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동북고 1학년 양지수

“책 · 말 · 글 삼박자 훈련이 토론 비법”

지역내일 2011-07-24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양지수군 블로그 타이틀이다. 대학 입시라는 인생의 첫 관문을 통과하며 ‘불가능은 없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담금질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시작한 블로그에는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 과학 보고서,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다녀온 소감을 꼼꼼히 적어 올린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과 읽은 후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확실히 달라요. 아버지의 권유로 중3 겨울 방학 때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어요.” <눈먼 시계공> <유전자가 세상을 바꾼다> <무소유> 등 양군의 최근 관심 분야를 엿볼 수 있는 책 목록과 글들을 그의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 말, 글’ 삼박자 훈련


“우리 학교 1학년생 가운데서 토론 실력이 탁월한 학생이에요. 치밀한 토론 시나리오와 논리적인 언변이 돋보이죠. 따로 논술을 배운 게 아니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신문을 보며 시사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해요. 그간의 내공이 쌓이면서 현재의 토론과 글쓰기 실력을 갖춘 것이죠.” 양군을 주의 깊게 지켜본 동북고 강방식 교사의 평가다.


“부모님이 두 분 다 국문학을 전공하셨어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강요당했죠.(웃음) 아버지와는 책을 읽고 난 후 의견을 주고받으며 내 생각을 정리해 봐요. 반면에 어머니는 나의 느낌을 글로 써 보라는 주문을 많이 하시죠. ‘책, 말, 글’ 삼박자 훈련을 어릴 때부터 쭉 받아온 셈이죠.”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줄거리 위주의 나열에만 그쳤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주관을 담아 논리적으로 생각을 풀어내는 글로 바뀌었다고 한다.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양군의 독서 스타일은 상당히 분석적이다. 주인공의 행동과 성격, 스토리 전개의 필연성 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읽는다. 반값 등록금과 경제 문제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부모님과 특정 주제를 놓고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아버지는 논리적이면서 냉정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반면에 다혈질인 어머니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감성적인 부분을 잘 짚으세요. 개성이 뚜렷한 두 분이 ‘나만의 생생한 토론 교과서’인 셈이죠.”


 


토론의 포인트는 논리력


동북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 토론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사회생활에서 스피치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토론실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며 교사들이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을까? 개발도상국의 산림파괴 문제 등을 놓고 지난 1학기 동안 토론수업을 했어요. 학생들 각자가 자료를 준비해서 찬반양론으로 주장을 펼치며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는 등 참여식 수업이다 보니 분위기가 꽤 뜨거워요.” 토론 수업은 상당히 밀도 있게 진행된다.


“친구들 중에는 자료조사도 다양하게 하고 아는 것도 많은데 여러 사람 앞에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스킬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여럿 있어요. 제게 토론 노하우를 물을 때마다 아는 걸 몽땅 말하려 들지 말고 방향을 세운 뒤 취사선택을 하라고 이야기 해주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문맥에 맞게 논리적으로 말하기 순서를 정하는 게 토론의 키포인트라고 양군은 말한다.


얼마 전에 지수군은 학교에서 개최한 진로 컨설팅 캠프에서 ‘나의 꿈, 나의 비전’을 테마로 글을 써 상을 받기도 했고 성적도 우수하다. 공학도와 의사를 놓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그는 수학과 과학을 무척 좋아한다.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 KMO를 준비했어요. 방학 때는 일주일 내내 학원에 나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학문제와 씨름했죠. 해답지와는 다른 나만의 독특한 풀이법을 고민하다 보니 논리력이 많이 길러졌어요.”


 


‘그린 프로젝트’ 참여하며 세상에 눈뜨다


최근에 양군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에티오피아 돕기 그린프로젝트에 관심이 높다. 동북고에서 120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 학교 강방식 선생이 올해 초 에티오피아로 배낭여행을 떠나 현지의 열악한 식수난을 목격한 뒤 시작되었다. “한창 교실에서 공부해야 할 제 또래 아이가 먹을 물을 구하러 하루 종일 헤매고 다닌대요. 우리나라 60년대를 연상시티는 민둥산 탓에 식수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거죠. 에티오피아에 많은 나무를 심는 게 우리 모임의 취지예요.” 얼마 전에는 현지에 종묘원을 만들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100여명의 학생들과 예술의전당 앞에서 플래시 몹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적정기술 탐구가 제가 맡은 분야예요. 에티오피아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내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이에요. 봉사는 동정심이 아니라 우정으로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가슴을 치더라고요. 에티오피아인들도 저와 똑같은 사람이고 다만 태어난 환경만 다를 뿐이죠. 진정성을 담은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고교 졸업 후에도 계속 참여할 생각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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