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10대들의 범죄 학습장이나 범행장소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10대들은 인터넷에서 폭탄제조법을 배워 실행에 옮기는가하면 사이버매춘을 통해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교육당국은 윤리교육 강화나 유해매체 차단프로그램 보급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범죄 실태= 10대 고교생이 인터넷에서 배운 폭탄제조 기술로 자신을 고소한 PC방 주인에‘폭탄테러’를 저질렀다가 20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 10대는 테러에 앞서 PC방 주인의 인터넷 ID를 도용, 사이버머니 수십만원어치를 판매해 고소당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21일 PC방 출입문에 사제폭탄을 설치해 폭파한 혐의(폭발물사용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임 모군(18·광주 ㅈ고 3)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PC방 주인 전 모(29)씨의 컴퓨터게임 ID를 이용해 ‘리니지게임’의 사이버머니 60여만원어치를 네티즌들에게 팔아온 사실이 들통나 고소 당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0대들의 폭탄사이트는 올해초에도 여러차례 불거졌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핸드폰폭탄 등 53종의 사제폭탄 제조법을 올려놓은 뒤 이를 판매한 중학교 3학년생이 적발돼 주위를 놀라게했다. 같은달 대구에서는 폭탄사이트에서 제조법을 배운 고교생이 실제 사제폭탄 가방을 제조, 행인 2명에게 중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10대들의 인터넷 범죄는 명예훼손, 매춘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지검은 인터넷 채팅방에서 윤락을 알선해주겠다며 성인 남성들로부터 900만원을 가로챈 고교생 10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평소 채팅방을 자주 이용하다 우연히 이를 통한 매춘행위가 성행하는 것을 알게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도 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10대들의 글로 도배질되고 있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이용, 무차별적으로 남을 비방하는 글을 옮기고 있음에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검찰에는 “연예인 모씨는 돈에 팔려 결혼했다”식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10대 6명을 무더기로 적발하기도 했다.
◇현황 및 대책=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66%가 살인과 강간 등을 다룬 속칭 ‘엽기사이트’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란사이트 접속율도 90%대에 달해 대부분의 청소년이 유해 인터넷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드러냈다.
교육당국은 이와관련 △정보통신 윤리교육 강화 △학부모 계도활동 △유해매체차단 프로그램 설치 등에 나섰으나 상당부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빈도가 날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당국의 대책은 원론적 수준에 그쳐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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