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습능력의 토대가 되는 독서. 서술형, 논술형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해력, 문제해결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책읽기. 영어에세이도 결국은 모국어 독서가 탄탄해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 천권의 책을 읽었는데도 글쓰기는 별로 변화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부모님, “너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줘“라는 질문이 불편한 아이들.
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풍요롭게 표현하지 못할까요?
즐거운 과정이 되어야 하는 책읽기가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학습영역이 되고
있진 않나요?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 책읽기, 도대체 어떻게 지도해야할까요?
독서의 흥미와 의욕 꺽는 교훈적인 독서법
책읽기처럼 진지하고 집중적이며 마음을 모으는 만남이 또 어디 있을까요. 책읽기는 지은이와 만남입니다. 지은이의 의견, 생각과 만남, 책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사연들의 만남 등 역사와 시대, 공간을 넘어서는 만남이 책 읽는이의 머리 속에서, 정신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초등학교 시기의 책읽기는 흥미로운 세계와 만남이며, 책읽기는 가슴 설레이는 ‘정신적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기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책읽기가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되는 ‘설교’나 재미없는 ‘강의’와 같은 ‘교훈적 독서법’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교훈적 독서지도법’이 바로 아동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독서지도 방법론이 가지는 공통된 문제는 책읽기를 단순히 ‘효과적인 도구사용 방법’이나 마치 ‘운전하는 법’를 가르치듯이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책은 분명 도구이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벽에 못을 박을 때 쓰는 망치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육체적 영양분을 호흡하고 밥을 먹듯이 정신적 영양분을 공급받고 자신의 정신적 세계를 일구어 가는데 있어 책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입니다. 자동차나 망치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듯이 책이라는 도구 또한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과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살아있는 독서와 죽은 독서, 노예적 독서와 주체적 독서의 차이는 책을 지은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이 독서과정에서 얼마만큼 살아서 서로 대등하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없이 일방적으로 지은이의 의도대로 지은이의 생각만을 받아들이며 외우고 흡수하는 데만 급급한 독서, 책을 읽은 다음 그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해하는 것만 생각하여 마치 의무처럼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는 독서 등은 책을 읽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모방하는데 그치는 독서가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서환경에 자라는 아이는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수용적이며, 타인들이 제시하는 규칙과 질서에 맞추어 자신을 규정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독서과정에서 <내가 살아있는, 나의 생각이 확장되는 책읽기>가 되기 위해서, <나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고가 말과 글로 표현>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이 책을 내가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부여가 아동들의 수준에 따라 나름대로 뚜렷이 느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그동안 가진 경험과 지식이 최대한 동원되어야 한다.
- 언어는 기본적으로 상징이다. 이 상징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책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어떤 장면, 어떤 생각, 어떤 문장, 어떤 낱말 등 책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의 문제가 바로 ‘관찰’이다.
- 책을 읽는 것은 상상력의 힘을 발동시켜야 한다. 자신이 이미 경험한 것과 연결한 상상력, 문자로 표현된 의미와 내용을 이미지로 그려내는 사고의 힘, 책 속에 제시된 사건, 장면을 그려내는 힘이다.
- 독서는 추론이다. 책속에 제시된 암호 같은 문자 속에 무엇이 과연 들어 있는가? 만약 유추하지 않는다면, 추론하지 않는다면, 결코 내용을 이해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의미파악은 저자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독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론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추론은 두 가지로 진행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즉 책이 제시한다고 생각하는 의미나 주장, 느낌이 이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과정, 또 하나는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이다.
- 책을 읽는 과정, 또는 책을 읽고 나서 반드시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때 질문은 내용파악(이해)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책에서 제시하는 주장, 의견, 판단, 결정에 대한 의문 또는 다른 주장에 이를 수 있는 문제제기의 질문이다.
- 만약 읽는 책이 정의적인 영역을 많이 자극하는 내용이라면, 책읽는 이는 감동도 느껴야 하겠지만, 책에서 제시한 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상상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 책속에 등장하는 내용, 사람들, 사건들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한다.
그들과 만나 반가움을 느끼며 악수하고 포옹한다. 때로는 슬프고 아픔을 느낀다. 그런데 그 느낌은 모두 다름 아닌 자신이 느끼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 책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일 수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 스스로 크든 작든 성장, 변화, 성취를 맛보는 과정이여야 한다. 이는 독서결과에 대한 지도나 독서 후 구체적인 활동 속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제공 : 지혜의 숲 목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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