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주부모임 - 불정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엄마들’

지역내일 2011-07-10 (수정 2011-07-10 오후 1:10:56)

우리동네 주부모임 - 불정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엄마들’
“아이들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해요”



“빨리 가자. 엄마 늦으면 안 돼!”
아이의 등교와 남편의 출근으로 분주한 아침시간, 두 아이를 재촉해 집을 나서는 주부 김경옥씨 손에는 그림책 두 권이 들려있다. 이른 아침부터 그녀가 분주히 향하는 곳은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불정초등학교(교장 박남례). 오늘은 그녀가 책읽기 선생님이 되는 날이다.


아이들에게 휴식 같은 시간 되고파
올 초부터 불정초등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는 22명. 매주 수요일 아침시간,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각 반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엄마들이다. “처음에는 책을 읽어준다는 게 쑥스럽고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근데 자체만으로도 좋아하는 애들을 보며 생각들을 바꿨죠. ‘뭘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 그냥 재밌는 얘기를 들으며 15분 동안 마음의 휴식을 주자’고 했어요.” 회장을 맡고 있는 박혜정씨의 말이다. 
시작은 학교 측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이인선 교감은 “아이들을 평생 독자로 키우려면 책  읽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가정에서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처음과 달리 눈을 맞춰가며 빠지는 아이들을 보며 책 맛을 알게 해준 엄마들에게 큰절이라도 올리고픈 마음”이라고 했다.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는 오빠 동이와 동생 순이는… 엄마가 어디만큼 오시는지 큰새에게 묻고 아기곰에게 묻습니다~”
윤성희씨가 창작동화 ‘동강의 아이들’을 낭독하는 내내 아이들은 숨소리를 죽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가끔 책을 읽어주다 본인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는 윤씨는 “나도 겪어보지 못한 얘기를 지식이 아닌 정서로 전달하면서 아이들과 교감하는 게 행복하다”고 전했다. 청일점 아빠인 가이 에드워드라크(38)씨가 읽어주는 영어동화책읽기도 이채롭다. 비록 한국말이 서툴지만 매주 풍부한 표정연기로 읽어주기에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책읽기가 끝나면 엄마들은 도서관에 모여 활동일지를 적고 책을 더 잘 읽어주기 위해 유익한 수다(?)시간을 갖는다.
“난 그냥 책에 있는 대로 읽었을 뿐인데 애들은 자기들한테 질문하는 줄 알았나봐. 여기저기서 대답을 하더라니까.” “지난주에 공연장에 갔는데 ‘와, 우리 반 책읽기 선생님이다’라고 외치는 아이가 있더라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두런두런 이야기 끝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러다가도 “이 책, 오늘 반응이 대단했다”는 한 엄마의 말에 이목이 쏠리며 금세 서로 빌리려고 야단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 반 애들은 위해서라구!’ 영락없는 엄마의 마음 씀이다.
엄마들의 이런 열정 때문일까? 사정상 못 올 경우가 생겨서 도움을 요청하면 늦둥이를 키우는 쌍둥이 엄마도, 회사에 다니는 아빠도 일부러 시간을 빼서 도와줄 정도. 이런 모습을 보는 교사들 역시 감사한 마음이다. 유정남 교사는 “학부모들의 열정이 공교육에 도움 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면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풍경을 떠올리고 교사들 역시 어머니들의 열정을 보면서 많이 고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다
이렇게 엄마들이 열성을 보이니 아이들도 덩달아 모임에 대해 궁금해 하고 책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엄마, 오늘은 책 읽어 주는 날이야. 지각하면 안 돼~. 오늘은 무슨 책 읽어줬어? 나도 다시 읽어볼래.”
이러다보니 처음엔 마음만 앞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책임감을 느끼면서 스스로 준비하는 회원들이 늘어났다. “책 내용이 많으면 저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더라고요.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데 읽다보면 눈을 맞추기 어렵잖아요. 요즘은 맛깔나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 1주일 내내 정말 열심히 읽어요.”(신민희)
“밥상을 차려 놓고 우리 애들 앞에서 책읽기를 연습해요. 본 것 중에서 좋았던 책이 뭔지 추천도 부탁하고요. ‘수요일’하면 엄마가 책읽어주러 가는 날이라며 자랑스러워해요.(웃음)”(이혜원) 
모임을 통해 다른 엄마들과 다양하게 친분을 쌓게 된 것은 또 다른 소득. “여러 학년의 엄마들이 섞여있다 보니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다른 엄마와 아이 키우는 거, 남편과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조언이 오가기도 하고 아이들 책 얘기에서 자연스레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대화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조미경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2학기에도 꼭 오셔야 돼요’라는 아이들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이들은 방학동안 잠시 헤어져야 하는 애들이 아른거린다며 벌써부터 섭섭한 표정. 아이들 덕분에 오히려 자신들이 더 행복했다는 이들 모습이 더없이 따뜻하다.
박신영·정혜정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