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방학 만들기

잊지 못할 방학, 그 생생한 이야기

지역내일 2011-07-08 (수정 2011-07-08 오전 7:53:22)

이제 곧 여름 방학이다. 장장 40여 일 동안 학업을 내려놓는다는 뜻에 충실히 따르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열심히 스펙을 쌓는 기회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뜨거운 여름의 한 가운데 서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우리 아이들. 평생 힘이 되는 밑천으로 남는  방학도,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의 시간을 보낸 방학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알차게 보낸 방학. 그 생생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지리산 종주로 자신감 충전!

올해 고2인 현수(해운대 우동)는 지난 여름방학 때 떠났던 지리산 종주를 잊지 못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적응도 잘 못하고 공부도 어려워 힘들어했던 현수.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만들고자 지리산 종주를 선택했다. 종주 계획을 밝히자 주변에서는 여학생이고 산행도 처음이라 걱정하며 말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고, 무엇보다 걷기에는 자신이 있는 터라 과감히 도전했단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처음해본 산행은 생각보다 무척 힘들어 후회도 많이 했다고. 하지만 힘들게 정상을 밟았을 때 드디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느낌이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돌아온 값진 체험이었고 항상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지금도 공부가 힘들 때마다 발에 물집이 잡혀 아프고, 밤이면 벌레들에 뜯기던 낯선 잠자리와 어렵게 올라섰던 정상의 시원한 바람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단다. 오늘도 현수는 자신에게 되뇐다. 고생 끝에 자신감 온다!




도서관 찾는 습관은 방학 최고의 선물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소로 도서관만한 곳이 없어요. 시원하죠,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프로그램 많지요, 독서 습관 잡히지요”라고 말하는 도서관 예찬론자 이수진(38·남천동) 씨.
평소 축구에 목숨 걸고 학습을 등한시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남모를 한숨도 많이 내쉬었다는 이 씨다. “처음에는 근처 신협 도서관에 혼자만 보내놨더니 만화책만 섭렵했나봐요. 아직까지 왜 공부해야하는지 모르는 철없는 아들과 같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올해도 방학 프로그램 신청하려고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 부담도 없어요.”
책을 좋아하는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은 모든 학부모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권하면서 정작 본인은 TV리모컨 돌리기에 바쁜 부모는 아니었나 되돌아볼 일이다.  올 여름,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아이와 부모 모두 책을 가까이해서 좋고, 아이에게 부모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욱 좋다.


해외 캠프로 자립심을 키웠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지민(용호동)이는 작년 방학 때 12주 과정으로 필리핀 영어 캠프를 신청했다. 처음으로 혼자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경험도 새로웠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캠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단다.
“기숙사 방 친구들이 세 명이었는데 불만없이 잘 지냈던 건 아니에요. 12주 동안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은 서로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과 서로 배려하고 힘들어도 참는 법을 배운 것이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학습 프로그램 자체가 그리 뛰어난 캠프는 아니었지만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했기에 오히려 자립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지민이 엄마 신정애(가명·37) 씨는 “무엇보다 잔소리를 덜 하게 되어서 좋아요. 생활 습관이 잡힌 거죠”라며 만족해했다.
영어 때문에 선택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캠프. 비용 덕분에 금전적으로 고생은 했어도 이국땅에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딸을 보면 대견하단다. 딸아이는 지금도 그 때 만난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낸다는 후문이다.




엄마표 품앗이로 공부 다지기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박선이(39·좌동) 씨는 이웃 엄마와 품앗이 수업으로 자녀의 학습을 돕고 있다. 예전 레고센터에서 수업한 경험을 살려 아이의 친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엔 요일을 정하긴 했지만 하다 보니 빠지게 되고 흐지부지 되었죠. 그래서 아이 친구와 함께 하면 좀 더 챙기게 되고 꾸준하게 이어질 것 같아 아이 친구도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박 씨가 이렇게 창의수학 수업을 진행하던 중 아이 친구의 엄마가 품앗이 수업을 제안했다고. 그 엄마는 국어국문학 전공을 살려 독서논술 수업을 해주겠더란다. 작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그렇게 시작된 수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로 품앗이 하다 보니 비용면에서도 부담을 덜고, 아이의 국어·수학 과목을 챙길 수 있어 1석 2조인 것 같아요. 아이들도 딱딱한 학원 수업 보다는 재미있어 해서 엄마표 학습 품앗이 강추합니다.”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가족여행이 최고!

중3, 중1 두 아이를 둔 주부 김희정(43·망미동) 씨는 방학마다 가족여행을 떠난다. 국내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지방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특산품을 사는 쏠쏠한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같이 다니기 편했지만 중학생이 되니 할 일도, 시킬 것도 많아 각자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다고. 그래도 김 씨가 가족여행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 씨의 언니가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가족들과 점점 서먹해지는 것을 지켜본 것. 어차피 아이들이 커갈수록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테니 어릴 때만이라도 가족 간의 정을 쌓고자 바쁜 스케줄도 짜맞춰 여행을 다니게 됐단다. 몇 년에 한 번씩은 큰맘 먹고 해외여행도 떠난다.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실컷 놀고 특히 학원에 안가도 돼 좋다는 반응. 그래도 다녀와서 “어디가 좋았다, 거기 음식이 맛있었다, 그곳은 신기했다”라고 말 할 때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고 느낀단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힘들겠지만 시간을 쪼개 가족여행을 추진할 생각이라는 김 씨다.


내 꿈과 진로를 탐색하라

학기 중 쉼 없이 달려왔다면 방학에는 잠시 쉬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여름 방학에 자동차, 로봇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아들과 현대자동차에 견학을 갔다 왔어요. 올 방학에는 거제도에 있는 삼성중공업에 견학을 갈 계획이에요.”
“중학생 딸아이의 적성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이도 딱히 뭘 하고 싶어 하지 않고 뭐에 재능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진로가 명확하면 좀 더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내 아이의 직업 성향이 뭔지, 어떤 일을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부산고용센터 잡스쿨을 찾아 직업 체험을 해 볼까 해요.”
초등 4년생 학부모 김현지(41·용호동) 씨와 중등 2년생 학부모 박순영(43·대연3동) 씨는 무엇보다 방학기간 동안 아이의 진로 탐색을 적극해 볼 것을 추천한다.
좀 더 고학년이라면 목표 대학을 직접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고3 수험생 학부모 김영현(46·좌동) 씨는 2년 전 방학 때 고1 아들과 서울에 있는 미술관과 대학 캠퍼스를 돌아봤다.
“대학 캠퍼스만 둘러보지 말고 학과 사무실도 한 번 찾아가 보고 대학 선배들을 만나 보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조언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학교를 직접 가보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목표 대학을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공부도 더욱 집중해서 하더라고요.”


아이 성향에 맞는 캠프 선택이 중요해

초등 6학년 아들을 둔 김정애(42·온천동) 씨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고민에 빠진다. 방학을 앞두고 아이를 위한 캠프 선택에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쁜 학기 중에 못다한 체험을 방학을 이용해 시키고 싶은데 내 아이에게 맞을지 어떨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여름 템플스테이에 일주일 보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났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가 집 떠나 자는 걸 싫어하고 힘들어 해서 처음엔 템플스테이 보내는 것도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6학년 정도면 어느 정도 컸고 또 도시를 벗어나 산사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나름 뭔가 깨우치기를 기대했던 거죠.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떠밀다시피 보냈더니 일주일을 꼬박 울다가 왔지 뭐예요.”
새벽 예불 드리는 거며 밥 공양, 참선수행... 아이에게는 거의 지옥같은 일주일이었다고. 오죽했으면 아이가 그 뒤로는 절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할 정도란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 쓴 일기장에는 가족의 소중함과 배려하는 마음의 중요성 등 깨달은 바를 적어 놓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아이가 집을 떠나 일주일 정도 떨어져 지낸 것도 처음인 데다 평소 생활과는 180도 다른 생활을 하려니 힘들었을 거예요. 템플스테이의 경우 가족과 함께 하는 1박 2일 코스를 먼저 경험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캠프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아이 성향에 맞는지부터 체크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리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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