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선생님께서 논술에 꼭 나오니까 이거 외우래요.”
지난 2일 시행된 6월 모의평가 결과가 정부의 공언대로 ''쉬운 수능''의 방침이 확인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학교 혹은 학원의 논술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물 수능’ 으로 인해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결국 논술이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종종 위와 같은 말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이 말은, 현재의 대다수 논술 교육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논술 교육법을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빨리 잘못된 학습법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쉽지만, 잘못된 길을 수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는 잘못된 논술학습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된다. 이는, 최근 각 대학의 논술 시험의 경향을 무시한 고전적 수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논술시험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승부하던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과정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논술 시험의 특성과 문제의 출제 과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3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글의 목적은, 논술 시험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논술수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연재순서
① ‘논신(論神)’ 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② 논술의 시작, 이해력과 독서
③ 논술의 마무리, 창의력과 토론
‘논신(論神)’은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논술의 신(神)’ 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특히, 논술시험이 어렵기로 소문난 일부 대학을 비롯해 상위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을 일컫는다. ‘논신’ 이라 불릴 만큼 글쓰기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으나, ‘글쓰기 재능이 탁월한 학생이 반드시 논술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분명히 답할 수 있다.
작년에 우리 학원에서 만났던 한 학생의 이야기는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재수를 하던 학생이었는데, 글쓰기에 대한 재능은 탁월했으나 논술에서 실패를 맛본 경험 때문인지 자신감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수업이 몇 차례 진행되는 동안 파악된, 그 학생의 문제는 논술 시험에서 요구하는 요소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고 논술 원리를 습득해 나가면서 그 학생은 자신감을 가졌고, 결국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논술 시험에 모두 합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논술시험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몇 가지 능력을 두루 갖추는 것만이 합격의 관건이라는 가장 평범한 원리를 깨달을 수 있다.
답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이해력과 창의력이다
논술 시험에서 각 대학은 공통적으로 이해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구성력과 표현력 등, 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이해력’은 주어진 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고, ‘비판력’은 대상 제시문에서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를 찾아 적절히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창의력’은 현실적인 사례를 근거로 삼아 자신의 주장을 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구성력’과 ‘표현력’ 은 글자 그대로 단락을 구성하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들을 논제의 유형과 연결하여, ‘이해력’은 요약 및 비교하기, ‘비판적 사고력’은 비판하기, ‘창의력’은 견해쓰기의 형태로 묻게 된다.
이른바 논술의 실력은 위에 제시한 능력들의 보유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만, 사실 모든 항목이 동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구성력’ 과 ‘표현력’ 은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갖출 수 있는 능력이므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며, 실제 대학의 채점 기준표에서도 각 문항별로 3~4점이 만점인 정도로 낮은 점수가 책정되어 있다. 결국, 논술 답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이해력과 비판력, 창의력>이다. 그러나 ‘비판’ 역시 사례를 찾아 상대 논거를 반박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창의력의 범주에 포함시키면, 결국 <이해력과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된다. (이해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토론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주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좋은 논술 수업은 앞에 제시된 능력들을 체계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수업이다. 따라서, 좋은 논술 수업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주제이해, 토론수업, 개별첨삭이 이루어져야
우선, 논술 주제에 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논술 시험의 대상이 되는 주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략 20~30개 정도의 주제가 대학별로 번갈아 출제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처음부터 특정 대학의 유형만 가르치는 수업은 문제가 있다. 다양한 주제를 섭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은 단기간에도 가능하며, 이럴 경우 오히려 다양한 주제를 접할 기회를 잃게 된다.
또한, 학생의 사고력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토론이 수업에 포함되어야 한다. 일방적 강의에 의해 만들어진 사고는 편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강의는 일정한 이론에 의존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천편일률적인 답안을 생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주입된 지식은 지속적으로 암기하지 않으면 사라지지만, 학생 스스로 창안해낸 지혜는 오래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개별적인 첨삭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생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학생의 답안, 즉 글뿐이므로, 자신의 글이 지닌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수업의 편의를 위해 모범답안을 같이 읽거나, 구체적 첨삭 없이 대략적인 평가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문제를 파악하더라도 개선할 방향을 찾지 못하게 된다.
논신은 만들어진다.
‘논신’ 은 결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논술 시험은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에, 2,000자 이상에 달하는 많은 분량의 글을 요구한다. 그 시간 안에 글을 쓰기조차 어려우므로 퇴고의 작업을 거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타고난 문장력과 화려한 미사여구는, ‘논술’ 이라는 전장(戰場)에서는 이미 부러진 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논술 시험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몇 가지 요구되는 능력에 따른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다면 ‘논신’ 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이다.
압구정국어논술전문학원 한상면 원장
문의(02)3444-1776, www.ap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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