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 인터뷰

짬독(짬짬이 독서)으로 책벌레에 도전하라

연수어린이도서관 우수다독자 ‘황보유슬·유신 남매와 어머니 최연수 씨’

지역내일 2011-06-13

초등학교 저학년 성적은 엄마성적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의 도움으로 어느 수준까지 따라갈 수 있지만 아이가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접어들면 엄마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이다. 

한편 반대로 눈에 띄지 않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차이점은 뭘까?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독서로 인한 사고력의 차이’다.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아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 학업량이 늘어날수록 가치를 발한다.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공부 못지않게 아이들의 독서습관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만화책만 읽는 아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 편독습관,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건성건성 대충 읽는 아이, 책 읽기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 등 여러 문제점이 두드러지면서 엄마들의 고민은 깊어간다. 


어린이 다독상 수상자를 만나다

지난 4월 연수어린이도서관에서 다독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총 7개월 동안 연수어린이도서관과 옥련2동 어린이작은도서관 회원을 대상으로 미취학과 취학으로 나눠 우수 다독자를 선정한 것이다. 


그 결과 황보유신(5세) 군이 미취학 최우수상을, 황보유슬(9세, 함박초) 양이 취학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두 어린이는 남매사이다. 


사실 유슬, 유신 남매는 연수어린이도서관은 물론 연수도서관과 함박초 학교도서관에서도 다독상을 수상할 만큼 소문난 책벌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3월부터 연말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천8백여권의 책을 읽었으며,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읽은 책만 해도 벌써 1천여권이 넘을 만큼 양적으로 대단하다.

이처럼 남매의 독서량이 높은 이유는 책읽기를 중시하는 어머니 최연수(36) 씨의 소신 덕분이다.  

“친정 쪽 친척 중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특목고나 소위 말하는 일류대에 진학한 아이도 많구요. 만날 때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비결로 독서를 꼽더군요. 배경지식이 풍부한 만큼 학교공부가 훨씬 수월하다고요. 

굳이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는 말이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주 접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 학업 스트레스도 적고 단기간에 외우는 게 아니니까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게 되겠죠.”


바쁘다는 핑계 대신 짬짬이 읽어줘야  

독서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최 씨는 ‘독서를 위해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저녁시간을 활용해 1년에 3천권 읽기에 도전했어요. 

서둘러 저녁식사와 일과를 마치고 매일 저녁 8시면 아이들과 책을 읽어요. 작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계속되죠. 

또 하루 중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책을 읽어요. 은행이나 병원, 미용실에 갈 때 책을 챙겨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함께 읽는 거죠. 주말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갈 때도 이동하면서 책을 읽구요. 

친척집이나 가족여행을 갈 때도 책가방을 따로 챙겨서 가구요. 생활 속에서 틈틈이 읽지 않으면 시간내기가 어렵거든요. 

때로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은 아이가 식사할 때 옆에 앉아 읽어주기도 하는데 얼핏 보면 안 듣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핵심을 짚어내기도 하고 깜짝 놀랄 만한 질문을 하는 걸 보면 귀를 쫑긋하는 것 같아요.” 


책 읽어주기 효과에 깜짝 놀라  

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두권이야 기분 좋게 읽겠지만 7~80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을 열 권 넘게 매일 읽어준다는 게 보통의 마음가짐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아이가 글을 깨쳤으니 혼자 읽어도 될 것을 힘들게 읽어주려면 인내심도 필요하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고 바로 자전거 타는 거 아니잖아요. 스스로 연습하고 훈련해서 익숙할 때까지 도와줘야죠. 책읽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글자는 알지만 아이가 능숙하게 읽으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실제로 엄마가 읽어주면 혼자 읽을 때 놓쳤던 여러 가지 숨은 보물을 발견하게 돼요.” 

사실 큰 아이는 읽기와 쓰기가 늦되는 아이였다. 

“유슬이가 7살 때 한글을 떼었어요. 짧은 그림책은 잘 읽었지만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은 힘들어했죠. 그래서 대신 읽어주기로 결심했죠.”

책 읽어주기의 효과는 대단했다. 큰아이의 읽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표현력과 전달력도 좋아졌다.

특히 전래동화와 창작동화 위주로 편독하던 큰 아이와 공룡, 암석 같은 과학분야만 좋아하던 작은 아이가 서로의 책을 접하게 되면서 편독습관이 크게 줄어들었다. 

“성별, 연령, 성향이 다른 만큼 서로의 관심영역이 전혀 달랐어요. 그런데 일 년 동안 좋든 싫든 서로 고른 책과 제가 골라준 책을 두루 접하다보니 편독이 줄어들더군요. 처음엔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자주 접하다보니 점차 관심도 생기고 새로운 재미도 느끼더군요.”  

최 씨는 책을 읽어줄 때 아이에게 확인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책을 읽은 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기쓰기, 만들기, 그리기 같은 독후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일부러 의식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독후활동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 말미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읽어주는 거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에요?”

“책 읽어주기는 제가 생각하는 엄마 노릇의 가장 큰 부분이에요. 아이가 싫다고 거부할 때까지 읽어주고 싶어요.”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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