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교육 사례 및 전문가 조언

평소 자녀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예방 가능

부모 말에 순종하는 아이일수록 정신적인 문제 갖기 쉬워

지역내일 2011-07-11

요즘에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살 소식이 너무 많아 그만큼 안타까운 마음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기만 하다. 어차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나가야 할 아이들인데 매번 닥치는 어려움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초중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평소 자살 예방에 대한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모아보았다. 또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로부터 부모들이 알아야할 부분에 대한 조언도 들어보았다.


남은 가족이 겪게 될 슬픔에 대해 대화 나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물론 심지어 주변 친구들까지, 이제 아이들도 갈수록 점점 가까이에서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런 만큼 아이들이 받는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주부 박 모(45)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을 때마다 남은 가족이 겪게 될 아픔과 상처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너무 힘들고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일이 생기더라도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평생의 고통을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이제는 아이들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는 편이며 그런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부터 생각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몇 해 전에 친정아버지께서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돌아가시는 슬픔을 겪은 일로 인해 아이들은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절감했다고 한다. 친정어머니는 물론 형제들 모두 전혀 예상치 못한 슬픔에서 한동안 헤어나지를 못했고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지켜본 것이 생생한 교육이 됐다. 그 후 아이들 스스로 외할아버지께서는 일흔이 넘어서 돌아가셨는데도 그렇게 가족들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는데, 하물며 아직 어리거나 한창 젊은 자식을 어이없게 잃는다면 그 부모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먼저 한다고 한다.


항상 도움 받을 가족이 있다는 것 기억하게 해
2009년도 강남구 사회조사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친구와 상담한다는 응답이 34.4퍼센트로 부모와 상담하는 경우(35.7퍼센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아이들마다 부모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거나 또는 말하고 싶지 않은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고민을 친구에게라도 털어놓는 것은 좋지만 만약 그것이 심각한 문제일 경우 또래의 눈높이에서 나오는 조언은 적절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점을 우려해 중학생 딸을 둔 주부 김 모(43)씨는 평소 조카들에 대한 정이 남다른 친정 자매들끼리 서로 말을 맞춘 후 교육을 시키고 있다. 만약 부모에게 바로 터놓고 얘기하기 힘든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엄마와 똑같은 마음으로 보듬어줄 이모들을 찾으라고 교육하는 것이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할 경우 위로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이모들은 진심으로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아이들에게 부모 외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까운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게 함으로써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언제라도 기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주지 않고 기다려줘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만 해라. 나머지는 엄마가 다 해줄게”라는 식으로 자녀의 학업적인 면에만 비중을 두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스스로 어떤 문제에 부딪쳐서 해결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공부 역시 아무 의지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막상 고교 진학 후 새로운 환경에 놓이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적응이 힘들고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최근 강남지역 고교생들의 잇단 자살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정 모(46)씨는 아들이 스스로 공부에 욕심을 낼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준 경우다. 워낙 선호 과목과 비선호 과목이 뚜렷해 성적이 들쭉날쭉했지만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키며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자율고 진학을 목표로 삼아 내신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할지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학교별 축구 대항전에까지 참가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을 익히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효과도 봤다. 얼마 전 방송에서 또 다른 자살 소식을 접한 아들이 “그 정도도 못 이겨내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내심 안도했다고 한다.


미니 인터뷰 -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
1. 아이들이 힘든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들이 평소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 어려운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좌절인내력’이라고 하는데 이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정서조절력과 자신 및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모 자신이 정서를 조절하는 모습과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녀에게 심하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너는 왜 항상 그 모양이니?”, “다른 아이들은 더 잘한다던데” 등 자녀의 단점을 부각시켜 자아상을 손상시키는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아이가 스스로 극복하게 되고 어떤 아이가 쉽게 포기하게 되며 그 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
- 위기를 극복하는 힘의 차이는 아주 어린 시기 즉, 영유아기 시절부터 시작된다. 최근에 부각되는 청소년과 성인의 자살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두뇌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영유아기 시절의 양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에 정서적 결핍이나 학대,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쉽게 좌절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부모들은 흔히 내 자식이지만 도대체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공부만 잘 하면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오히려 부모의 말에 너무 순종하는 아이가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속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녀의 심리를 파악하는 눈이 너무 무디거나 자녀의 외적인 성과에만 관심이 치우친 것은 아닌지 부터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4. 사춘기 때부터 점점 말이 없어져 대학생이 된 후에는 거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인가
- 원래 사춘기에는 말이 없고 대학생이 되면 부모와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비단 부모와 자녀 사이뿐만 아니라 건강한 대인관계의 핵심 중의 하나는 위로나 이해가 필요할 때 심리적인 도움을 요청하는데 스스럼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춘기 이후에 부모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 아이들은 그 이전부터 부모, 자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5. 끝으로 자살예방에 대해 부모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 자살에 대한 오랜 편견 중의 하나가 바로 “진짜 자살할 사람은 주변에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즉,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일 뿐 실제 자살 가능성은 없다”라고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에서 보면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시도 이전에 이미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부모가 평소 자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 될 것이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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