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고양시 어린이 인라인하키 팀

지역내일 2011-07-09

인라인 타며 하키 즐기는 어린이들

 인라인하키는 빠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씽씽 달리며 스틱으로 퍽을 날린다. 발과 손을 동시에 움직이는 흔치 않은 종목이다. 원래는 아이스하키의 하계 훈련용으로 개발되었다가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순간적인 판단력, 민첩함, 팀과 함께 하는 협동심에 체력까지 기를 수 있다. TV나 매체를 통해 ‘위험한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보호대, 어깨패드, 팔꿈치와 엉덩이 무릎 보호대와 글러브를 끼고 헬맷을 쓰니 안전하다. 고양시에 있는 두 곳의 어린이 인라인하키 팀을 찾아가 어린 선수들을 만나 보았다.

부모님도 함께 즐기는 인라인하키 팀 ‘유니콘스’
 “엄마 아빠랑 같이 운동하는 것이 저희 팀의 특징이에요. 인라인만 탈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장비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체계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엄마라고 뒤에 빠져 있지 않고 같이 즐겁게 하고 있어요.”
유니콘스 강경호 감독의 말이다. 

고양시 최초 어린이 인라인하키 팀
유니콘스는 고양시에서 최초로 창단한 어린이 인라인하키 팀이다. 2000년에 시작해 회원은 현재 30여 명이다. 2009년 전국인라인롤러대회 우승, 2010년 전국인라인하키대회 저학년부 우승과 고학년부 준우승, 2011년 고양시장배 인라인하키대회 저학년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강경호 씨가 지도한다.
 유니콘스는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모여 세 시간 가량 스케이팅, 드리블, 패스, 슈팅을 연습한다. 포메이션이라고 하는 경기에 필요한 기술도 훈련한다. 기초 훈련이 끝나면 20~30여 분 동안 게임을 한다. 다치거나 밀릴 염려는 없다. 학년과 레벨, 성별에 따라 팀을 나눠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부모들과 함께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인라인하키를 하는 동안 부모들은 기다려야 했다. 요즘 스포츠의 추세는 보는 것보다 함께 즐기는 것이다.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부모들도 기량을 쌓아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몸싸움 없어 여자아이도 함께 즐겨
 염지원(행신초 5)양의 어머니 최민영 씨는 5년째 인라인을 타고 있다. 강 감독의 권유로 인라인하키를 시작할 때는 겁이 났지만 안전 장비를 갖추니 그리 격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퍽을 다룰 때는 섬세한 기술도 요구되는 데 매력을 느꼈다.
“일주일에 한번 씩 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려요. 아이랑 같이 하니까 즐겁죠.”
유니콘스의 독특한 점 두 번째, 여자 어린이가 많다는 점이다. 50%를 약간 웃도는 비율이다. 강나라(한뫼초 4) 양의 어머니 김윤자 씨는 지원 양이 스케이트를 타고 회전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 등록했다. 모여서 함께 하는 팀운동이라 단합심을 키울 수 있고 신체발달에도 좋아 만족한다.
홍세령(냉천초 6) 양의 아버지 홍헌표 씨는 온 가족과 함께 인라인하키를 즐긴다. 남자여자가 같이 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은 운동이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몸싸움이 없어 남자애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이 장점이라고 자랑한다. 

실내경기장 없어 아쉬워
 역사가 오래되니 선배들도 간간이 찾아온다. 방학 때 찾아와 후배들을 지도하던 서동희 씨는 팀의 창단 멤버다. 부모님 권유로 시작한 운동이 지금은 둘도 없는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승리로 이끌어갈 수 없는 하키의 특성덕분에 사람 사귀는 것도 늘었다. 건강도 좋아졌다. 서 씨는 함께 했던 친구들을 다시 모아 일반 팀을 꾸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키를 배운 의외의 수확은 유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다. 서양에는 아이스하키나 필드하키를 하는 학교들이 많다. 동양 아이가 잘한다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해 학교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강 감독은 유학 간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이메일을 받을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아쉬움도 있다. 고양시에 실내 링크가 없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이다. 부모들과 감독은 그 점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돌진이 매력인 ‘동키호테 주니어’
 “유니폼에 불꽃이 그려져서 잘해요. 우리 팀은 막무가내 돌진이 자랑거리예요.”
이다겸(호수초 3) 군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막 연습을 마친 다겸 군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사내아이들의 로망, 불꽃 슛이 날아다니는 고봉산 중턱 인라인하키 경기장에서 동키호테 주니어 팀을 만났다.

팀운동으로 배려심 배우는 아이들
 팀 이름에 ‘주니어’가 붙는 이유는 동키호테 일반부 인라인하키 팀이 있기 때문이다. 동키호테 주니어는 꾸려진 지 2년 된 신생팀이지만 실력 하나는 짱짱하다. 2011년 연합회장기 국민생활체육 전국인라인하키 대회에서 중등부, 5·6학년, 3·4학년 팀이 우승을, 1·2학년 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고양시장배 인라인하키대회 저학년, 고학년 부 모두 우승했다. 인라인하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있는 정윤성 감독이 지도한다.
 정 감독은 “신체 발달은 기본이고 팀 운동이라 배려심과 융화하는 능력, 사회성까지 길러지는 스포츠”라고 자랑한다. 혼자서 자라는 아이들일 수록 혼자 할 수 없는 팀 운동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기는 법만 배우다가 지는 법도 배운다. 아무리 혼자 잘 해도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운동신경이 뒤처지거나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들도 지켜보며 잘 이끌어주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더란다.

집중력과 끈기, 체력 좋아져
 한성민(백마초 2) 군의 어머니 이준웅 씨는 고봉산에 천문대 수업을 왔다가 우연히 시작한 경우다. 한 해에 14번 입원한 정도로 몸이 약했던 성민 군은 인라인하키를 시작한 후 지난해 8월부터 큰 탈이 없이 자라고 있다. 감기를 앓아도 수월하게 지나갈 만큼 체력이 좋아진 것도 인라인하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동키호테 주니어 팀의 부모들은 집중력과 조정력, 근력과 지구력이 높아지는 종목이라고 자랑한다.
 최유진(백석중 2), 유성(백신초 2) 군의 어머니 김정선 씨는 큰 아이가 인라인하키를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인라인하키를 시작한 유진 군은 6학년 때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호주대회의 볼키즈로 선발된 일이 있다. 볼키즈는 시합을 보조하는 어린이를 말하는데, 20명 선발에 천명 넘게 지원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끈기와 지구력, 힘들어도 버텨야 된다는 인내심이 생긴 거죠. 공부만 중요시 했다면 저 자리에 갈 수 있었을까, 꾸준히 시키길 너무 잘했다 생각했어요.”

특별한 운동을 한다는 자신감도 한 몫
 보기만 해도 귀여운 저학년 아이들이 장비를 갖추고 경기하는 모습은, 어른못지 않게 진지하고 활력이 넘친다. 6살에 인라인하키를 시작한 김재현(풍산초 3) 군은 “감독 선생님이 옛날 국가대표 선수라서 좋아요”라고 자랑한다. 성연범(김포 서초3)군은 “속도가 빨라서”, 조민성(은평초 3) 군은 “스틱을 휘두르면서 화풀이를 할 수 있어서” 인라인하키가 좋다.
 또래끼리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부모들 나이도 비슷하다. 아빠 팀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궁리를 하고 있단다. 동키호테 주니어는 토요일에 정기 연습, 일요일에 자유 연습을 갖는다. 주말마다 모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얻는 것이 많아 포기할 수 없다.
 이채우, 진우 형제를 키우는 이동민 씨는 “외향적인 첫째는 공격수 타입이고 둘째는 내향적이지만 수비할 때 퍽이 오면 다 빼앗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고 자랑한다.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멋있게 운동한다는 특별함, 신나게 인라인을 타며 운동한다는 즐거움이 부모들과 어린이들을 인라인하키 경기장으로 이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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