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제자사랑 ‘선생님표 붕어빵’
“와, 고소한 냄새.”
“뭐야? 붕어빵이다. 우와~!”
“책 많이 읽은 사람만 먹는 거야.”
하늘초등학교 월요일 점심시간 풍경이다. 재잘 되는 아이들 틈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굽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하늘초의 안경수 교감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이 한여름에 무슨 일로 붕어빵을 굽고 있는 걸까.
책 많이 읽은 사람 모여라
하늘초는 매주 월요일을 ‘붕어빵 먹는 날’로 정했다. 책 읽기를 독려하기 위한 안경수 교감의 각별한 제자 사랑이다. 일주일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대여하고, 독서록을 꼼꼼히 작성한 아이들에게 ‘붕어빵 특별상’을 주는 것이다. 보통 40~60명이 이 영광의 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20~3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월요일 아침 도서관에서 명단을 추려 각 반에 전달하고,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붕어빵의 단골은 2학년 2반과 1학년 1반 아이들이다.
“담임선생님 영향이 크지요.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저학년들은 붕어빵 먹는 재미에 도서관을 자주 온답니다.”
붕어빵이 구워지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자 “왁~! 뜨거워요.”, “맛있어요.”, “맛있는 붕어빵 또 먹고 싶어요”라며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부터 “고맙습니다.”, “선생님, 최고예요.” 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아이들까지. 시끌시끌한 게 모두들 붕어빵 먹는 재미에 한껏 들떠 있었다.
동네방네 인기 절정 ‘붕어빵’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구워 주기 위해 직접 빵틀도 마련했다. 독서바자회 같이 특별한 학교행사에 대여했다가 호응이 좋아 아예 빵틀을 얻어 온 것이다. 지금은 학교 공식 쉼터인 ‘하늘카페’에 차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붕어빵을 굽는다. 붕어빵 한판을 구우면 따끈하고 바삭한 붕어빵 24개가 나온다. 하루에 안교감이 굽는 붕어빵은 50~80개정도.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주고 나면, 방과 후 돌봄교실 간식으로 내거나, 하교지도를 도와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기도 한다. 학부모회의 때는 차와 함께 별식으로 내어 엄마들의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 또, 일산 지구별 체육대회가 있던 날에는 400여개가 넘는 붕어빵을 구워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인근에 소문이 퍼지면서 행사 때마다 ‘빵틀을 빌려달라’고 하는 학교도 있다.
“일주일에 한번 40~50분만 투자하면 되잖아요.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우리 학교를 찾는 모든 이웃들과 함께 나누니 더 보람되고 좋습니다.”
오후 내내 훈훈한 ‘붕어빵’ 냄새가 교정을 감쌌다.
글짓기대회 수상이라는 더 큰 영광으로 돌아와
안교감이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다른 교사들도 ‘옛날 생각나는 든든한 간식거리’라 먹는 재미도 있고, 독서 독려까지 할 수 있다며 기쁜 마음으로 함께해 왔다. 이런 교사들의 하나 된 관심과 특별한 애정은 각종 글짓기 대회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되돌아왔다.
2011년 경기도 청소년 글짓기쓰기 대회, 청렴 백일장 대회, 양성 평등 글짓기 대회 등 올해 만 해도 여러 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5학년 학생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습관이 되어 책 읽기도 열심이고, 독후감이나 자서전도 꼼꼼하게 씁니다. 저학년 때에는 주로 연습을 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력이 향상되어 잘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눅눅해지는 장마철, 붕어빵에 담긴 안경수 교감의 각별한 제자 사랑은 리포터의 마음까지 뽀송뽀송하게 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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