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를 외치는 울산이지만 그 동안 종합박물관 하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울산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마침내 울산이 박물관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 2003년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세부시행계획이 수립된 지 8년 만의 일이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울산대공원 동문 쪽에 자리 잡은 울산박물관은 50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지 3만3000여㎡에 연면적 1만4400여㎡의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건립됐다. 전시품은 모두 4500여점. 이 가운데 시민과 기업, 단체들이 기증한 각종 유물이 1770여점이나 된다.
울산박물관은 역사관, 산업사관, 해울이관 등 3개의 상설전시관과 1개의 기획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울산에는 2005년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시작으로 여러 개의 박물관이 문을 열었지만 특정주제를 가진 전문박물관들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산업수도로 도약한 현재까지 역사·문화 등 전 분야를 망라한 박물관은 울산박물관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울산에서 출토된 유물은 대략 7만여점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가 경주·대구·서울 등 다른 도시의 박물관이나 발굴기관의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울산에는 이들을 전시할 박물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박물관 개관은 어떤 형식으로든 앞으로는 울산의 유물을 울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은 “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문화를 모두 담았다.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할 뿐 아니라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역사의 시작 ‘역사관’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실물 크기(길이 75m, 높이 16m)의 반구대암각화 모형이다. 앞면뿐 아니라 좌우 측면까지 재현했다.
암각화 모형을 지나면 ‘역사관’이 나타난다.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울산의 유적과 유물을 전시했다. 태화사지 12지상 사리탑과 청동솥, 오리모양토기, 경숙옹주 태항아리와 태지, 검단리식 토기 등의 유물을 눈여겨 볼 만하다.
신형석 학예사는 “역사관의 유물이 화려하거나 명품은 아니지만 울산 역사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도 광산에서 캐낸 철이 철판이 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달천철장의 쇠 부리 장면 모형, 동물 무릎뼈로 만든 화살촉이 박힌 고래뼈 등이 눈길을 끈다.
근대화의 현장 ‘산업사관’
산업사관(1·2관)은 ''타오르는 울산 산업의 불꽃''을 주제로 울산의 주요 산업 현황과 산업 발달사를 보여준다. 1관은 울산 산업 시작과 석유화학 및 비철금속, 2관은 자동차와 조선해양 및 전기전자 산업 등을 주로 소개한다.
특히 산업사관은 전국에서 유일한 산업역사전시관이다. 이곳에는 울산공업지구 설정 선언문(1962년 2월)을 비롯해, 원유에서 제품까지 석유화학단지의 생산 공정 모형, 완성 자동차의 제작 과정과 각종 엔진 발달사, 조선업의 역사와 선박모형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울산지역 각 업종별 9개 업체가 산업사관을 꾸미는 데 참여했다.
박미현 학예사는 “울산의 산업사가 개별 기업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기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박물관 구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해울이관’
''해울이관''(어린이 박물관)은 어린이들이 다양하고 실감나는 체험을 통해 울산의 역사와 산업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꾸몄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해울이관은 역사관과 산업사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실제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전기자동차 시뮬레이터를 통한 운전 체험, 주요 문화유적지 돌아보기, 문화재 발굴 과정과 성 쌓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 특별 기획전
개관과 더불어 10월 21일까지 대영박물관 소장 유물 169점을 전시하는 특별전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 이야기(원제 : Fantastic Creatures)''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현실인가‘(What is fantasy and what is reality)‘의 주제로 신화 속의 존재들(Mythical creatures)이 어떻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희망, 공포를 반영하는가에 대한 역사 문화적 해석을 시도한다.
전시는 9개 섹션으로 구분했다. ‘선과 악, 용과 뱀(Good and Evil - Dragons and Serpents)''을 비롯해 ‘힘과 의미, 불사조와 환상적인 새(Power and Meaning - Phoenix and Fantastic Birds)'' ‘사실과 가상, 유니콘과 사자(Fact and Fiction - Unicorns and Lions)'' 등의 전시공간은 인간의 내면과 사실과 허구, 영적 능력 등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특별전 전시 유물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인데다 대영박물관이 울산박물관을 시작으로 홍콩,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순회전시에 나설 계획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현상의 근원을 찾아 과거로 떠나는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사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박물관 김우림 관장은 "다른 시립 박물관이 그 도시의 주요 사건 등 일정부분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데 비해 울산박물관은 구석기시대에서부터 현재의 산업역사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가장 짜임새 있는 전시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박물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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