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얼 토론대회에서 참가해 은상을 차지한 이현규 군(잠신고1)의 토론대회 참가 소감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겨레 얼 살리기 토론대회를 알게 된 것은 학교 토론부 선배들 덕분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중간고사를 며칠 앞두고 있었기에 중간고사 기간 중인 입론서 제출일이 부담되긴 하였지만, 잠신고 토론동아리 `오피니언‘에 어렵사리 합류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던 차에, 선배들이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황송할 따름이었다. 마침 입론서 제출일이 중간고사 이후로 미루어져 한시름 놓을 수 있었고, 선배들과 함께 참고 서적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입론서를 완성하였다.
2003년, “겨레 얼 살리기 출범대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겨레 얼 살리기 국민운동본부‘는 일본의 독도 주권 침해, 중국의 동북공정, 이라크 전쟁 등의 위기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고, 세계화 속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꼭 필요한 우리 겨레의 얼을 교육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겨레 얼 살리기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개최되었다.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별 3인 1조, 1팀에 한해 참가할 수 있으며, 예선에서 제출한 입론서로 참가팀을 선정했고, 전국의 40개 팀이 본선에서 경합을 벌였다. 본선 1차 이야기식 토론에서 겨레 얼 운동본부가 만든 참고 자료 2권을 읽은 후 독서토론을 하여 4개 팀을 뽑았으며, 본선 2차에서는 뽑힌 4개 팀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말 교육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3:3 CEDA 변형토론을 벌였고, 이긴 두 팀을 결선에 올려 대상-금상-은상을 선정하였다.
독서토론의 참고자료인 「겨레 얼을 빛낸 역사인물」, 「고등학교 강연 자료집」은 내용이 방대하긴 하였지만,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하였다. 우리 민족이 고난을 맞을 때마다 일치단결하여 그 위기를 극복하였던 굳건한 `공동체 의식‘이 바로 ’겨레 얼‘로, IMF 경제위기 때 너나 할 것 없이 장롱 속의 금붙이를 선뜻 내어놓던 우리 민족의 위대함은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서양의 국가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가와 민족이 같은 건 아니지만 뗄 수 없는 관계임에 틀림없고, 민족에 집착하다보면 국가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에 일리가 있긴 하지만, 나는 민족정신은 계승되어야 하며 그것이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도 자유와 평화를 향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견딤으로써 자주 독립을 이뤄냈으며, 국토 분단이라는 아픔을 딛고 현재와 같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이어 내려온 민족 정신 덕분이라 볼 수 있다. 한글 또한 백성을 사랑하는 옛 통치자의 마음이 창조해 낸 우리 민족의 자랑임에도, 세계 공통어인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글 창제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아가 분단이라는 진행형의 민족적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 정신, 즉 겨레 얼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각기 다른 국가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 있는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려면 국가와 국민의 개념이 아니라 민족적 접근으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통해 차이를 줄여가야 하지 않을까?
대회를 치루면서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입론서 제출 전에 중간고사가 있었고, 토론부 선배들의 경합이 치열하였으며, 대회 본선을 앞두고 치러진 교내 경시대회에서 우리 팀이 본선을 통과하여 교내 결선 날짜가 하필 겨레 얼 토론대회 본선 다음날이었다. 두 가지 대회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우리 <말나래>팀은 심사숙고한 결과, 현실을 직시하고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여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일종의 ‘겨레 얼’ 정신을 적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였기에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충실히 쓰려고 노력했으며, 선배들과 역할을 부담하여 자료를 찾고 짬짬이 만나 의견을 나누어 정리하면서 대회를 준비해 나갈 수 있었다.
대회에서 전국의 다른 팀들과 경합을 벌이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고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열중하였지만, 결선 진출에서 우리 잠신고 <말나래>팀은 `은상‘에 머물고 말았다. 비록 대상인 장관상 수상에는 실패하였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치른 대회이기에 나와 선배들은 나름 만족했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겨레 얼을 제대로 알게 하고, 학교에 대한 사랑· 선후배간의 우정·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귀한 기회였음에 겨레 얼 운동본부에 감사한다.
잠신고 1학년
이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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