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꿈나무 양성하는 재미와 책임감 큽니다”

내만사-강동리틀야구단 감독․고교 야구 스타 김건우

지역내일 2011-07-10

 


프로야구가 부쩍 인기를 끌면서 야구를 보고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일반인, 어린이들이 많아졌다. 매주 주말 한강 광나루지구 어린이야구장에서는 유니폼과 야구장비를 폼 나게 갖추고 타격훈련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겉모습에서 전문야구선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미지를 풍기는 이들은 야구가 좋아서 강동리틀야구단에 모인 아이들이다.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바로 야구스타 김건우(47세). 고교 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4년 전 강동리틀야구단을 직접 창단해 야구와 함께 꿈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야구기본기를 전수하고 있다.


 


유소년 아이들 가르치는 사명감


“야구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발굴해서 육성해보자는 마음으로 강동리틀야구단을 만들었어요. 아이들 기량을 키워 리틀야구대회에 데리고 다니는데 5월에는 도미노피자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 나가 조별 우승을 하기도 했지요.”


현재 강동리틀야구단에는 초등3학년부터 중1까지 26명의 아이들이 선수반과 육성반에 소속돼 방과후 또는 주말을 이용해 운동을 한다. 김 감독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바로 기본기다. 좋은 자세를 몸에 익힐 수 있도록 그의 경험들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김 감독이 야구를 시작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신경이 좋은 그를 눈여겨 본 야구지도자에게 발탁돼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적성에 딱 맞았다. 하지만 선배와 감독의 폭행이 무서워 야구를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이다.


“내가 야구를 배우던 시절에는 감독과 선배들이 폭력도 휘두르고 언어폭행도 심하게 했어요. 대회에 가서 못하면 단체기합도 받고…어떤 때는 너무 무서워서 학교에 안가고 하루 종일 극장에 숨어있기도 했어요. 그러다 선배들에게 잡혀가 다시 야구를 하긴 했지만.”


야구와 함께 한 성장기 기억에는 좋지 않은 것들이 많다. 때문에 김 감독은 리틀야구단을 꾸리면서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야구선수로서 전성기 고교시절


김 감독은 80년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고교 야구의 전설이다. 선린상고 시절 동기 박노준과 함께 선동열을 무너뜨리며 황금사자기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영민 타격상을 거머쥐었던 선수다. 프로선수로 MBC 청룡에 투수로 입단해 첫 해 ‘신인상’을 받을 정도였기에 세간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 다음해 12승을 올리며 진가를 보여주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불운의 스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죠. 프로선수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었던 시기에 그런 일을 마주했으니 재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죽을 힘 다해 몸부림쳤지만 안 되더라고요. 타자로 다시 전향해 경기에 나갔지만 자리 잡기가 힘들더군요.”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 야구경험과 재활과정을 담은 책 ‘김건우의 투수훈련법’을 내기도 했다. 자신처럼 사고로 선수생활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김 감독의 몸은 야구에 의해 단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저 야구가 좋고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운동이다. 그는 “선린상고 시절 ‘박노준’이라는 좋은 경쟁자가 있었고 그 친구를 앞서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다보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야구 인생, 야구 꿈나무들과 현재진행형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김 감독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요사이 부쩍 늘었다. 지도하다보면 선수로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고 투수, 외야수, 좋은 타자감 등 특성까지 한눈에 읽어진다. 그는 “선수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는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이라 할지라도 일찍부터 야구기술을 몸으로 습득한 아이들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


“재능이 있는데도 의심하고 당장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부모, 선수로 성장가능성이 없는데 자꾸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들을 볼 때 안타까워요.”


자연스럽게 그의 두 딸 이야기로 이어졌다. 첫째 딸은 일본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둘째는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둘째는 고1때 학교를 그만뒀어요.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를 부모 욕심껏 밀고 나가면 안 된다 생각해 동의했다”면서 “한 달쯤 본인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더니 미술을 하고 싶어 해서 믿고 밀어줬지요. 그랬더니 검정고시 준비해 1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받고 오히려 또래친구들보다 1년 일찍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다”고 뜻밖의 사연을 공개했다.


김 감독은 야구심리 상담에도 관심이 많다. 책도 준비 중에 있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경쟁상황에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등 심리 컨트롤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내가 힘들었을 때 1년간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좋아서 2년 동안 직접 심리상담 공부를 했어요. 그걸 야구에 접목해서 야구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내면이 힘든 선수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리틀야구단 국가대표 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요즘 7일 괌에서 열릴 예선전에 대비해 국가대표 리틀야구 선수들을 훈련시키느라 더욱 바쁘다. 프로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유소년 야구를 통해 펼치고 있는 그의 야구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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