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내리는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산행 데이트를 시작했다. 목적지는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이며 하나의 산을 두고 전북과 충남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바로 대둔산(大芚山 879m)이다.
봉마다 기암절벽이고 돌마다 괴석인 대둔산은 노령산맥의 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한국 8경 중 하나로 남으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서북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동으로 충남 금산군 진산면 등 양도 3개 군의 군계에 걸쳐있으며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비경으로 옛날부터 시인 묵객의 절찬을 받은 소금강이다.
대둔산의 3대 명소,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 마천대를 내 발아래...
오늘은 남편과의 좀 고상한 산행을 위해 산 중턱까지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카(왕복 8,000원/ 편도 5,000원)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르고 내리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남편의 강압적인 권유에 결국 오름행 편도티켓만 끊었다. 잠시 기다리다 사뿐히 내려않은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자 한 폭의 그림 같은 대둔산의 품속에 안긴 듯 황홀해 감상에 젖으려는 순간 벌써 도착이다.
케이불카에서 내리면 ‘매점’이란 간판이 보이고 경사가 급한 계단을 10분쯤 올라가면 대둔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금강구름다리가 보인다.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의 허공에 매달린 철제다리인 이것은 50미터에 걸쳐 양쪽 바위에 매달려 있어 리포터 같이 무게감 있는 무엇이 출렁일 때 마다 가슴이 콩알만해진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다보면 더 무서우니 하나도 안 무서운 척, 강한 척 후딱 지나가는 것이 정답!
금강다리를 지나 10분여를 더 가면, 육각정이 있고 육각정 옆으로 대둔산의 최고 볼거리인 삼선계단이 눈앞에 떡 버티고 섰다.
겁 많은 사람은 쳐다만 봐도 아찔! 죽어도 못 올라갈 것 같은 사람은 옆으로 난 등산로로 돌아가는 게 상책. 하지만 대둔산을 맘먹고 올랐다면 평생에 남을 경사 51도, 127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는 이 공중가교를 넘어 볼 것을 권한다. 이 가교는 가파른 경사 때문에 오르기만 할뿐 내려오지는 못하도록 되어 있다.
삼선계단을 지나 약 15여분을 숨을 헐떡거리고 올라가면 머리위로 높은 탑이 보인다. 바로 대둔산의 정상 마천대다. 그리고 그곳에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를 가르는 우뚝 솟은 개척탑이 있다.
대둔산과 함께 하는 당신의 여름은 행복하여라!
산행 길엔 놀라운 절경과 깔끄막진 계단 때문에 미처 하산 길을 염두 해 두지 못했었다. 마천대 아래로 하산 길을 내려다보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판이다.
대둔산이 힘든 산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더니 이젠 리포터에게도 현실이 되어버렸다.
또 돌이다. 바위보다 조금 작은 돌. 그래서 하산길이 더더욱 조심스럽다. 저만치 우리 말고 다른 한 쌍의 부부가 우리와 반대로 산을 오르며 남편이 아내에게 손을 건네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랜만에 남편이 건네주는 손길도 따뜻하고 더위와 싸워야 할 이 더위에 시원한 그늘과 아슬아슬한 공포로 등줄기를 싸하게 하는 즐거움을 주는 대둔산이 있어 참 행복하다.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부부의 산행이 허락된다면 대둔산을 찜해 보라. 둘의 사랑과 산행의 즐거움, 그리고 대둔산 아래 건강한 별미까지 더한다면 그날 당신은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여라!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TIP>대둔산을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 산행을 해야 하는데 이 길은 철제 계단과 돌계단으로 산행길이 꾸며져 있어 어린아이들과 산행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이다. 하지만 하행길 또한 경사가 급해 다리에 무리를 줘 어르신들과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편리함을 이런 산중에서도 경험하는 게 좀 가슴 아리긴 하지만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할 때는 약이 될 수도 있다.
문 의 : 대둔산도립공원 공원관리 063-263-9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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