 주택단지가 실제 조성된 토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역세권을 분양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역사 건물의 주변에 새로운 상업지역이나 개발지역이 형성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지적 도면과 개발 계획, 조감도만을 보고 꿈에 부풀어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현장에 가보면 바위만 가득한 비탈 진 임야를 매수한 것을 알게 된다. 길도 낼 수 없는 경사지에 무슨 개발 계획이 소용이 있을까.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공사비가 엄청난 경우도 있다.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해 주겠다고 약속해 임야를 판 뒤 부지조성작업을 게을리 한 부동산 분양대행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1심 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는데 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다.
분양회사에서는 경춘선 철도가 지나가는 역 일대의 임야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해 분양하고 있다는 분양광고를 하고 이를 믿은 매수인에게 500평을 2억4천 원에 매도하였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분양회사는 부지 조성 작업을 방치하다가 토사 유출로 인한 재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산지 전용 허가까지 취소되었다.
매수인은 시세가 천만 원도 안 되는 임야를 2억4950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분양 당시 개발계획 도면을 제시하면서 분양회사가 전원주택 부지와 진입도로를 조성해 주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였다. 고등법원에서는 분양업자가 임야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해 줄 생각도 없었고 실제 개발할 능력이 부족하였음에도 이를 약속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분양회사는 이미 폐업을 하고 잠적해 버린 지 오래인 경우가 많다. 분양을 할 때만 일시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였다가 분양이 끝나면 회사를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의 부동산 매각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관공서에서 개발이 가능한 땅인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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