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강서고 신광재·오세호 교사
토론 잘 하는 학생은 민주 사회의 싹이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토론 가이드 책 출간, 작업 2년만의 결실
토론(討論)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하여 논의하는 것을 뜻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는 토론이 활발한 시대였다. 식자들도 토론이 활성화된 사회는 구성원간의 소통의 원활을 가져와 사회발달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토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발달의 바탕이며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교육과정에서 토론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침이 될 만한 모델이나 가이드가 많지 않았던 것이 실정. 그래서 안산 강서고 교사들이 주요 필자로 참여한 ‘토론’ 가이드 책이 화제인 것 같다. 필자 중 신광재, 오세호 교사를 만났다.
토론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 남기고 싶은 마음
두 교사는 6년 전 학교 내 행사로 개최된 토론대회 이후 ‘토론’에 관심을 가졌다. 대회는 1학년 대상으로 참가자 신청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30여 팀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 팀의 구성 인원은 4명. 높은 참여율에 고무된 학교는 이후 매년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대회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열기도 뜨거웠다. 토론대회 지도교사, 판정단에 참여 하면서 토론 교육의 놀라운 힘을 목격했고 의기투합, 본격적으로 토론 공부를 하여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토론을 해본 적도, 배워 본 적도 별로 없었기에 어려움이 컸다. 토론 교육에 대한 열망은 넘치는데 이런 열망을 충족시킬만한 교재가 없음을 절감한다. 그리고 경험이 축적되자 체계적인 매뉴얼을 남겨 주고픈 바람이 생겼다. 교육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수용 될 교재 출판을 마음먹었다. 마침 출판사와 연이 닿았던 오세호 교사의 주선으로 책 집필은 급물살을 탔고 8명의 집필진이 구성 되었다. 그 중 절반이 강서고교 교사들이었다.
‘책이 과연 나오기나 할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집필 기간이 힘들었다는 신광재 교사는 ‘책 토론을 알면 수업이 바뀐다’가 나오자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 했다고 한다. “2년여 동안 각기 다른 곳에 사는 집필진들이 의견을 맞추고, 원고를 보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토론 관련 자료도 생각보다 부족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고요. 주로 놀토 때 만나 작업을 했는데 하루 종일 원고에 매달린 날이 수 없이 많았다.”
토론의 기본은 상대방 말 잘 듣기
책은 토론을 지도하는 교사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발행됐다. 책은 집필진 전체가 모두 현직 교사여서인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살아 숨 쉬는 교재로 평가되며 호평 받았다. 특히 삽화로 구성된 ‘탁구를 통해 알아보는 토론의 구성요소’는 토론이 무엇인지, 토론을 이루는 요소와 토론 수업에 대한 방법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어 교사뿐 아니라 토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만 잘 이해해도 토론의 핵심을 파악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책에 의하면 효과적인 토론은 정확한 논제 분석과 논증 이해, 허를 찌르는 반론이 판정이 기준이 된다. 부록에는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바람직하다’ ‘의학적 목적을 위한 동물 실험은 중단되어야한다’ 등 주요 논제 14편에 대한 학생 토론 기록표와 요약표가 게재돼 있다. 이곳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논제 성립 요건과 개념, 찬성과 반대 측의 중심가치 등과 토론 진행 과정을 알 수 있다. 오 교사는 “책 집필 과정 중 논제에 대한 정리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이 이 부분을 ‘논제의 정답’으로 오인 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재했다고 한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두 교사는 ‘듣기’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말을 잘 들어야만 상대방의 오류를 찾고 합리적인 논증으로 반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토론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판정단을 설득하는 것이므로 정확한 논증 외에 바른말과 자세도 중요하다고. 사회의 지식이 심화 되고, 정보화가 많아지면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토론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 두 교사의 노력이 더욱 빛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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