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디까지가 자기주도학습이야?

지역내일 2011-07-12

요즘 교육의 핫 이슈는 자기주도학습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도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등 고입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말 그대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한 전형이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대비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들은 자기주도학습을 잘 모르기도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마냥 혼란스럽다. 자기주도학습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학습법』의 저자 이지은 학습전문가의 도움말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와 걱정,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도움말 이지은 학습법 전문가


 


학원, 과외 다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는 것?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자기주도학습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과외도 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내 공부의 주인이 되는 것이지 아무 도움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교육은 학습의 도구일 뿐이다. 이러저러한 공부를 위해 얼마간의 학원 공부가 필요하겠다, 이 단원은 인터넷 강의가 좋겠다는 식으로 학원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지금 학생들의 심각한 문제는 학원을 선택의 대상으로 여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원과 과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지, 학원을 다니느냐 과외를 하느냐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되, 내주는 숙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원 선생님은 하루에 진도를 얼마나 나가는지, 과외 선생님은 얼마나 숙제를 내주는지 눈여겨보는 게 중요하다. 만약 혼자 공부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얻고 방법을 배우면 그것 역시 자기주도학습이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공부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엄마 말은 듣지 않고, 시키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주도학습은 부담을 넘어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인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해서 부모의 개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달라져야 할 것은 도움을 주는 방법과 태도이다.


공부에 쫓기는 부모의 태도를 보여주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실천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찾고 자녀가 그 방법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다 큰 것 같구나", "시험 보느라 애썼으니 맛있는 것 해줄게" 등 아이를 독려해 주는 게 중요하다. ''자기주도학습법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내버려두는 것은 지혜로운 엄마의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자녀의 자기주도학습력에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모에게 애정, 자율, 성취를 느끼는 학생일수록 자기주도학습력이 높다고 나왔다.


 


자기주도학습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철저히 질적인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갑자기 보던 책을 바꾸거나 잠을 줄이거나 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자기주도학습은 지금의 일상, 학교생활, 매일 푸는 학습지에 대해 마음과 태도를 달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자기에게 맞는 자기주도학습 방법은 숱한 실천을 해보며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직관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부모가 이런저런 방법을 제시해 주고 "어떤 방법이 더 좋아?"라고 맛을 보여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마술 같은 비법을 찾느라 애쓰지 말자. 가장 효과 좋은 공부 방법은 노력으로 만드는 것임을 알려주자.


 


공부를 잘하면 모두 자기주도학습자?


자기주도학습자는 공부를 잘하는 학습자가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자는 공부를 스스로 하는 학습자이며, 스스로 한 학습이 공부 잘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다시 말해 꼭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모두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학원에 의존하고 부모가 짜 준 스케줄에 따라 공부하는 아이 중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있지만, 대학이나 앞으로의 직업 세계에서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21세기는 더 이상 타인에 의해 관리되는 의존적인 학습자를 원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지식, 기술,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한 가지만 잘 해도 자기주도학습자가 된다?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자기주도학습자가 될 준비가 70퍼센트 이상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000을 잘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무언가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는 이유가 명확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한 가지만이라도 잘 하는 것이 있고 이를 스스로 발견했다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하도록 하자. 잘 하는 것 하나를 계속해서 발전시키다 보면 그와 연관되는 또 다른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아이의 자신감을 향상시켜 주게 될 것이다.


 


Tip 자기주도학습 개념 정리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초기 학자인 Knowles(1975)는 ''자기주도학습을 타인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주도적으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효율적인 학습전략을 사용하며,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정의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송인섭 교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받지 않거나와 상관없이 개별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서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학습 요구를 진단한 뒤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며, 학습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적합한 학습 전략을 선택, 실행하여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과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간한 『내 공부의 내비게이션 자기주도학습』에서 여러 정의를 종합해서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학습과정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학습 활동을 의미 한다''고 정의했다.


 


 


 인터뷰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학습법』의 저자 이지은 학습법 전문가
"자기주도학습 시작할 때 아이보다 부모 역할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혼자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모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 "자기주도학습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이보다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린 시절 엄마가 끊여 주었던 된장찌개 맛을 기억하며 커서도 똑같이 끊여 먹듯 공부하는 방법과 태도도 엄마, 아빠랑 하던 방법 그대로 기억합니다. 본격적인 공부는 중학교 때부터 하면 되지만 공부하는 태도와 습관은 그 전부터 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능동적으로 하려는 태도와 무엇이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는 습관이 중학교 공부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아이가 거부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친밀함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공부하는 자세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복습하기, 잠자기 전에 책가방 싸놓기, 책읽기 등 학습 생활 태도를 길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지은 학습법 전문가는 "초등 저학년의 뇌는 공부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각하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따라하며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헷갈린 부분에 밑줄을 그어보라고 하면 저학년은 그저 어렵다고 할 뿐 자신이 무엇을 헷갈렸는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공부를 구체적으로 살피려면 적어도 4학년은 돼야 한다. 즉 4학년은 부모와의 친밀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더해 공부의 토대를 다지는 시기로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키 포인트 Keypoint!

1.자기주도학습은 어떤 도움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에서 부모는 공부습관, 학습 정보, 격려 등을 해 주어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은 걷기나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 배울 때 넘어지면서 감각을 익히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 몇 번 정도 반복해야 암기가 되는지,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등 수차례 반복하면 공부 감각이 생긴다. 보통 공부 방법을 한두 가지 익히기까지는 스스로 열심히 하는 기간이 최소 3~6개월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 스스로 공부하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


2. 초등생에게 혼자 공부하라고 하면 뭘 해야 할지 막막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부모는 매일 빠짐없는 예습, 복습과 자기 전 독서 등으로 공부 뼈대를 단단히 세울 수 있게 도와주자.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먼저 "4시부터 5시는 복습 시간!"이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매일 ''복습''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리고 시간을 인지하면 몸에 밴다. ''해야지'' 라는 생각만으로 공부할 수는 없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머리보다 몸으로 익혀야 한다.


참고도서 : 이지은,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 학습법』, 팜파스
교육과학기술부 외 『내 공부의 내비게이션 자기주도학습』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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