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집중이수제 시행 6개월

몰아치기 수업 부작용 속출

상당수 이해력과 집중력 떨어져, 시 교육청 "교과부 방침 어쩔 수 없다"

지역내일 2011-07-26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까지 다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왜 집중이수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올해 1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시행된 집중이수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혔다. 일선 교사들도 집중이수제로 인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것은 무리”
대전 유성구 A고등학교는 지난 1학기에 역사와 기술·가정을 집중이수 과목으로 선택했다. 기술·가정은 진도를 마쳤지만 역사는 수업 분량의 75% 밖에 배우지 못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김성은(가명)양은 “(선생님께서) 한 학기동안 진도를 다 나가기 어렵다며 수업을 시작했는데 말대로 마치지 못했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DVD 수업으로 대체했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따로 보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범위가 넓어 시험공부하기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내신성적에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A고등학교 학부모 박 모씨는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많은 인원이 함께 시험을 보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한 학년을 나눠 여자반은 역사를, 남자반은 사회를 배웠기 때문에 시험 응시 인원이 적은 만큼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C고등학교는 체육시간을 집중이수 과목에 포함시켜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샀다.
학부모 강 모씨는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 스트레스는 많고 운동량은 부족한 형편”이라며 “체육과목 집중이수제 포함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체력증진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체육수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학기 전학을 앞두고 있는 이수미(가명·중1)양은 집중이수제 때문에 걱정이다. 이양은 “현재 학교에선 음악이 집중이수과목인데 전학 가는 학교의 2학기 집중이수 과목이 음악이면 이번 학기에 배우지 못한 미술과 한문은 아예 배울 기회조차 없어진다”며 답답해했다.

‘효율성만 강조’ 바람직하지 않아
집중이수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사를 가르치는 양찬모 교사(동신고등학교)는 “1주일에 5시간 수업을 하다 보니 시간 배정이 어려웠다”면서 “2시간 내리 수업을 하거나 역사 수업이 징검다리 형식(역사->국어->역사)으로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집중이수제를 하면서 주당 1시간씩 수업시간이 줄었고, 학생들의 이해력과 집중력도 떨어져 교과서를 70% 정도밖에 마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혁규 음악교사(청란여중)는 “음악시간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성과 감성 발달을 돕는 시간”이라면서 “전인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게 교육의 효율성만을 강조해 집중이수제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C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유 모 교사는 담임을 맡았지만 한 학기 동안 조·종례 시간외에는 자신의 반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다. 2학기 집중이수과목으로 미술이 배정돼 1학기에는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특별한 보완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집중이수제가 교과부 방침이고 운영은 학교장 재량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체능 수업에 대한 집중이수제 시행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학기 초 각 학교에 학생들 발달단계에 꼭 필요한 예체능교육은 시수를 줄이지 말고 전 학기에 걸쳐 배울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일선 학교에서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며 “내년에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설문조사 결과 1주일에 한 과목당 4~5시간씩 수업하는 것에 대해 중학생은 49.3%, 고등학생은 50.3%가 ‘학습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1주일에 배우는 과목수가 줄어 학습부담이 줄었다’고 답한 경우는 중학생 18.8%, 고등학생 21.1%에 불과했다.
또 중학생 54.7%, 고등학생 45.2%는 ‘과목당 시험범위가 많아져 시험부담이 늘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시험부담이 줄었다’는 학생은 중학생 20.9%, 고등학생 28%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받는 전국 중학교 1학년 734명, 고등학교 1학년 11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진숙 안시언 전소연 리포터 kjs9976@hanmail.net


집중이수제란
교육과학부는 올해부터 초1·2, 중1, 고1 학생들에게 2009 개정 교육과정인 집중이수제를 시행했다. 집중이수제는 새로운 수업 편성 방식의 하나로, 국·영·수 과목을 제외한 사회·과학·음악·미술·체육 등 단위 수가 적은 과목을 특정 학년 또는 특정 학기에 몰아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한 것. 학생들이 동시에 배우는 과목수를 한 학기에 8과목 이내로 줄여 학습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학습효율도 높인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각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과군 기준시수의 20% 범위에서 증감 운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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