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사)희망고 대표, 패션디자이너 이광희

"수단의 망고나무에는 희망이 주렁주렁 열립니다"

지역내일 2011-07-12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라곤 100년을 사는 망고 나무뿐이다. 이 나무 한 그루면 한 가족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겐 생존의 보증수표다. 그런 망고나무 한 그루를 심으려면 3만원이 필요하다.
그 돈이면 수단에서 일가족이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발 벗고 나선 사람이 있다. 영부인을 비롯해 국내 상위 1%의 옷을 디자인하는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다. 이제 그녀는 옷뿐만 아니라 수단 사람들의 행복한 삶도 디자인하고 있다.
지난해 수단에 망고를 심는 사업인 ''희망의 망고나무(이하 희망고)''가 외교통신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발족되었다. 우리도 희망고와 함께 나무를 심으며 행복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심은 망고 나무에 희망이 주렁주렁 열리는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은가.  
건기에 망고나무는 귀한 식량
(사)희망의 망고나무 이광희(58) 대표는 2009년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비전 메이커''로 배우 김혜자씨와 함께 수단의 톤즈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그곳까지 가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공항에 내려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4시간 정도 달린 후 다시 승용차로 산길을 3시간이나 올라간 후에야 겨우 도착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간 그곳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척박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이 대표는 망고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망고나무는 가뭄이 심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잘 자라는 나무다. 1년에 두 번 열매를 맺는데 건기에도 열매를 맺기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귀한 식량이다. 또 건기에 쨍쨍 내리 쬐는 햇볕 때문에 그늘 한 점 없는 그곳에서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쉼터 역할도 한다. 수명은 100년으로, 한 번 심어놓으면 100년 동안 먹을거리를 제공해 척박한 그곳의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고귀한 존재다. 오죽하면 수단 사람들은 아무리 땔감이 귀해도 죽은 망고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 그들을 먹여 살린 나무이기 때문에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 대표는 지닌 돈을 다 털어 100 그루의 망고 묘목을 심고서야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그녀는 매년 100~200그루는 혼자서도 심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 굶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로 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고 패션쇼 바자회 콘서트 등을 열어 후원자를 모집하고 후원을 받아 그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는 것이다.


망고와 생선, 희망과 나눔
지난 5월3일부터 4일까지 남산길에 있는 이광희 부티크에서는 희망고 자선 바자회 ''망고와 생선''이 열렸다. 이틀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이 2000명을 넘어 남산일대가 시끌벅적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망고와 생선''이란 주제를 보고는 망고는 알겠는데 생선은 또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했다. 이 대표가 처음 수단에 갔을 때 그곳은 건기였다. 그래서 식물들은 다 말라 죽어 먹을 것도 없고 사람들은 굶주림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때 이 대표는 강에서 물고기를 한 마리를 잡곤 너무 기뻐하며 뛰어가는 작은 소년을 만났다. 이 대표는 무심코 "그 생선 나 줄래?" 하면서 말을 건넸는데 뜻밖에도 그 소년은 망설이지도 않고 그 물고기를 이 대표에게 주었다. 몇날 며칠을 굶었을지도 모르는 그 소년은 갖고 있는 거라곤 겨우 잡은 물고기 한 마리였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서슴지 않고 내밀었던 것이다. 그때 이 대표는 이 아이가 자기의 모든 것인 생선을 아낌없이 내주었던 것처럼, 나도 이곳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뭐든지 아낌없이 줘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귀국을 해서도 그 천진한 소년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사연으로 ''희망인 망고와 조건 없이 나누는 생선''을 다짐하며 희망고의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바자회에 참석한 대치동에 사는 최정현(47)씨는 "내가 낸 3만원으로 심은 망고나무가 100년 동안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니 3만원이 3천만 원 아니 3억 원의 가치도 더 되는 것 같다"면서 "어디 가서 내가 그 돈으로 그렇게 큰일을 할 수 있겠냐"며 뿌듯해 했다.


좋은 일은 미루지 마라
이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물고기를 건넨 그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전부는 아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나눔의 유전자 덕분이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고 이준묵 목사, 어머니는 고 김수덕 여사다. 해남의 등대로 불렸던 이준묵 목사는 해남 땅끝 마을에서 평생 목회활동을 했으며, 1953년 해남등대원을 설립해 고아 수천 명을 돌봤다. 고 함석헌 선생이 ''존경하는 여인''이라 불렀던 김수덕 여사는 평생 묵묵히 남편의 일을 도왔으며 자식들에겐 ''선한 일은 바로 하거라. 내일로 미루면 악한 일이 된다''는 가르침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이 대표에게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열심히 일 한 것"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녀는 평소에도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데 요즘 이 대표는 할 일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희망고를 잘 운영하려면 우선 자신의 사업이 더 잘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힘들 때 마다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라면 ''희망고'' 일을 시작하셨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듯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미루지 말라고 말씀하셨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 대표. "역시 좋은 일을 하면 그 일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남에게 베푸는 집안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해보게 된다.  


희망을 심으러 간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 대표는 수단에 가서 후원자들과 후원기업이 기부해준 기금으로 1만5천 그루의 망고 나무 묘목을 심었다. 한 가정에 3그루씩 나누어 심었으니, 앞으로 100년 동안 5천 가구가 건기 때 기근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되었다. 오는 8월 7일, 이 대표는 또 그곳으로 향한다. 검은 땅에 노란 희망을 심으러.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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