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용기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더 내 줍니다”

내일이 만난 사람 - 긍정으로 힘으로 노래하는 강사 김민정씨

지역내일 2011-07-24


 


지난 18일 가든파이브(문정동) 패션관 11층. 이날 개강하는 노래교실 수업이 한창이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생에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열심히 노래 부르는 수강생 사이로 더 열정적으로 수업을 이끌고 있는 김민정(52) 강사가 눈에 띈다. 뛰어난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노래에 맞춰 저절로 들썩이는 그의 춤사위 또한 예사롭지 않다.


 



갑작스런 사고로 전공 바꿔


사실 김씨의 전공은 미술. 숙명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세련미의 해답을 찾은 듯하다.


대학교 졸업 후부터 쭉 그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이었다. 활발하고 완벽한 성격은 학원수강생들을 불러 모았고, 그의 학원은 늘 학생들로 북적이는 학원이었다.


“여느 미술학원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오징어를 그린다고 하면 오징어를 직접 가지고 와 만져보고 먹어가며 그림을 그렸죠. 일단 흥미를 가져야 그림도 제대로 그릴 수 있거든요.”


그런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것은 1997년. 중곡동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다.


“15일 동안 구토만 했어요.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정신이 계속 혼미하고 힘을 낼 수가 없었죠.”


김씨는 요즘도 그때의 일은 100% 기억하지 못한다. 기력을 잃고 힘들어하던 그에게 장구를 권한 건 남편이었다. 힘을 내고 뭔가 즐길 거리를 찾으라는 의미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합창반 단원으로 활동하며 음악이론에 익숙했던 그는 장구 역시 매우 쉽게 받아들였다.


“처음 장구를 치는데 주위에서 ‘많은 해 본 사람 같다’는 말들을 많이 했어요. 자신감이 생기니 재미 또한 새록새록 생겨나더라고요.”


풍물장구를 하며 민요도 섭렵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가톨릭 신자인 김씨는 성당에서의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노래 강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노래강사로서 큰 보람 느껴


가요에 민요 접목을 시도한 김씨. 가요에 민요창법을 더해 부르면 ‘훨씬 더 신나고 리듬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요는 가요답게 불러야 제 맛. 민요를 접목하지만 가요의 특징은 그대로 끌고 가는 게 김씨만의 실력이다. 김씨는 “가요는 가요답게, 팝송은 팝송답게, 일본 엔카는 일본 엔카처럼 부르는 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가든파이브, 서초구 문화원, 송파생활문화대학, 바우하우스, 황학동주민센터 등에서 노래 강사를 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김씨. 노래강사를 하며 큰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고.


“남편이 명퇴를 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던 장안동에서 만난 수강생이 제일 기억이 나요. 병원에 다녀도 치료되지 않던 병이 노래교실에 참여하며 다 나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요. 노래의 힘이 정말 대단하죠?”


 



누구나 빠져들게 되는 노래의 매력


처음 노래교실을 찾은 사람은 한눈에도 표가 난다. 남들이 즐겁게 노래 부를 때 그들은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그러기를 20분, 입으로 노래 부르는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단 소리는 내지 않는다. 김씨가 종작을 유도하고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그들 역시 동화되기 시작, 몸에서 우러나는 흥겨운 노랫가락을 노래한다. 이것이 바로 노래교실의 마력이다.


“누구나 이 분위기와 흥겨움에 푹 빠질 수밖에 없어요. 이게 바로 노래의 매력이죠. 노래를 잘 하고 못 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노래를 정말 잘 하기를 원하는 음치들에게 김씨는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첫째, 음을 잘 잡지 못하는 음치라면 ‘같은’ 노래를 계속 연습하는 게 낫다는 것. 자신의 음색에 맞는 적절한 곳을 선택, 익숙해질 때까지 불러야 한다. 둘째, 박자를 잘 치고 들어가지 못하는 박치라면 엇박이 들어간 노래는 피해야 한다. 박치를 위한 노래로 김씨는 설운도의 ‘누이’를 권한다.


여기에 가사의 내용을 실어 노래 부르면 어느 정도 노래를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노래는 ‘잘’ 부르는 것보다 ‘맛있게’ 불러야 해요. 가사에 실린 감정을 갖고 표정까지 따라할 때 그 곡만이 가진 가장 진한 맛이 드러나죠.”


 



긍정으로 개척해나가는 인생


옆에서 지켜본 김씨는 에너지가 끊임없이 분출되는 ‘에너자이저’ 같다. 그는 그의 에너지가 긍정의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건 타고난 것 같아요. 저희 친정아버지가 91세이신데 컴퓨터로 책 작업을 하고 계세요. 아버지도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엔 두려움보다 즐거움이나 기대가 더 크죠. 아버지에게 많은 걸 배우고, 또 제게 이런 긍정의 힘을 주신 데 대한 감사함을 느껴요.”


미술학원을 그만둘 때에도 그는 ‘전공을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긍정의 힘은 노래를 할 때에도, 나아가 인생을 개척할 때에도 그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고.


“누구나 못 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60대 이상 분들을 위한 실버강사교육을 한고 있는데 교육을 들은 분들이 실제로 경로당에서 노래교실강사를 하시고 있어요. 나이에 연연해하지 말고 긍정의 힘을 믿으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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